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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낙동강은 '녹조라떼' 지난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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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이 녹조로 뒤범벅이 됐다. 식수와 직결되어 있는 4대강이 일명 '녹조 라떼'로 전락하자 당장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그러나 지금의 이 사태는 이명박 대통령 나름의 '대국민 선물(?)'이자, 4대강 사업이 불러온 재앙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미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양식 있는 지식인들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에선 4대강 사업이 불러올 문제점과 재앙을 경고하고,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그러한 재앙 가운데 생태계 파괴, 수질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의 경우 너무나 절박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속에서 정작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고 파괴된 문화유산 보호 문제는 현재까지 여론의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초래된 문화유산 파괴 역시 4대강 사업으로 초래된 재앙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다. 향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는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벌이게 될 경우, 이 문제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1.

4대강 사업은 기본적으로 졸속으로 추진됐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 조찬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은 정쟁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 속에서 이 대통령은 이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어찌 보면 국토개조사업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대한 사업이 대통령이라는 존재에 의해 법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절대화되어 실행됐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무시한 채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받들어 4대강 사업 홍보에만 열을 올렸고, 이에 4대강 사업의 추진 과정과 결과로서 초래될 폐해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속에서 정부는 4대강 주변의 생태계 보호와 문화유산 보호와 같은 문제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단적으로 문화재 지표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비롯해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철저히 준비해야 할 모든 조사들이 형식에 그치거나 축소되어 이루어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 2월∼4월에 이르는 불과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문화재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범위 내에 분포하고 있는 문화재는 지정문화재 169건, 매장문화재 추정지·비지정문화재 1482건으로 총 1651건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마저도 조사 구역 축소, 부족한 조사 기간, 조사 인력 및 장비 부족 등으로 비판받았다는 점이다. 2010년 10월 국회 문방위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문화재 지표조사가 4대강 유역의 1∼2퍼센트에서만 실시됐다"고 질책했다. 물론 이러한 부실 조사가 이루어진 원인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공사 기일을 미리 정해두고 정해진 기간 내에 급박하게 문화재 조사를 마무리해야만 하는 현실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문화재 현황 조사보다 더욱 중요한 문화재 보존 대책 마련과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역시 정부 혹은 관련 기관 차원의 노력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사실 문화재 보존 대책의 경우 공사 시작 전에 이미 마련해 두거나 사전 계획 당시 염두에 두었어야만 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일단 공사부터 강행한 탓에 문화재를 발굴하더라도 오히려 발굴된 문화재를 다시 매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했고, 심지어 일부 지역의 경우 수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재는 주변 경관과 함께 하나의 권역을 이룸에도 불구하고, 공사 과정에서 이러한 점은 거의 무시되었다. 몇 가지 보기를 통해 그 실상에 접근해보자.

낙동강 유역에 위치한 함안 지역은 고대 가야의 한 소국이자 한때 가야제국의 맹주국으로 부상하기도 했던 안라국이 존재했던 곳이다. 이런 탓에 가야 계통의 유적이 널려 있다. 실제 2010년 3월 낙동강 함안보 건설 현장에선 가야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토기 및 파편조각이 쏟아져 나왔다. 연거푸 낙동강 합천보 공사 현장에선 조선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유적이 발견됐다. 이 유적은 최근 생활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두 유적은 수력발전소 건설로 인해 곧 매장될 운명에 처했다. 이 유물, 유적들로선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모진 수난을 당하게 된 셈이다.

 2010년 4월 경기도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 공사현장에서 삽차와 덤프트럭이 준설작업을 벌이며 모래를 퍼나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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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유역은 예로부터 삼국의 각축장이었으며, 농경이 발달해 나름의 인문정신을 싹틔운 곳이다. 그래서 남한강 가의 여주는 세종대왕릉, 신륵사 등 중요 유적이 많이 존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2010년 2월, 이 지역의 문화재 조사를 떠맡은 발굴 전문 업체는 문화재청의 요구에 따라 불과 열흘 만에 조사를 마쳐버렸다. 이 문제는 같은 해 10월, 국회 문방위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한강 여주보가 설치되어 수심이 7∼8.5미터로 높아지면 삼투압에 의해 불과 7백 미터 떨어져 있는 영릉(세종대왕릉)의 지반침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010년 4월에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영주댐 건설로 고택을 비롯한 국가지정문화재 1곳 및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12곳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이 문화재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댐 공사는 그대로 강행됐다.

