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만 목사님께 드립니다.
목사님, 강건하신지요.
삼가 문안드립니다.
아시겠지만,
카스다에서 나와 새 누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나오기 전에 제가 올렸던 글들을 혹시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나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왔습니다.
나오게 된 동기나 상황에 대해서는
거기 올린 글들을 통해 아시리라 믿고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목사님,
제가 그 누리에서 나오며
가장 가슴 에려 했던 것은
목사님께서 만드시고
오랫동안 가꾸어오신
그 누리에
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누리를 통해
목사님께서 교단 역사의 새로운 한 장을 여셨다는 말은
제가 몇 해 전부터 이미 그 누리에서 여러 번 했던 터라
이제는 낡은 표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 새로운 역사의 터전에
오래 머물며 뛰놀고 싶었으나
이렇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이 더는 계시지 않는 그곳이
물론 허전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목사님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었으면
머물었을 것입니다.
긴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새 누리를 만들면서
목사님의 조언을 많이 듣고 싶었지만
곤란한 처지에 놓이실까 봐
자제했습니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목사님의 누리가 없었다면
민초 SDA 누리는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누리가
목사님께서 여신 새 역사의 장을
미흡하나마 이어가는 마당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하고
당돌하고 야무진 꿈을 꾸어봅니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부디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멀리서 향배하며,
목사님께 크게 빚진 후배
원일 드립니다.
위의 이메일을 써놓고 목사님께 보내드리는 걸 여러 날 미루던 중 저 아래에 유재춘님이 허 목사님을 기억하는 글을 올리셨고, 많은 분이 댓글로 동참하셨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었던 분들이 많이 계셨음에 가슴 뿌듯합니다. 방금 허 목사님께 보내드린 그 이메일을 여기에 옮겨 올렸습니다.
(아래 글은 2007년 8월에 허 목사님께 드렸던 이메일의 일부입니다.)
달초에 외숙모님 장례에 참석하러 애틀랜타에 갔다가
000 선배님과 잠간 시간 보내며 회포를 풀었습니다.
목사님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카스다를 목사님 아닌 다른 분이 관리하셨다면
지금 우리가 즐기는 이 토론문화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며 웃었고,
먼 훗날 누가 목사님의 뒤를 이을지 모르지만 조금 걱정된다고도 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이 게시판을 오래 오래 관리해주십시오.
사모님께 문안 여쭤주시고,
아드님 영욱씨에게도 안부 전해주십시오.
원일 드림
허목사님도 벌새님도
모두 대인배이십니다
두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허목사님이랑 저는 동씨라서
저도 대인배?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