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먹던날

by 지경야인 posted Apr 21, 2012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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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매 쩌그 대사 집에 갔다오께잉”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결혼식이 많아진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동구리에 쌀 두어 되박을 담아서 결혼식 집에 간다.

보통 2일은 부주를 받고 다음날이 결혼식 날이다

동구리에 가득담은 쌀로 보주를 가시면 오실 땐 반드시 동구리엔 커다란 떡 두어 개 전(부침개) 과일 몇 조각 생선 몇 토막 돼지고기 두어 점이 동구리에 가득 담겨져 온다.

“작은노옴아~~”

날 부르는 소리다

“엄매 왔는가?~”

“오냐 어서 오니라잉”

“안 해”

“어서 와서 떡 동구리에서 떡이랑 전이랑 머거라이”

“안 해 안~~머~거”

“얼렁 오랑께이”

“안 머거어~~~”

“오늘은 돼지고기 먹으라고 안할 탱께 얼렁 와라잉”

“참말 이제”

“그란 당께”

“지난번에도 안 먹인다더니 맥여 놓고는 나 안 갈라네~이~~”

“요번에는 참말로 돼지고기는 너 말고 내가 먹을탱께 얼릉 와라이~~”

“그람 나 보는데서 얼릉 돼지고기 엄매가 먹으랑께 그람 갈탱께”

“아라따 자 봐라이 내가 먹는다.”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입에다 넣는 척 하고 맛있게 먹는 척 오물오물하시더니

입을 떠억 벌리면서 다 먹었다고 확인해주신다

“자아~~ 봐라 다 먹었다 이 맛있는 것을 어째 안 먹는다고 그라냐이잉”

“또 있제 어디 한번 보여줘봐잉”

“응 봐라 봐봐 진짜 없당께에”

아무래도 불안한 듯 나는 조심스럽게 떡 동구리 곁으로 다가 간다.

‘고소한 전도 맛있고 하얀 대 떡도 맛있고 생선도 맛있고 사과 도 맛있는데

어째 우리엄매는 나에게 저 무시무시한 돼지고기를 먹이려고 한당가이’

“우와 맛있는 떡이랑 과일이랑 많네잉”

“그려 진짜 맛있응께 이따 누나들이랑 먹어라잉”

“나 그람 저그 저 사과 줄랑가잉”

“그려 주지 우리 작은노옴 줄라고 가꼬 왔는디 누구 주겄냐이”

“얼렁 주게잉”

“그람 이거 먹거라이”

“앗!!!~~아~ 아니! 그거 댜지 개기 아녀~~ 아까 다 머거다 더니 또 공갈쳤구마잉”

“요곳이 얼매나 맛있는디 그랴”

“아이구 엄매나 많이 머거어 난 안~~머~~거~~”

필사적으로 고개를 도리질 쳐도 어느새 잡은 내손을 놓지 않고 돼지고기를 내입 앞에 내민다.

“얼렁 머그랑께에”

“안 먹는당께에”

“존 말 헐 때 머거라잉”

“흑흑흑 안먹는당께에”

“아~ 해라 내가 김치에다 싸서 줄게 그람 댜지개기 맛도 안 나고 김치 맛만 나니께 눈 꼭감고 머거봐”

“이 잉잉 안 먹는 당께엥 흐흑”

“노옴으 새끼들은 서로 먹을라고 허천 껄떡하는데 이노므 새끼는 줘도 안 먹는다고 한당께에”

“그람 갸들 주지 워째 나를 줌시롱 이렇케 성가시게 항가잉”

“워뜩케 이 귀한 것을 노옴으 새끼들을 주것냐 이눔아~~”

결국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김치에 싼 돼지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데

 

분명 김치와 고기가 같이 씹히는데 김치는 목으로 넘어가는데 돼지고기는 도저히 넘어가지를 않는다.

“다 머거냐아~”

“아녀어 개기가 안 넘어 간당께에”

“그람 김치하고 같이 머거봐이이”

“그래도 안 넘어 가는 데에”

“보드란 그것이 어째 니 입속에선 안 넘어가고 그란댜잉”

“그랑께 안 먹는 당께 꼭 맥일라고 그랑께 그라제”

열 번을 김치를 집어먹은 끝에 겨우 먹을 수 있었던 돼지고기

지금도 돼지고기는 끔찍한 기억이다

6,25 직후 가난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고기는 이런 이바지 음식이나 제사 때나 명절 외에는 먹을 기회가 없어서 부모가 생각할 때의 최고의 좋은 식품은 자식에게 특히 아들에게 먹이고 싶은 심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눈물겹도록 자식에게 자기 입을 놔두고 안 먹는다는 아들을 생각하는 부모의 심정처럼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생각하는 맘은 항상 최고를 주고 싶을 것이다

“아부지 장에 갔다 오께 집 잘보고 있어라이”

“예 아부지 장에 가서 꼭 까까 사가꼬 와야댜잉”

“오오~~냐 크나큰 아매 사탕 사가꼬 올 탱께 집 잘 봐라이”

“얼렁 핑하니 갔다오쇼잉”

아버지는 둘째 아들인데도 특별한 사랑을 주시고 항상 잘 때는 나를 꼭 품에 안고 주무신다형과 나의 나이 차이가 13살이니 형은 얼마나 한 사랑을 받았는지 모르나 천방지축 으로 오냐오냐해서 버릇없고 욕심 많고 자기 밖에 모르는 아이로 크고 있는 모습이다.