이로부터 6개월쯤 지난 2010년 10월에는 4대강 사업 낙단보 공사 구간에서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보살좌상이 발견됐다. 그런데 이 불상의 우측 상단에는 흉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바로 공사 과정에서 불상이 훼손된 것이었다. 또 불상의 얼굴에선 여러 군데 긁힌 자국이 있었다. 문화재청은 공사 중 굴착기에 의한 훼손이라 밝혔지만 누리꾼들은 발파용 구멍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불상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 되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4대강 사업 가운데서도 이른바 '농지 리모델링 사업'에 의해 초래됐다. 농지 리모델링 사업은 4대강 준설토를 성토하는 사업으로, 한마디로 기존의 농경지에 4대강 강바닥에서 퍼낸 토사를 쌓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하에 매장되어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문화재의 경우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폐기되는 운명에 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 경남 함안과 창녕에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함안군 덕남리에선, 4대강 덕남 사업지구 가운데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구릉지역에서 시굴조사를 해 본 결과 신석기시대 말기에서 청동기시대 초기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되었으나 이와는 상관없이 농지 리모델링 지구로 선정되고 곧바로 성토작업이 진행됐다. 또 창녕군 비봉리에선 지난 2006년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배와 노가 발견되어 비상한 주목을 받았으나 역시 별도의 매장문화재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농지 리모델링 지구로 선정되었다.

'4대강 문화재 살리기 고고학 교수 모임'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농지 리모델링 대상 지역 중 불과 7퍼센트에 해당하는 면적에서만 문화재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최병현 숭실대 교수는 "수십, 수백만 평의 땅을 한 줌 파보지도 않고 육안으로 쓱 훑어보기만 한 상태에서 '유적 없음'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강변 충적지는 모두가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런 농지 리모델링 사업 지구의 80∼90퍼센트가 유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 우리 문화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4대강 사업을 벌이며 낙동강에서 준설한 모래와 자갈을 '농지 리모델링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농민들에게 보상비를 주고 확보한 논에 쌓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0년 9월 오전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서 불도저와 트럭이 논에 준설토를 쏟아 붇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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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11년 2월,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법을 개악했다. 그 내용 가운데 조선 후기의 경작유구, 일반가옥, 회곽묘 및 삼가마, 자연도랑 및 고토양층은 발굴조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선별적으로 발굴조사를 하도록 한 것과 일제 강점기 이후의 모든 매장문화재는 발굴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 그리고 발굴조사원 자격을 전문성을 입증하는 석박사 학위소지와 관계없이 현장 조사일수만 쌓으면 되도록 한 것 등은 큰 논란이 되었고, 고고학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문화재청이 도리어 문화재를 방치하는 결과를 불러올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4대강 사업이 문화재청을 순치시킨 결과라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이처럼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우리 국토 곳곳에서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수난을 당하며 그 존립마저 위협받았다. 위에서 든 사례들은 대표적인 몇 가지에 불과하다. 어느 보도에 따르면 4대강 유역에 분포하고 있는 문화재 중 "지정문화재 19건, 매장 및 비지정문화재 46건 등 총 65건의 문화재는 물이 늘 흐르는 하천 바닥과 하중, 물가 둔치 등 4대강 연접지역에 위치해 있어 4대강 개발 시 어떤 식으로든 파손이나 유실 또는 기능 상실 등 훼손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헤럴드경제> 2009년 12월 9일 자 참조)고 한다.

종합해보면, 4대강 사업 범위에 포함되는 매장문화재 발굴문제와 관련해선 정부차원의 어떠한 거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고, 댐이나 수중보 공사를 강행하면서도 문화재보호법은 허울에 그쳤다. 그리하여 위에서 예시한 대로 현재 수몰 위기의 처지에 놓일 문화재가 곳곳에서 생겨났고, 영원히 땅 속에 묻혀버릴 문화재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관련 당국과 해당기관은 오히려 이런 사실들을 숨기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오히려 2010년 당시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을 미연에 방지하고, 효율적인 문화재 보존·관리가 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문화유산 보존과 가꾸기 노력을 매우 소홀히 여기고, 이에 대한 인식 역시 아직 제자리 걸음 수준이기는 하다. 지난 2008년 초, 새해 벽두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된 사건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였다. 더욱이 국보 1호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던 숭례문의 소실은 역사문화민족이라 자부해왔던 우리에게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다. 당시 큰 충격에 빠진 각계각층과 언론에선 연일 그동안 문화유산을 대해왔던 우리의 자세를 비판하고 반성할 것을 촉구했었다. 이 일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4년 전 일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문화유산이 파괴될 위기에 빠지고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우리 사회, 특히 이명박 정부 당국의 기억력이 어느 수준인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을 새카맣게 망각하고,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우리 선인(先人)들이 남긴 유적, 유물을 내팽개치거나 외면해버리는 행태는 '문화강국'을 외쳤던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것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더구나 환경이 파괴되어 한 번 생태계가 무너져 버리면 옛 자연의 모습을 되찾기가 너무나 어렵듯이, 문화유산 역시 한 번 소실되거나 망실되면 영원히 그 모습을 되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비록 복원이라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이 오랜 세월과 역사가 묻어나는, 옛 선인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그 문화유산의 원형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결코 아니다. 현대의 기계로 깎고 다듬어 복원한 문화유산은 사실 '모조품'에 불과할 뿐이다. 세월이 묻어나는 아련함과 고즈넉한 맛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은 분명 '상식'에 속한다. 그러면 도대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이명박과 당국자들은 이 같은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것인가?

