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春風)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이 시는
조선 중종 때 부터 선조 때 이르러
송도 기생이었던 황진이의 戀詩 중에 으뜸이라 할 만하다.
그것은
황진이의 섬세한 감정으로 연모의 情을 구체적 사물로
형상화 한 점 때문일 것이다.
홀로 지세우는
동짓달 기나긴 밤, 임을 그리는 애틋한 심경을
어쩌면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 했을가
기다리는 임은 동짓달 긴 밤이 지나고 이듬해 봄과 함게 올 것이다.
임과 함께 할 봄 날 밤은 너무나 짧아 길게 보내고 싶은 女心은
동짓달 긴 밤 허리를 싹둑 잘라 춘풍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어 두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
연모의 정은 동짓달 밤처럼 길고 어둡고 견디기 힘드는 기다림 끝에 찾아 왔다가
야속하게도 봄처럼 짧게 정을 두고 떠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