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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야구장에 갔다가 겪었던 일.

 

주말에 열리는 라이벌전이어서, 일찍 줄을 섰음에도 불구하고 간발의 차이로 매진이 되고 말았다.

같이 갔던 일행들과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줌마가 팔을 잡아 끈다.

 

신용카드 새로 가입하면 표를 공짜로 주겠다는 솔깃한 제의.

그러고 보니, 주변에 비슷한 차림의 아줌마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우리처럼 표를 구하지 못한 남정네들과 흥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표를 싹쓸이 하는 영업 때문에, 일반 관람객들이 표를 못 구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분이 잠시 일었지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개혁은 접어두기로 했다. 오늘 야구를 봐야 한다는 실존적 고민이 앞섰다.

 

급한 마음에 내가 총대를 매고 카드를 가입하기로 했다.  건네받은 용지에 이름을 막 쓰려던... 바로 그 때였다.

왁자지껄했던 주변을 한번에 잠재우는 앙칼진 목소리...

 

"이 카드 쌍*들아 ! 다 꺼져 이*들아. 경찰 뭐하는거야, 다 잡아가 이 개*들".

순간 정적이 흘렀고, 카드 아줌마들, 흥정 하던 남자들, 모두 하나 둘씩 눈을 깔고 자리를 피한다.

 

데자뷰 ! 어디서 봤던 광경이더라 ?

 

맞다. 이 분은... 2000년전, 예루살렘 성전 앞 마당, 안나스의 상점에서 환전상들의 상을 뒤엎고,

채찍을 휘두르며 폭풍 분노를 발산 했던, 바로 그분, 예수 그리스도의 현현이었다.

이 정의롭지 못한 야구장 매표소 앞 광야에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라는 드고아의 목자 아모스의 외침이기도 했다.

 

한 의로운 시민의 외로운 궐기가, 현실과 타협하고, 쉬운(?) 거래를 하고 있었던 나를 부끄럽게 했다.

상념에 빠져 있던 나에게 기둥 뒤로 함께 피신했던 카드 아줌마가 속삭였다.

 

" 정말 무서워요... 저 암표 아저씨..." .

 "네...넹???"...

 

아. 그랬구나. 그랬구나.

 

그 분은 그 야구장 암표상의 "대마왕"이셨다.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세상에, 공짜 분노는 없다.

지나치게 정의로운 분은 쪼끔~ 의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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