2.

우리나라 국토의 특색을 말하자면 대체로 야트막한 산줄기와 함께 어우러지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하천 그리고 그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을을 중심으로 하천을 따라 펼쳐져 있는 주변 평야에는 어김없이 논이나 밭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자연조건 아래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착 농업을 시작한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하천을 중심으로 정착농경사회를 이루어왔다. 그리고 이런 토대 위에서 우리네 나름의 독특한 정주문화와 농경문화가 싹텄던 것이다.

다시 말해 하천 주변 유역은 이 땅에 첫 사람이 터전을 잡은 이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터전이자 생활공간이었으며, 이에 따라 자연스레 하천을 중심으로 인문정신과 사상·신앙, 예술문화가 꽃을 피우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대개의 우리나라 하천 주변 지역에는 오늘날 우리가 소중하게 가꾸고,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들이 널려 있다.

일테면 저 까마득한 원시인들의 유적에서부터 시작해 고인돌, 고분, 산성, 마을 유적, 정자·누각, 사찰, 서원·향교 등 우리 선인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 인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들이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선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은 대개 주변 자연에서 얻어진 것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주변 자연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는 우리 국토 곳곳을 더욱 아기자기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장구한 우리 역사의 시간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그러므로 문화유산은 우리 민족이 장구한 기간 동안 이 땅에서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일구어오며 거주해왔음을 소리 없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문화유산의 일차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유산'이라 하면 대개 우리 민족이 이 땅에 발 디딘 이래 남긴 유형·무형의 모든 예술, 사상, 신앙, 생활의 흔적을 뜻한다. 그렇기에 문화유산 속에는 우리 선인들의 사유, 미적기준, 삶의 모습 등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에는 민족문화의 바탕이 되고 자기 정체성의 토대를 이룬다. 아무리 오늘날 세계화 시대, 개방화 시대를 외치더라도 그것이 곧 자기 고유의 역사 문화를 무시해도 좋다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또 아무리 오늘날 탈민족주의를 외치더라도 그것이 곧 장구한 기간 역사 문화공동체로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왔던 '우리'의 모습을 부정할 수 없음을 물론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우리 국토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문화유산들은 외형적인 규모나 아름다움을 떠나 저마다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데에서 우리 선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 현대적 의미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지도자의 독선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우리 국토 곳곳에 스며있는 옛 선인들의 자취와 혼이 말살된다는 사실은 우리의 후대를 위해서라도 매우 슬픈 일이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자기 고유의 역사문화를 상실한 민족이 미래의 역사를 추동해갈 힘을 확보할 수 있을까? 더욱이 자기 손으로 고유의 역사 문화 가치를 망실해버린다면 이러한 아픔은 우리의 내면에 더욱 깊게 남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러한 사례를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창 개발과 성장이 모든 가치를 압도하던 지난 70년대, 정권 주도로 일어난 새마을운동으로 우리 농촌 공동체에 존재하고 있던 수많은 유속과 문화유산들이 도로 포장, 마을 정비 등의 명목으로 파괴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네 농촌에선 더 이상 정겹고 옛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초가집과 기와집, 돌담 등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흔했던 초가집을 이제는 한국민속촌과 같은 특별한 공간에서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이는 급속한 산업화와 개발의 과정에서 우리의 고유문화와 가치관을 비하하거나 무시해 버린 결과였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우리의 전통문화를 쉽게 접할 수 없는 결과를 낳았고, 이것이 끝내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자기 문화'가 실종된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조금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제 식민지 시기, 우리의 빼어난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파괴되거나 도굴당하거나 해외로 반출된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개발과 성장이란 미명 아래 문화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아직도 망각하고, 마치 이웃집 물건 다루듯 하는 태도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지금부터 80여년 전, 육당 최남선은 우리의 국토를 두고 이렇게 썼다.

    조선의 국토는 산하 그대로 조선의 역사며 철학이며 시(詩)며 정신입니다.
    문자 아닌 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록입니다. 조선인의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의 위에 박혀 있어,
    어떠한 풍우(風雨)라도 마멸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최남선,『심춘순례』, 1926)

우리의 국토란 이런 것이다. 비록 훗날 친일파로 전락한 최남선이 쓴 글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4대강 사업으로 온 국토를 헤집어 놓은 현실을 되돌아볼 때 한 번쯤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다. 위에서 최남선은 이 땅 위에 조선인의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가 뚜렷이 남겨져 있기에 "어떠한 풍우라도 마멸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어떠한 풍우라도 마멸시키지 못하는 그것이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과연 우리는 우리 국토 산하에 배어있는 역사와 철학, 시와 정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녹색평론>2010년 7-8호 독자의 목소리에 실린 저의 글, <4대강 주변 문화유산 보존이 시급하다>를 크게 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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