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까겠다”던 조현오와 “후회한다”는 조현오

by 사건과 진실 posted May 13, 2012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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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까겠다”던 조현오와 “후회한다”는 조현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 차이는 왜

(미디어오늘 / 김창룡 / 2012-05-14)


조현오 전경찰청장이 검찰에 출두하던 5월 9일. 언론은 그가 주장한 ‘노무현 전대통령 거액 차명계좌설’을 뒷받침할 근거나 물증을 제시할지 주목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일 대부분의 언론은 그의 주장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도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받고 난 뒤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고 유족에게 잘못을 시인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검찰에서 신빙성있는 차명 계좌번호나 은행지점 등을 이야기 했다면 보도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부분의 언론은 이 사건 자체를 ‘요란했지만 별 내용없는 것’으로 작게 보도했다.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오직 한 신문만이 제목으로 “조현오 ‘권양숙 여사 비서 계좌서 10억 발견’”이라는 제목만 보면 마치 새로운 거액 차명계좌를 발견이나 한 듯 보도했다. 동아일보 2012년 5월 11일자 보도였다.

 

 

▲ 5월 11일자 동아일보 6면

 

제목이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방식과 달라 눈길을 끌었다. 보도내용에는 ‘조현오 전경찰청장 검찰진술’과 ‘2009년 대검 중수부 수사상황’을 표로 정리하여 자세하게 보여줬다. 동아일보는 조전청장의 발언을 “권양숙 여사 비서 2명 계좌에서 10억원 발견됐다고 보고받았다. 계좌는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으로 알고 있다. 2009년 대검중수부 수사 당시 계좌추적 자료를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바로 옆에 2009년 대검중수부 수사상황을 자세하게 인용했다. 주 내용은 “노무현 전대통령측 계좌추적에서 권양숙 여사 비서 계좌에 입금된 10만원권 수표 20장을 발견했고, 이것은 권여사가 비서들에게 생활비로 준 것...”이라는 것이다.

 

10억원 거액 조전청장 주장이 2백만원 수사 현실에 가로막혔다. 동아일보 스스로 비교하여 보여준 내용에서도 조전청장이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신문이 이렇게 보도하면서도 결론부분에 가서는 조전청장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를 직접 인용해본다.

 

 

▲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돈의 규모에서 10억 원과 200만 원으로 차이가 크긴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의 차명계좌로 의심할 여지가 있는 계좌가 존재했고 검찰도 이를 실제 추적했다는 점에서 조 전 청장의 발언이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조 전 청장을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액수 차이가 크긴 하지만 계좌가 존재했고 검찰도 추적했기 때문에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과연 그럴까. 같은 내용을 같은 시각에 보도한 조선일보를 보면 제목부터 기사내용까지 모두 상반된다.

 

제목부터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조선일보 5월 11일자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다.

 

 

“조현오 前경찰청장 ‘권양숙 비서 계좌 10억, 수사기록 확인을’, 당시 수사 검사 ‘황당한 이야기… 조현오 발언은 허위”

 

조선일보 역시 제목에서 조 전청장의 ‘권양숙 비서 계좌 10억’을 내세웠지만 동시에 당시 수사 검사의 말을 인용하여 ‘황당한 이야기...조현오 발언은 허위’라고 제목을 정리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이 어떤지 짐작이 간다.

 

내용을 살펴보면, 동아일보의 보도내용과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역시 같은 날짜 조선일보 보도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록을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황당한 얘기다. 비서 계좌에 10억원이 들어 있었다면 당장 수사를 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런 차명계좌를 밤새워 찾고 있던 수사기관에서 10억원의 거액 차명계좌가 있었다면 당장 수사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검찰이 어떠했는가는 각 자의 상상에 맡긴다. 뿐만 아니다. 동아일보는 조전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는 달랐다.

 

“조 전 청장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도 조 전 청장의 '차명계좌 발언'은 허위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경향 등 다른 언론은 볼 것도 없다. 대부분 조선일보와 비슷한 논조의 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궁금한 것은 동아일보는 왜 이렇게 보도할까.

동아일보 스스로 답변해야 한다. 검찰에서 진술을 하기전에 이런 저런 보도를 할 수 있지만 검찰 진술에서조차 별 내용이 없는데로 또 다시 ‘10억 주장’을 크게 다루는 저의가 무엇인지, 보도기사에서 사실보다 의혹을 키우는 의도가 무엇인지...입을 가진 동아일보가 속시원히 답변해주는 것이 신문 독자를 위한 도리가 아닐까.

 

김창룡 /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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