[카-게시판을 되돌아보면서] . ."어쩔 수 없이 한번 더 쓰는 처절한 마지막 글(수정2)

by 반달 posted Apr 11, 2012 Likes 0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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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 . 니, 다!! (들) . . 40을 지 은 니,

   오직하리요!!

   인 가 서 . . 게 님 에 . . 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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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Oct, 2010
어쩔 수 없이 한번 더 쓰는 처절한 마지막 글(수정2)
김원일
조회 수 1840  (4/11/12 현재)


 친구이고 동료 누리꾼인 김민철 님이 올린 글을 읽고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새 관리진을 믿어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아직 떠날 때가 아니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이 누리에 "올인" 해보자는 것이 그 글의 취지다.

친구 김민철 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누리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이 누리를 (그의 말 대로) "가슴 뜨겁게" 사랑했다는 걸 알고, 어쩌면 이 누리만큼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저런 글을 올렸지 싶다. 고마운 마음일 수밖에 없다.

내가 떠나는 것은 관리진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새 방침" 아래 정성을 다하리라 믿는다.

이미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없는 건 물론 아니다.

관리자 발언에 대해 내가 했던 "어떤 열린 민주주의의 원칙이고 관행인가?"라는 질문이나 "황당한 발상"이라는 언급에, "인신공격"의 진단을 내리며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리진이었다. 그러면서도 과거 이 누리를 "쓰레기"라고 표현한 글은 한동안 그대로 두었고, 그동안 글을 올리다가 이제는 조용한 누리꾼들을 두고 "거지"라고 표현하는 글은 아직도 건재하다. "삭제는 관리진에게 맡겨두라." 했다. 물론 맡겨둔다. 그러나 관리진, 특히 "새" 관리진 지남침의 바늘은 어떤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건 누리꾼의 당연한 관심사다. 자신의 지남침 동서남북과 어느 만큼 일치하는지 살피면서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런 언어, 스타일에 관한 항목들은 서로 적응, 조율해 가면서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사항이다.

내가 타협할 수 없는 것은 실명제이다.
그 이유는 이미 설명했다.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왜 실명제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물론 없었다.
이런 과정상의 독재도 용납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 얘기도 여러 번 했다.

소위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현대 민주주의의 "원형(prototype)"으로 우리는 낭만화한다. 그러나 그 "민주주의"는 아테네 인구의 절대다수였던 노예의 착취된 노동 위에서 이루어지는 엘리트들의 놀이였다. 미국의 자본주의적 "자유 민주주의"도 미주 원주민, 흑인 노예, 착취된 노동자 등의 등골을 빼어 먹으며 이룬 "업적"이다. 필명으로 글을 올리다가 더는 들어오지 못하는 누리꾼을 노예 등으로 비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리진의 말 대로) "성령께서 맹렬히 활동하시는 공간"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진솔한 자세로 본글, 댓글, 덧글들을 올리다가 하루아침에 설 자리를 잃은 누리꾼들을 사각지대로 몰아내면서 만드는 공간이라면, "맹렬히 활동하실" 그 성령의 정체를 나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떠나는 이유를 요약해서 다시 말하자면 이렇다.

나는 물론 실명 체질이다. 그러나 실명 체질이라고 해서 실명을 쓸 수 있는 풍토가 아닌데도 실명을 쓸 만큼 용감하거나 무모한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실명 체질이고 더 떳떳한 삶을 살면서도 필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 누리가 그어놓은 줄 밖에서 기껏해야 먼발치로 글을 읽는 정도에 그치는 이방인 계급으로 전락했다. "맹렬히 활동하실" 성령님 구역의 외곽지대로 나는 그들과 함께 물러난다.

저 아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명을 쓰신 유정현 님의 말은 내 가슴을 쳤다.

"지금은 나 자신 죄가 많고 부끄러워 실명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혹 완전해진다 하더라도 [부끄러운 내 모습 때문에] 실명 사용은 못 할 것 같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내 영혼의 비밀스러운 모습 때문에 나도 실명 쓰는 것을 얼마나 주저해왔던가.
그럼에도 나는 실명을 써왔다. 주님 은혜에 힘입지 않고는 정말이지 못할 짓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필명을 썼어야 할 사람이 "비빌 언덕" 덕분에, 죄 많고 일그러진 영혼이 은혜에 전적으로 힘입어 실명을 써왔다.

나보다 용기 있고 훌륭한 인격자들이 필명이라는 이유로 주변화되어버리는 상황에 내가 실명으로 남아 있겠다는 발상이 용납되지 않는다.

지난 몇 글에서 밝힌 필명 누리꾼 추방에 대해 저항하는 몸짓 외에도, 이러한 실존적 괴로움이 있어 떠난다.

나는 실명을 가장한 실질적 필명 체질 누리꾼이었다.

그래서 떠난다.

떠난다는 말 참 많이도 했다.
오지게도 떠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떠난다.
이 과도기를 지켜보기 위해 잠시 기웃거리겠지만,
그 후에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아마 읽기 위해서라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춤추는 성령의 모습이 무서워서다.

다시 한 번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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