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234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이해인 수녀님  맑은 편지>

 

법정 스님께,

 

스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 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무기력해지면

밭에 나가 흙을 만지고 흙 냄새를 맡아 보라고 스님은 자주 말씀하셨지요 .

며칠 전엔 스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

오래 묵혀 둔 스님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니

하나같이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은 스님의 수필처럼

향기로운 빛과 여운이 남기는 것들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일로 괴로워할 때

회색 줄무늬의 정갈한 한지에 정성껏 써보내 주신 글은

불교의 스님이면서도 어찌나 가톨릭적인 용어로 씌어 있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년 전 저와 함께 가르멜수녀원에 가서 강의를 하셨을 때도

'눈감고 들으면 그대로 가톨릭 수사님 의 말씀'이라고

그곳 수녀들이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서 우울해 있는 요즘의 제게

스님의 이 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잔잔한 깨우침과 기쁨을 줍니다.

어느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 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 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이젠 주소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가신 데다가

난해한 흘림체인 제 글씨를

늘처럼 못마땅해 하시고 나무라실까 지레 걱정도 되어서 아예 접어 두고 지냈지요.

스님, 언젠가 또 광안리에 오시어 이곳 여러 자매들과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 대조'도 하시고,

스님께서 펼치시는

'맑고 향기롭게'의 청정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우니

스님께서 좋아하시는 물미역도 많이 드릴테니까요.

 

 

<법정 스님의  밝은편지>

 

이해인 수녀님께

 

...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잡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 하던

수녀님의 그늘진 속뜰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더구나 수도자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보다 높은 뜻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 힘든 일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주님은 항시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욱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기도드리시기 바랍니다.

신의 조영안에서 볼 때

모든 일은 사람을 보다 알차게 형성시켜주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런 뜻을 귓등으로 듣고 말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수녀님,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은 조그만 모래알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오늘 우리들에게 큰 위로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

이번 길에 수녀원에서 하루 쉬면서

아침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일을 무엇보다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내 속뜰에까지 울려 왔습니다.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에는 해질녘에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꽃입니다.

갓 피어난 꽃 앞에 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날이면 날마다 새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 곳 광안리 자매들의 청안(淸安)을 빕니다.

  • ?
    바람 2015.09.06 14:19
    이 분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 ?
    이슬 2015.09.06 14:54
    이혜인 수녀님과 법정스님의 편지의 내용은
    수행자들만 낼수 있는 목소리로 들립니다.
    정말로 “맑고 향기” 롭습니다.

    한국 가곡 연주곡을 들으면서
    계곡따라 도도히 흐르는 물옆에
    산들산들 나부끼는 풀잎들을 즐감하면서
    행복이 가득한 일요일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좋은 음악과 글들을 업로드 해주심
    감사드립니다.
  • ?
    야생ㅎ 2015.09.06 19:12
    아름다운 발자욱 남기신 두분에게 걈사 드림니다.
  • ?
    fm 2015.09.06 19:55 Files첨부 (1)

    감사하며 두분의 편지 내용들 동감합니다

    까만들깨 갈아넣은 팥빙수 한그룻 대접하니 생각으로만 드세요

    한여름 밤의 더위도 고개 숙인 구월의 주말이군요


    dfbf7e39324d9df64f634b69d08d1df2.jpg

  • ?
    야생ㅎ 2015.09.06 20:38
    출장 무사히잘 다녀 오셨군요
    내일은 노동절이라 조금 여유가 있네요
    이거 어디서 팔아요 ? 정말 맛있게 만들었네요
    잘 먹겠습니다
  • ?
    fm 2015.09.10 19:50