형은 내가 뭔가를 알 때쯤엔 서울로 돈 벌러 나가고 없었다.

중학교 졸업 하고 얼마 후에 친구들과 돈 번다고 나갔 단다.

어렵던 시절이지만 아들이라고 중학교까지 는 억지로 보냈단다

5리쯤 떨어지 5일 마다 열리는 장에 가신 아버지가 오실시간이 가까워 오자 장 마중을 간다. 동구 밖으로 해서 아랫마을 근처 시냇가에서 아버지를 기다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장에 가고 다녀온다. 제 넘어 이모님도 장에 갔다가 집에 들렀다 다리쉼을 하고 가시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땡잡는 날이다 이모님이 꼭 우리 작은노옴 먹어라하고 과자를 주신다.

아버지가 오시나 자꾸 고개를 쭈욱 빼고 봐도 안 오신다.

종채네 아버지도 오시니 함께 기다리던 종채가 아부지 하고 달려가 종채네 아버지 손을 잡고 가버린다.

지양이네 아버지도 오셔서 지양이도 간다.

‘어째 우리 아버지는 안 오시까잉’

순철이네 아버지가 마침 오신다

“쩌그 우리 아부지는 못 봤소잉”

“오냐 금방 올 거시다 니 과자를 많이 사느라 늦는 단다”

“우와!~ 그래라잉”

한참을 기다린 끝에 저 멀리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부지이~~~~”

얼마나 반가운지 오른손을 빙빙 돌리면서 있는 힘껏 달려간다.

“어어어 천천히 와라 이 넘어진다이”

“아부지 까까 사왔소이”

아버지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달콤한 아매 사탕을 기다린 것이지

“오냐오냐 집에 가서 주마 얼렁 가자잉”

“지금하나 주쇼이 안주면 앙가”

“그려 여그 있다 천천히 오래 머거라이”

“예!~~~ 오매 맛있는거이 아부지 나 많이 기다렸응게 업어줘야 간당께에”

“으따 이노무새끼 좀 보게에 그려 얼렁 업혀라잉”

그날 장에 갔다 오신 아버지는 생선을 사오셨다.

저녁밥상은 둘인데 하나는 나와 아버지가 앉고 또 하나엔 누나셋과 어머니가 앉아서 밥을 먹는데 생선을 우리 밥상에만 올라있다

아버지는 그 생선들 중에서 머리만 때어내고 몇 마리를 누나와 어머니 밥상으로 넘겨주신다.

그리곤 생선 머리만 잡수신다.

“아부지 어째 대가리만 잡수신다요?”

“오냐 어두육미라고 생선은 머리가 맛있단다”

“에이 거짓말마쇼잉 우뚝케 대가리가 맛있다요~~”

“아녀어~ 진짜 랑께”

“그람 나도 먹을 랑께 주쇼잉”

“너는 아직 어린께에 못 먹어야 담에 커서 많이 먹어라이”

“아녀라 나 많이 컸응께 먹어도 된당께에”

“빼딱 땜시롱 못먹는 당께에”

“그람 어째 아부지는 먹으요”

“아부지는 어른잉께 먹제에 얼렁 밥 떠라 내가 개기 빼딱 발라 줄것잉께에”

“아부지이 정말 대가리가 맛있어요 그렇다니께에”

그날 생선머리와 뼈가 많이 있는 쪽은 아버지가 드시고 뼈를 잘 발라낸 살만 저의 밥에 얹어주면서 저녁을 먹는 모습이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훗날 어두육미란 허구를 알게 되었고 역시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생선살만 발라주면서 머리를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꼭꼭 씹어 먹는 생선머리가 정말 고소하고 맛이 있다는 진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안식교

하필이면 안식교냐?

그 교회는 뭣도 안 먹고 뭣도 안 먹는 교회 아니냐?

인간의 타락이 입맛에서 온다는 이야기를 아는가?

솔로몬이 하루 먹는 음식량이 얼마였는 줄아시는가?

청 말기의 서태후가 먹는 음식의 량을 아시는가?

사람이 조금 돈이 벌리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조금 더 돈이 벌리면 차를 사고

조금 더 벌리면 집을 바꾸고

그리고 넘치도록 벌리면 마누라를 바꾼다고 합니다.

가난하다가도 잠시지만 사치를 할 수 있는 것이 음식입니다

레위기나 신명기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건강만을 생각하고 주신 율법이 아닙니다.

사람이 범죄하고 생명이 길어서 범죄가 더 하면서 노아 홍수 후에 급격하게 생명력이 짧아지게 된 것을 보면 건강법으로만 생각한다면 모순이 참 많습니다.

종교적 측면에서 봐야하고 인간의 자제력을 위한 절제의 측면도 봐야하고 전염병의 위험요소에서도 봐야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사랑적 측면에서 봐야합니다

자연의 순환적 측면을 봐야합니다

지역적 자연환경도 고려해야합니다

하나님이 에스키모인들에게 레위기를 주시지 않을 겁니다

코카서스인 들에게 레위기를 주시지 않을 겁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레위기 이상의 건강법도 필요하고

아프리카 오지의 굶주린 자들에게는 레위기는 사치일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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