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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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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민심 불감증’, 청와대는 ‘민주주의 불감증’
2012-04-03 오후 1:40:46 게재

내일신문 4월 정례조사 '사찰논란 최종책임은 MB' 37.6%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정치권 난투극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수세에 몰리던 청와대가 반격에 나서면서다. 여야 정치권 그리고 청와대까지 뒤엉켜 이전투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 권력핵심부는 심각한 불감증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민주주의 불감증'을, 이명박 대통령은 '민심 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정부 잘못이 현정부 면죄부 될 순 없어 = 청와대의 반격은 얼핏 보면 성공한 듯 보인다. 논점을 흐트렸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하던 불법사찰과 은폐 의혹이 전·현 정부의 책임공방으로 바뀌었다.

'너희(정권)도 잘못하지 않았느냐'는 청와대측 반격에 참여정부 출신의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 발끈하면서 난장판이 됐다. '물타기 전술'이다. '치고 빠지기' 전술도 추가했다. 참여정부 시절 불법계좌추적까지 이뤄졌다는 말을 흘렸다. 통장사본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결정적 오판은 여기서 비롯된다. 설령 과거 정부의 잘못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현 정부의 잘못을 덮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명박정부의 불법사찰 논란에는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기관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사찰의 피해자로 알려진 정태근 의원(무소속)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정부와 권력 주변에는 불법사찰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검찰과 공모해 중대 범죄를 저지른 범죄집단이 존재하고 있음이 이미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국민에 대한 사과, 그리고 이를 시정하려는 조치와 관련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모면하려는 모습은 '꼼수'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에 대한 불감증'이라고 비판했다.

김호기 교수(연세대)도 3일 자신의 트위터에 "불법사찰 논란에서 문제의 핵심은 국민을 (권력을 위한) '통제대상'으로 볼 것인가, (권력으로부터의) '보호대상'으로 볼 것인가하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7조"라고 올렸다. 민주주의를 정면에서 거스르고, 헌법마저 위반한 범죄행위라는 의미다.

민간인 사찰에 대한 이 대통령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고, '머리가 누구냐'는 비판이 빗발치는데도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커녕 철저한 진실규명 요구조차 없다.

내일신문 4월 정례 여론조사 결과 사찰논란의 최종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응답이 37.6%로 가장 높았다.

또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71.6%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민심이반이 커지고 있다. <내일신문 2일자 1면 참조>

'작은 꼼수'가 '큰 고립' 부른다 = 청와대와 대통령의 '불감증'에 새누리당도 난감한 표정이다. 청와대와 이 대통령이 총선 전선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정권심판론'이 재점화될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새누리당이 먼저 나서서 대통령 사과와 권재진 법무장관의 해임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진실을 외면한 청와대의 작은 '꼼수'가 결국 민심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큰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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