    오늘도 사우나 갔다왔읍니다
    하루종일 찜통속에서 밤 열두시인데도 땀을흘리며 댓글쓸만큼
    잠못이루는 밤이걸랑요
    나성에가면 팟빙수를 꼭 잡숴유
    구글에 (Anko) 그리고 (옥루몽) 두곳이 유명합이다
    검정들깨 와 놋그릇에 담아주는 미싯가루 빙수가 끝내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19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6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81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67
3415 당신의 정보, 매일 1200번 정보기관에 넘어간다 파높티콘 2015.06.05 236
3414 우리동네 꽃동네 5 아침이슬 2015.04.25 236
3413 [이상돈칼럼] ‘중앙대 사태’를 보면서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흑석동 2015.04.07 236
3412 인자의 재림의 정확한 시간은 하나님의 오묘(Mystery)이다. (시대 632) 김운혁 2015.02.21 236
3411 189조원의 비극 걱정원 2015.02.04 236
3410 박성술,김원일님. ......justice is done 4 변화 2016.04.17 236
3409 '기준치 158배' 청산가리 폐수 하천에 무단 배출 사람 2015.09.23 236
3408 SDA 6대 DNA교리 명암 뚫어보기(15) 예신이슈 11 10 민초1 2016.08.18 235
3407 재림교단내 다양한 부류의 교인들! 5 피노키오 2016.06.16 235
3406 거짓말 2 아침이슬 2015.09.02 235
3405 악성코드와 음란싸이트 소개된 민초 - 관리자용 3 한심 2015.06.27 235
3404 황교안의 첫 행보....세월호 유족 압수 수색 1 수색 2015.06.18 235
3403 박 대통령이 메르스에 쩔쩔 맬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 고향 2015.06.18 235
3402 다산 정약용의 성경 배척 허와실 2015.06.13 235
3401 김형곤 풍자개그 (삶이란..) 풍자 2015.05.18 235
3400 김민선, 민승기 회장 한인회관서 각자 취임식 이방인 2015.05.02 235
3399 성완종 뇌물 명단 경향신문서 속보 나왔네요 4 자봐 2015.04.09 235
3398 <육감적이며 저열한 쾌락>을 즐기며 지하실에 사는 교인 2 예언 2015.03.15 235
3397 구해 놓고도 읽지못한 소설책 들 11 박성술 2016.02.09 234
3396  거룩한 것이 어쩌다가 우상이 되었나? 3 김주영 2015.11.21 234
3395 종교라는 덫을 씌우지 마라 10 제자 2015.11.17 234
» 법정스님과 이해인수녀님이 주고 받은 편지 6 야생화 2015.09.06 234
3393 16세 아이가 성경을 대하는 법 2 김균 2015.08.25 234
3392 "신천지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집단" 폭이 2015.08.12 234
3391 걸러 내기 3 fallbaram 2015.07.28 234
3390 이런 삼육학교는 비겁한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9 예언 2015.06.17 234
3389 디디에 드록바를 보세요. <풋볼매거진골(140815) 2. 장예원의 위클리풋볼> 드록신 2015.05.23 234
3388 꽃은 피어도... file 5월 2015.03.30 234
3387 “심장수술 위해 한국 찾는 ‘아넷’을 도와주세요” 남편 사망 후 두 아이마저 생이별 ... 수술비 2000만원 ‘막막’ 1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03.27 234
3386 "푸하하..... 보내달라고 세 번 부탁할 때까지 보내주지 마세요" 6 뷰스 2016.02.01 233
3385 안식일 설교는 어떤 의미일까? 4 해람 2015.08.29 233
3384 의문 님 "믿음과 선한행위는 일란성 쌍둥이 입니다." 3 계명을 2015.08.11 233
3383 자퇴 여고생의 일침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 배움 2015.07.11 233
