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지켜진 안식일

by 허주 posted Aug 05, 2012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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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지켜진 안식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이층집은 남의 나라.

안식교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월급에서 뗀 십일조봉투를 챙겨

 iPad를 끼고
늙은 목사의 설교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안식일이 이렇게 쉽게 지켜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층집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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