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날의 여행

by 지경야인 posted Apr 09, 2012 Likes 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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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의 여행

안식교인이 된지 30년하고 몇 년이 흘렀다

안식일날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다.

목사님들은 잘만 하는 여행을 난 안식교인되어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다.

안식일

내겐 안식일은 많은 행동의 제약을 가하는 날이다.

내겐 안식일은 즐거운 일들을 절제해야하는 날이었다.

내겐 안식일은 내게 경제적 직업적 시간적 제약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는 날이다.

내겐 안식일은 작은 것에 만족 할 줄 아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내겐 안식일은 내 삶의 가장 많은 부분에 결정적이 영향을 주었다.

그래도 안식일이 나에겐 기다려지고 만나면 않아주고 보듬어주고 반가워하는 친구와 교인들이 있어서 기쁨으로 모든 것이 상쇄되었다.

“여보 안식일날 꼭 여행을 해야 돼”

“^^”

“여보 안식일 예배 후에 가면 안 돼?”

“늦게 가면 석양 낙조가 기가 막히다 는데 그걸 놓치면 이번 여행의 백미를 놓치는데 ”

“여보옹~ 나 당신 안식일날 옆에 없으면 허전 할 건데”

“그럼 같이 갑시다.

“히이잉 나 당신 옆에 없으면 잠을 못 잔단 말이야~~이잉”

결혼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아내의 어린광은 여전하다.

주절주절 떨어지기 싫다면서 몸을 부비고 난리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방에 성경을 담고 세면도구와

친구가 자꾸만 읽기를 권하던 책한 권을 담았다

“히이잉~~”

“왜? 또 ~~”

“내 생각 많이 해야 돼”

“알써”

“버스 탈 때 옆에 여자하고 앉으면 안 돼”

“알씀다”

“잘 때는 내생각하다자고 꿈은 꼭 내 꿈꿔야 돼”

“그래 알써 나 갔다 올 태니 ”

“여보오~~~ 뭐 잊은 거 없어”

“응??”

“요기 요기에 뽀뽀해주고 가야지잉~~”

“크흐흐흐 이 사람은 아직도 신혼인가 봐”

“뽀뽀 이젠 됐어 그래 잘 갔다 와~~”

모임 가는 나를 배웅하는 아내의 극진? 한 배웅을 받으면서 출발하는데

출발부터 기분이 너무 좋다.

컴퓨터 화면으로만 뵙던 분들을 만난다는 것이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감동적이고 진솔한 글을 쓰신 분들의 모습은 어떨까?

번득이는 지혜가 보이던 분들의 이야기는 어떤 주옥같은 이야기를 할 것인가?

되도록 많이 듣고 귀가 열리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더 넓어지길 고대한다.

신앙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보고 싶은 분들이 많지만 이번에 그중에서 몇 분이 오신다니 기대감이 크다.

통영행 우등 버스 3번 좌석이다.

맨 앞좌석 홀로 앉는 좌석이다.

괜히 웃음이 나온다.

아내의 말대로 옆에 예쁜 여자 없이 홀로 앉았으니.

손수 운전하지 않고 버스를 타던 시절은 언제나 옆 좌석에 누가 앉던지 여행 중 옆 사람에게 전도하던 기억에 다시 쓴웃음이 나온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데 아~~~~

탄성이 나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50여년을 눈만 뜨면 보던 그 광경들 산천과 들녘들이 마구 스쳐지나간다

하나도 같은 모습이 아니다 나무도 산도들도 같은 모습은 하나도 없다

서울에서도 보이는 산이 있고 나무가 있지만

버스를 타고 가며 멀리서 다가오고 멀어져가는 모습은 시원하고 상쾌함을 더한다.

앞자리 3번 좌석은 최고의 VIP좌석이다

정면이 환히 보이고 옆이 보이는데 버스가 좌석이 높게 배치되어 고속도로의 장애물 너머로 확실하게 경치가 보이니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서 안식일의 여행으로 최고라 할 만하다.

