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김용에겐, 뿌듯한 박수치고 귀화 이자스민에겐, 혐오의 손가락질
- 김용 세계은행 총재 내정자
김씨는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우리는 마치 한국의 일처럼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사회도 김 총장이 이민 1.5세대로 첫 아시아계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에 이어 세계은행의 수장(首長)으로 진출하게 된 것을 축하했다. 의사인 그가 세계은행 고유의 개발 업무를 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부에서 있었으나 오바마가 왜 동양계를 추천했는지를 놓고선 어떤 논란도 제기되지 않았다.
지금 한국에선 이와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결혼 이주민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자스민씨(氏)는 지난 11일 총선이 끝난 뒤부터 인터넷상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에는 조선족 중국인에 의한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을 거론하며 이씨를 향해 '대한민국의 등골 빼 먹는 다문화의 실체가 드러났다', '앞으로 매매혼이 늘어날 것'이라는 식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자스민은 총선과 관련, 어떤 공약도 내걸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이씨가 이주민들에 대한 전폭적인 혜택을 약속했다는 허위 사실까지 만들어 유포시키고 있다.
- 이자스민 새누리당 비례의원
이씨는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약 20만명의 결혼 이주민을 대표해 국회에서 활동할 사람이다. 그들은 당당한 이 나라의 국민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의 활약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 사회의 귀화 이주민에 대해선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혐오증)에 가까운 '닫힌 편견'을 드러내는 것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