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배울라...

by 서울대 posted May 09, 2012 Likes 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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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끝난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함에서 8703표가 나왔다. 실제로 투표한 투표권자보다 200표 더 많았다. 확인 결과, 200표 중 180표가 이중(二重)투표였다.

본 지는 지난 3일 자에 이 문제를 기사로 다뤘다. 후진 정당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서울대에서 있었다는 사실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물론 180표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지 확인할 수 없고,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이중투표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누가 지적하기에 앞서 학생 스스로 밝히고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그런데 반응이 뜻밖이었다. 11일 뒤인 8일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했다. "모독을 좌시하지 않겠다." "서울대 총학생회 흠집 내기다." 어떤 학생은 "이중투표는 이번 선거만이 아닌 역대 모든 선거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대단히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리곤 통합진보당을 비판했다. "많은 노동자 민중이 분노했다. 당선에 눈이 먼 당권파들이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당선을 위해 원칙도 신념도 내던지는 세력과 동일시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들 눈에도 진보당 행태가 저질로 비친 모양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어떤 '진보당 당권파'란 사람은 뭉텅이 투표용지(이중투표) 의혹에 대해 "풀이 다시 살아나서 붙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각자 투표했는데 표가 저절로 들러붙었다는 '기적의 풀' 주장이다. "부실이 관행이었지만 서로 믿어왔기에, 그 관행은 부정이 아닙니다"라는 야릇한 발언도 했다.

학생이면 학생다웠으면 좋겠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이중투표의 진상부터 확인하고 고치는 것이 학생다운 모습일지 모른다.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말 잔치만 벌이다 보니, 그들이 비판하는 정파의 흉한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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