와 ~~

안식일에 여행이 안식일을 범한다고 30년 넘게 금하였던 생활에서

최고의 안식일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탄성이 나온다.

오늘 정말 잘 나섰다고 확신이 들어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주 좋은 안식일이라고 너무 기분 좋다고

좋다니 자기도 좋다면서 좋은 시간되길 바란다고 답이 온다.

점심때가 넘어가는 시간에 잠시 금산휴게소에 들러 간다

점심을 무얼 먹을까 둘러보는데 마땅히 먹을 게 없다

에라, 난 굶는 것에는 선수 아닌가?

굶자 저녁준비 잘해놓겠다고 하신 기억에 한기 굶자

버스에서 책을 좀 읽고 있는데

위성 TV에서 프로야구 개막 경기 롯데와 한화가 열린다.

잠깐 눈이 돌아간다. 안식일날 여행을 하니 이런 호사도 누리는구나!

안식일날은 볼 수 없는 경기를 여행 중이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볼 수 있으니^&^

한화에서 에이스 유현진이 나와 홈런을 허용한다.

차가 뭔가 고장이 났는지 출발이 늦다

짜증이 날만 하건만 오늘의 여행이 출발부터 기분이 좋아선지 야구도 보고 주변 경치도 보면서 느긋하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산천이 점점 더 푸르러지고 들녘에도 보리가 보이고 길가에도 잡초가 푸르름이 더욱 선명하다

야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경치에 눈이 쏠려 한 참후에 3:1로 롯데가 앞서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다

시커먼 꾀죄죄한 스레트 지붕의 시골집들도 보기 좋은 시골 양옥집들 사이에 보이는데

맘이 한결 포근함이 느껴진다.

왠지 깔끔한 양옥과 멋스러운 집들만 보았다면 실망했을 것 같다

버리고 온 시골집이 겹쳐 흘러간다.

진달래꽃이 한 무더기 보인다.

아~~~~~~~~~~~~~~~~~~~~~~~~~~~~~

진달래 진달래

갑자기 맘이 싸아해진다

아름다움에 환한 미소보다는 맘이 처량해진다

난 전직 이동 양봉업자였다

내가 살던 고향의 양봉협회 회장도 양봉을 접기 전까지 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꽃을 재배하는 사람도 꽃을 파는 사람보다도 꽃 이 더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양봉업자다

모든 식물은 반드시 꽃을 피우는데

소나무도 참나무도 삼나무목도 벼도 콩도 꽃을 피우니 모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양봉인이 아닐까?

진달래꽃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린다는 김소월의 시보다도 나를 설레게 하는 꽃 진달래

양봉인 들에게는 진달래에 얽힌 전설이 있다

진달래꽃에서 꿀이 나오면 그해에는 풍족한 수밀이 이루어져서 대풍이 온다고 한다.

그러니 진달래를 보는 양봉인 들의 시선은 남다를 수밖에

진달래 분홍색꽃 달콤한 꽃잎 그러나 올해엔 진달래에서 꿀이 많이 나와 양봉인 들이 미소가 너에게 달려있다고 말하는 그 진달래

그래서 진달래를 보는 나의 시선은 흉풍에 울고 웃던 지난날이 날카로운 칼로 저미는 듯 다가온다.

아~~~안타까운 양봉산업

죽은 아들 불알 만지기라고

전국의 죽어버린 아카시아 나무들이 애처롭게 떠오른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양봉에 매달려 어려움에 벗어나지 못하는 양봉친구들의 얼굴들이 스친다.

강원도의 윤형 김형 위형

경상도의 박형 김형

충청도의 유형 그리고 또 다른 유형 김형

경기도의 이형

고향의 양봉협회 회원들

안타까움이 진하게 몰려온다.

남쪽 바닷가 근처에 오니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가로수가 온통 벚꽃이다

아!~~~

감탄이 절로 나오고 화려함에 가슴이 설렌다.

