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회성 회복 위한 심포지엄...교인 상한선·공익 재단 설립 제안




20120711_3.JPG » 7월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 기독교 사유화와 공공성 심포지엄'이 열렸다. 발제자들은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제안들을 내놓았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한국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 이유는 돈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이런 돈과 권력의 욕심에서부터 왔다. 돈과 권력은 공교회를 사유화한 주범이다. 막대한 돈과 물질, 권력이 다시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황승영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회장은 한국교회 공교회성의 현주소를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대형 교회 세습, 목회자들의 전횡, 연합 기관의 횡령 사건들은 모두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와 종교 기관을 사유화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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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승영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회장은 "세속 가치를 초월해야 하는 교회가 세상보다 더 세상적"이라며 공공성 회복을 위한 의식 개혁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한국기독교학회·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은 지난 7월 6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 기독교의 사유화와 공공성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충현교회부터 시작한 대형 교회 세습 문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금권 선거, 찬송가를 놓고 벌이는 이권 다툼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세속 가치를 초월해야 하는 곳이 오히려 세상보다 더 세상적"이라며 한국교회 현실을 개탄했다.


황 회장은 "모든 것이 돈으로 되는 세상 속에서 총회장을 돈으로 사고, 연합 기관장을 돈으로 로비해 얻고, 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돈으로 사고, 장로 권사 직분을 돈을 내고 받아야 마음이 편하고, 돈과 권력을 남에게 주기 아까워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모든 것이 돈으로 되는 교회'는 교회적이지 않다"며 "한국교회 사유화를 막고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 방위적인 의식 개혁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 맘모니즘에 정복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기독교의 사유화 문제에 대해 다각적 접근을 시도했다. 목회적 관점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맘모니즘에 완전히 정복됐다"며 "가난한 시절에는 물질에서 자유로웠던 교회가 부유해지니까 물질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속초의 작은 교회 목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이단 보다 더 무서운 것이 큰 교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늘날 목회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보편적 교회의 공교회성이 사라진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입으로는 천국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사회적 관점에서 발제에 나선 이철 교수(숭실대)는 기독교 사유화 문제의 기저에 "물질에 대한 욕망과 자신의 뜻대로 물질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나르시스적인 자아가 숨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질과 사유화 욕망 앞에서 교역자나 교우들의 인간적 관계, 심지어 부모 자식 관계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욕망에 의미가 있는가' 물으며 "오직 남는 것은 의미조차 갖지 못하는 자기 자신, 곧 파괴된 자신밖에 없다"고 보았다.


신학적 성찰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신건 교수(서울신대)는 "교회의 사유화를 위한 신학적 근거를 그 어떤 교회론으로부터도 끌어올 수 없다"며 "한국교회가 점점 사유화되는 것은 신학적으로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신앙고백을 치열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교회 현장에서 조직신학적 성찰만큼 무시되고 폄하되는 분야가 없다"며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재정 타 용도 사용 막는 제도 필요"

이날 발제자들은 한국교회 사유화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의식 개혁과 제도 마련에 대한 제안들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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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진 목사는 "교회가 입으로는 천국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정성진 목사는 "교회의 재정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회 재정을 선거 등 타 용도에 사용할 수 없도록 교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목사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의 항목을 분명히 정해 놓고 이를 넘는 것에 대해 제직회가 제동을 걸고 법에 호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밖에 정 목사는 "교회 개척 단계부터 개인이 돈을 드려 개척하는 것은 지양하고 교단이나 큰 교회가 개척을 주도하는 것은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교인 상한선을 두어 주변 교회가 황폐화하는 것을 막자고 요청했다.


공익 재단을 세우자는 구체적 제안도 나왔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원)는 "사적 기반에서가 아니라 공동 재산으로 남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관리하고 인정할 수 있는 재단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공익 재단 설립을 통해 대형 교회 위주의 한국교회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기독교학회는 이날 한국 기독교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영적 회복 운동과 각성 운동 전개 △교회를 소유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 변화 △세상의 부조리한 질서 변화 △보편적 가치와 합리성, 공익성에 바탕을 둔 기독교 정신 회복 및 기독교 공익 재단 설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