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는 그의 인생관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내가 세상 때가 묻어서 그런 것은 맞다
하지만 직업적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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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 선임기자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7/26/2012072601665_0.jpg)
하지만 그를 향한 이런 유의 십자포화(十字砲火)는 별 효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기성체제에 대한 불신과 도전의 '심벌'이다. 언론매체와 정치판에서 그를 공격할수록 오히려 지지층을 더 단단하게 할 것이다. 지지 폭도 확대될지 모른다. 그의 지지율은 더 이상 '거품'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게 분명해졌다.
그는 자신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그 리더십의 바탕은 진심이다. 진심이 있어야 사람이 따라온다.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결국 진심은 전달된다고 믿는다."
대중의 열광은 그가 사심(私心) 없고 순수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한 표정의 그에게서 '도덕'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배웠고 많은 도전을 했고 그때마다 성공한 그는 너무 겸손하기까지 하다. 젊은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멘토'다. 그는 거짓말이나 술수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로 믿게 된 것이다.
그가 예능프로에서 "국민들이 '내 생각'에 동참해주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뒤, 쉽게 정상의 지지율을 탈환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 피로감'이란 헛것이었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기대는 그를 더욱 완벽주의자로 몰아갈 공산이 높다. 그는 단정한 '바른 생활 아저씨'로 남아있어야 한다. 보통 인간으로서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그는 우리의 일반 상식과 멀어지고 있다.
그가 책 출간 하루 전 예능프로에 출연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정치적 의도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치밀하게 계획된 깜짝쇼'이든 간에, 그가 전략적으로 흥행을 연출해냈다면 부러운 것이다. 정당 구조에서 그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선거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예능프로 출연의 정치적 의도를 부인한다. "나는 말할 때 숨은 의도가 없는데도 언론은 그걸 상상한다. 언론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지지자들도 "그분의 말은 액면 그대로 믿으면 된다"고 동조한다. 하지만 진실이 어디에 있든 우리의 일반 상식은 "그가 계산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런 이중성이 역겹다"는 쪽이다.
그는 출마 선언을 계속 늦추는 것에 대해 "나에 대한 기대가 온전한 지지인지, 환상이나 거품이 낀 것은 아닌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역시 이분은 신중하고 진지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상식은 "매사에 간만 본다. 검증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늦췄다가 막판 흥행을 노린다"고 본다.
그는 예능프로에서 "'안철수 대세론'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지지자들은 이를 겸손한 인격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런 답변에 실소(失笑)를 짓게 되는 것이다. 그가 군대에 입대할 때 "새벽까지 백신을 개발하다 가족들한테 말없이 입대했다"는 주장도 그런 시빗거리다. 이를 놓고 사실 여부를 다투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그가 진심·도덕·순수의 화신(化身)으로 나서지만 않았다면 아예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어쩌면 성인(聖人)에 가까운 모습이 그의 실제 모습일 수도 있다. 그는 "비판에는 비판하는 이의 인생관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러니 저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하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내가 세상 때가 묻어서 그런 것은 맞다. 설령 그렇다 해도 나는 직업적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다. 내가 지금껏 만나본 어떤 사람들, 심지어 성직자들도 그런 '완벽한 인간'은 없었다. 인간 본성을 바깥으로 위장을 하지 않고서는 말이다.
어떤 이들은 진정으로 안철수씨를 아껴서 그가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혹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따져 그의 불출마를 원하는 이들도 많다. 자기 손을 들어줬으면 하고 가슴 졸이는 대선 주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가 돌아서서는 안 된다고 나는 본다.
무엇보다 그의 말 한마디로 박원순씨 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그의 메시지 하나로 총선 출마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가 정치판 바깥의 '정치 멘토'로 남아서는 안 된다. 그의 출마로 그에 대한 환상과 실체를 정리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된다
박영희 님,
어느 매개체에서 퍼온 것인지 출처를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쓴이의 사진과 이름도 있으니 매개체 이름도 밝혀주실 수 있으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