목적지에 도착한 펜션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 장소에 자리 잡았다

뒤로는 큰 산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상록수들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길에는 벚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앞에는 푸른 바다가 보인 바다풍경 펜션 섬사이로 지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늦지 않고 일찍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참 잘 왔다고 기분이 매우 좋다고 온갖 좋은 수식어는 다 붙이고 싶다고 말한다.

마침 저녁 식사를 위해 모여 앉아 있고 바다 쪽 창은 유리창으로만 이루어져서

낙조가 시작되는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이미 식탁에는 바다에 어울릴 생선회가 가득하다

종류도 여러 가지다

경치에 어우러지니 맛이 기가 막히다

볼락이 들어있는 통영김치? 삼천포김친? 지 특별한 별미다

이미 먼저 오신 분들은 뭔가 열심히 성경토론 있었던가보다

식사 중에도 음식을 권하며 대화는 여전히 신앙 이야기다.

이 좋은 음식 먹으면서 꼭 이런 딱딱한 이야기를 해야 하나??

이 좋은 경치에 흠뻑 취해서 아름다운 시 한 편이라도 읊조리지

그래 안식교인 티를 팍팍 내야하나??

서로 토론을 하거나 말거나 내입은 생선회와 음 식들에 연신 감탄만 하고 있다

감질 맛나도록 내놓는 회집이 아니라 아주 푸짐이란 말이 실감나도록 준비하신 장로님 사모님 덕분에 실컷 회를 먹을 수 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니 본격적인 대화의 장이 열린다.

미국에서 경기도에서 서울에서전라도에서 가까운 경상도에서 모였다

80대 후반의 노인에서 30대의 젊으니 까지

목사에서 평신도까지 서로를 소개하고 진솔한 대화가 이어졌다.

흥이 있어야 된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예배에는 찬미가이고

사교에는 유행가가 최고라

목사님은 친구여를 부른다.

여 집사님은 교인들 모임에 빠질 수 없는 모닥불 피워 놓고 모여 앉아서를 부른다.

이런 젠장 교인들은 노래를 불러도 유행가도 꼭 저런 걸 부른다고

내가 확 분위기 바꿔야지 하고

남진의 가슴 아프게를 부른다

당신과 나~~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쓰으라리인~~

나의 가슴 아프게는 예수 재림을 고대하는 피를 토하고 싶은 맘이 담겨있다

너무 열정적이었나?

아니면 목사님이 시샘이 올랐나? ^&^ 아니면 너무 노래가 세상 적이었나?

목사님이 실수를?? 가장하여 1절밖에 안했는데 다른 곡으로 돌려버리신다.

아~~이런 젠장 ^&^

노래는 이어진다. 세상모르고 살았다고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넋두리가 이어진다.

에이 김빠졌으니 난 슬쩍 빠져서 나이 가장 어린 청년과 이야기를 한다.

교회가 젊은이를 방치한 답니다.

교회가 최고의 인제들은 놔두고 늙은 장로들만 이 설친다고 합니다.

얼마든지 써먹고 부려먹어야 될 청년들이 할 일없이 교회에 왔다가 그냥 가도록 방치한다고 합니다.

가슴 뜨끔 합니다

모든 순서는 나이 먹고 늙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설교도 30년 전 그런 설교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교회가 점점 늙어지는 것은 젊은이를 교회로 이끌만한 프로그램이 없으니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괜히 부끄러워지는 맘이 듭니다.

아직도 옆에서 건전가요만 주구장창 불러 대고 있습니다.

에고 안식교가 어디가면 다르나~~

에잇, 비단이 장사 왕 서방이나 불러야겠다.

찾아보니 없다

이심전심인지 내 맘을 알아 봤는지 한분이 시골 영감 기차놀이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있냐? 없냐고 따지는 노래를 신나게 불러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는 사이에 스르르르 잠이 들었고 노래 후에 3시까지 토론이 이어졌다니 거기에서 많은 것을 들었어야 하는데 참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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