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교 신학의 미래, 중요한 것 하나 빠트렸다: 띨빵한 우리의 미래

by 김원일 posted Nov 27, 2010 Likes 0 Replies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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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랫글에서 말한 그 모임이 열리는 건물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대합실 비슷한 곳에 앉아
휴대전화로 이 누리에 올라온 글들을 읽고 있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누가 물었다.
너 기독교인이냐고.
돌아보니 키가 큰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처럼 작업복 차림이기는 했는데
면도하지 않은 덥수룩한 수염,
꾀죄죄한 셔츠에
빗지 않은 머리가 교통 정리되지 않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한눈에 "정상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캠퍼스 경비원들을 어떻게 피해 그 건물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으나

스스로 인정하는 중독자였다.


약국에 가서 무슨 약을 사야 하는 데 돈이 없다고 했다.


말하는 투가
나 같이 띨빵하게 생긴 놈을 알아보고
마음을 움직여 돈을 얻어내려는 거였다.

내가 그의 처지에 있어도
나 역시 나 같이 띨빵하게 생긴 놈에게 그렇게 접근했을 것이다.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갑자기 끼어들어
뭐라고 설교 내지는 5분짜리 상담을 시작했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몇 지나가며 나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잠시 돌아섰다가 다시 보니

5분 상담사는 사라지고 그 남자가 나를 계속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나는

설교도, 상담도 자신 없었고
헌금하려고 가지고 갔던 돈을 주머니에서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며 약국에 가라고 했다.


물론 나는 그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모르지만
약국에 갔을 확률은 낮다.


주고도 후회하고
안 주고도 후회할 상황이어서
주고 후회하기로 했을 뿐,

나의 적선행위는 그저 띨빵한 동작이었을 뿐이었다.






그는 딸이 사회복지연금 타는 거 사기 치다가 옥살이하고 있다 했고,
가슴이 찢어진다 했다.

사실인 것 같았다.








진보 신학자들과

평균 나이 70의 소수 청중이
안식교 신학의 미래를 "다양성"으로 점치고,


유난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어떤 안식교인 그룹 2, 3백 명이
변함없는 과거, 현재, 미래를 똘똘 말아 노래 부르고,

자칭 급진좌파 접장은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누리에 들어가
동료 누리꾼들의 글을 읽는 동안,

복지연금 사기죄로 철장 뒤에 갇힌 어떤 여인의
중독자 아비로





예수는 재림하여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사실,
안식교 신학의 미래는 없다.

지금이
그 미래다.

우리의 이 띨빵한 현재가
우리의 저 띨빵한 미래다.

예수는 수도 없이 재림하건만
우리는 대책 없이 띨빵하다.



우리의 현재가 바뀌면
미래가 바뀌고

안 바뀌면
안 바뀐다.


이 추세대로라면

띨빵한 재림 교리 도표 붙들고
띨빵하게 홍야홍야 하다가


다양해지는 것은 고사하고

닭쫓던 개가 된 이 교단은

띨빵하게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사회복지연금 사기 치다가 옥살이하는 여인으로,
그 여인의 중독자 아비로

더는 재림이 필요 없을 때까지

끊임없이 재림할 것이다.


이 띨빵한 교단이 사라지고 난

한참 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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