3382 “못 미더운 정부 …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식” 그리스도인 2015.06.04 233
3381 속이 쓰라리지만 두고 봅시다 시사인 2015.05.24 233
3380 충격적인 뉴스 ------ 바티칸과 에얼리언 2013 vatican 2015.06.07 233
3379 종말론의 종말을 고함 2 fallbaram. 2015.05.02 233
3378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딸) 1 신념 2015.04.30 233
3377 시진핑, 朴대통령에게 "사드 배치하면 문제 될 것" 허 와 실 2015.03.09 233
3376 1888기별자인, 존스와그너가 죄짓고 넘어지지 않았는가? 2 file 루터 2015.02.23 233
3375 언론단체들 “이완구 후보자 사퇴…박 대통령 사과” 2 입 막아 2015.02.07 233
3374 6대 DNA 교리들의 명암을 뚫어본다 (18) 예신문제 14 - 화잇과 예언의 신 문제 정리 14 민초1 2016.08.26 232
3373 성경이 옳다면 재림교인들은 결코 구원받지 못한다. ! ? 8 민초1 2016.08.19 232
3372 지금 이 상황에 예수가 하늘에서 뭘하고 있다고? 7 김원일 2016.06.22 232
3371 이사하기 김균 2016.03.26 232
3370 땡삐 7 바다 2016.03.12 232
3369 어떤 이야기 제일 먼저 해줄까? 7 아침이슬 2015.11.18 232
3368 <미국>에서의 <마지막 경고>가 시작되었습니다. 2 예언 2015.06.19 232
3367 [이대근의 단언컨대] 세월호 망령에 시달리는 박근혜 셜리 2015.06.05 232
3366 The metanarrative of Ellen Harmon White 5 fallbaram. 2015.05.21 232
3365 [천안함 리포트1] '잠수함 충돌설' 뒷받침 하는 첫 논문…국방부 "엉터리"(2014.12.01) 1 비극 2015.04.25 232
3364 '천황 위해 죽자!' 징병 권유 4 울진 2015.03.23 232
3363 모든 목사들이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목사님들 잊지마세요...ㅋ 1 예언 2015.03.05 232
3362 [美대사 테러] 리퍼트 美대사, 식사도중 공격당해...용의자 김모(55)씨 현장 검거 바벨론 2015.03.04 232
3361 일부 후보, 상대 후보 비방에 몰입..연맹 설립 취지 무색 ‘이승만 정신’ 잃어버린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허준영 후보, 상대후보에 “사기꾼” 막말 비난..선거전 혼탁 자총 2015.02.18 232
3360 심상정 “연봉 1억2천만원 받는 장관···양심이 있어야” 16 현장 2015.09.22 232
3359 율법 개나 줘버려! 3 똥막대기 2016.08.11 231
3358 요즘 개그콘서트가 재미가 없어졌다. 3 file 최종오 2015.12.14 231
3357 차 교수의 글은 오늘 내가 잠시 올렸다가 내린 글이다. 그런데 김철홍 교수 정말 웃기는 사람이다. 김원일 2015.11.07 231
3356 <재림신문 877호> 이재룡 아태지회장 “2020년까지 지회 내 성도 100만명 돌파 목표” 1 pmm 2015.10.07 231
3355 예수는 크리스천일까요? 정답은 '아니다'라오. 7 삭개오 2015.09.06 231
3354 지만원 이런 사람을 여의도 연구소장으로 임명하려던 새누리 김무성의 심뽀는??? 시사인 2015.07.13 231
3353 가르쳐주십시요 4 궁금 2015.06.24 231
3352 예수 그분만이 2 김균 2015.05.29 231
3351 엘렌 화잇은 표절을 했는가? 2 라이너 2015.05.02 231
3350 2250년 7월 5일 쇼핑 목록 file 전설의 섬 39도 2015.04.28 231
3349 앞다리 하나가 없는 , 너에게 삶이란 2 반달 2015.04.25 231
3348 무상급식 갈등..생각해 봐야 할 몇 가지 의문들 1 허와실 2015.04.11 231
3347 1 안젤라 2015.03.01 231
3346 내가 만난 천사 배달원 2015.02.14 231
Board Pagination Prev 1 ...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 180 181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