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신학자의 양심선언씩이나. 포도주였다. 포도즙은 무슨.

by 김원일 posted Mar 04, 2013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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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였다.
포도즙은 무슨.

그런데
포도주면 어떡할 거고
포도즙이면 어떡할 건데?

마시고 싶고
꼭 마셔야겠고
건강관리 자신 있고
내가 먹고 마시는 다른 것들에 비해 인류의 건강복지에 큰 지장 주지 않는다고 믿으면,
몰래 마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내 영혼에 흠집날 일 아니면,
마시다 들켜서 쫓겨나도 할 수 없다고 각오할 수 있으면,
그리고 무엇보다
알코올중독에 안 걸리고 음주운전 안 할 자신 있으면
알아서 할 일이다.

마시기 싫거나
위의 어떤 이유, 또 다른 어떤 이유로든 마시지 않는 쪽을 택하고 싶으면
그 또한 알아서 할 일이다.

술 마셨다고 내쫓는 공동체 지겨우면
생각 좀 다시 하자고 말할 일이다.
지방 교회에서 안 통하면
여기서라도.
(지금 로산 님이 하시듯)

포도즙?
무슨 포도즙씩이나.

예수가 뭘 만들어 마셨다고?

언제부터 우리 공동체가
예수의 행적에 그리 관심 있었는가.

예수가 한 그대로 하고 싶은가.
그래?
그의 파격적 정치관, 사회, 경제관까지 포함해서?

그러면서 포도즙 운운하면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유치하다 못해 찬란한
찬란하다 못해 휘황찬란한
포도즙 진탕 흘린 자국 무늬 

우리의 누더기.


포도에 잔뜩 취해 해롱거리는 우리의 휘황찬란한 얼굴.

신학자의 양심선언 기다리지 마시라.
신학자의 양심선언이 우리 먹여 살리는가.

신학자가 뭐라고 씨부렁거리든
우리의 양심대로 살자.

몰래 마시는 것도 양심이고
당당하게 마시는 것도 양심이고
마시는 거 두고 제발 뭐라고 하지 말자고 하는 것도 양심이다.


어떤 이유로든 안 마시는 것도 물론 양심이다.




새 포도주 주머니에 새 포도주 넣는 일에나 신경 쓸 일이다.


신학자 아니고

그저 신학하는 흉내나 내는 이 놈,


가나의 결혼 잔치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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