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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노년] <앙티브행 편도>
12.08.03 17:02l최종 업데이트 12.08.03 17:03

* 이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영화 <앙티브행 편도> 포스터
ⓒ 2012스웨덴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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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칠십 넘은 아버지 혼자 남으셨다. 혼자 살면서 집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아버지는 집을 처분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거기다가 자식이라고 달랑 둘 있는 남매는 둘 다 당장 돈이 필요하다. 그 돈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은데 아버지는 요지부동이다.  

 

이럴 때 자식들이 짜낼 수 있는 것은 뻔하다. 상속받으려면 언제가 될지 모르니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아버지 집을 팔아 그 돈을 가지고 싶다.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으니 속이는 수 밖에 없다. 아버지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고 집은 팔아치우는 것이다.  

 

자식들이 이럴진대 노인 혼자 사는 집에 드나드는 젊은 도우미는 어떨까. 그것도 별로 성실하지 않고, 애인의 강요 때문이라고는 해도 일하는 집에서 물건을 슬쩍 슬쩍 훔쳐내는 도벽이 있는 도우미라면. 

 

영화 <앙티브행 편도>의 배경은 이렇다. 그러나 칠십 넘은 인생 고수가 과연 이들의 수를 읽지 못할까? 아버지는 자식들의 꼼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고 있고, 도우미의 괘씸한 짓도 다 알고 있다. 

 

생일 축하를 빙자해 아버지를 찾은 자식들, 집의 거래가 성사되고 모든 게 자식들의 뜻대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아버지는 옆집에 사는 친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자식들 몰래 집을 탈출한다. 어찌 어찌하여 도우미가 그 길에 동행하게 되고, 놀란 자식들이 그 뒤를 바짝 쫓는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곳은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산 '앙티브'. 사랑했으나 함께할 수 없었던 여인이 살고 있는 곳. 늘 가고 싶었으나 아내와 아들과 딸을 버릴 수 없었던 아버지가 이제 그곳을 향해 간다.

 

당신에게는 마음속 그곳으로 가는 기차가 있는가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이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버려진 묘지도 있다. 삶의 여정이란 이런 것이라고 자연스레 보여준다. 그러나 73세 노인을 따라 달려가는 길은 심각하기보다는 웃음이 훨씬 더 많다. 순전히 귀여운 할아버지 덕이다.  

 

앞뒤 정황을 보면 속상하고 화가 날 것 같지만 할아버지는 삶의 두께만큼이나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간다. 평생을 미루었던 길이어서일까. 할아버지가 그 길의 마지막에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도 그 길을 함께 간다.

 

젊어서 "아니, 아직 못 가!" 하며 스스로를 주저앉혔던 아버지의 가슴에 불을 붙인 것은 해마다 생일이면 꽃을 보내온 그 여인이기도 하지만, 자식들이다. 아버지의 남은 삶을 오직 남겨줄 집 혹은 재산으로만 본 아들과 딸.

 

'인생의 반은 기차에 올라타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늙은 남자. 예전에는 젊고 아름다웠겠지만 이제는 남자 못지 않게 늙어버린 여인은 남자를 보고 말한다.

 

"이렇게 와주었네요."

 

결국 아버지는 자식들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유산 정리를 하고, 앙티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나이 73세에!

 

영화는 웃음과 함께 노년의 삶, 자식들과의 관계, 자식보다 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의 존재, 평생 가슴에 품은 사랑과 그 사랑을 향한 꿈, 그래도 끝까지 책임을 다해 지켜낸 가정,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찾아나선 그 마음, 모두를 촘촘하게 엮어 보여준다.

 

그러면서 내게 묻는다.

 

"당신에게는 늘 올라타고 싶은, 마음속 그곳으로 가는 기차가 있는가? 그것도 편도 표를 끊어서 가고 싶은."

덧붙이는 글 | <앙티브행 편도>(A One-way to Antibes, 스웨덴, 2011)
감독 : 리카르드 호베르트
출연 : 스벤 베르틸 토우베, 레베카 페르구손, 단 에크보리 등
2012 스웨덴 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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