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래 여자라서 햄볶아요님이 쓰신 "그 자의 ㅂㄹ을 잡아야 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에 대하여
그 내용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동감한다는 것을 밝힙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쩌면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저를 포함하여, 우리들의 단어 선택에 영향을 주는,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관습적 성차별적 편견에 대하여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입니다.
(다른 몇몇 분들도 같은 표현을 올리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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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그 자의 부랄을 잡아야 합니다" ...
직설적이고, 해학적입니다.
가식적이지 않지요.
그런데,
여성의 생식기에 대해서 저런 표현이 이곳에 올라와도
모두들 편안하게,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비판의 대상이 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여성일 경우,
"목사님, 그 자의 보지를 잡아야 합니다" 라는 제하의 글이 올라와도 괜찮을까요 ?
괜찮다고요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
안괜찮다고요 ?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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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냐...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실 제 생각이 아니라, 대학때 수강했던, 한 여성학 교수님의 지론이지만...)
만일에, "목사님, 그 여자의 보지를 잡아야 합니다"라는 표현이
웬지 모르게 불편하고, 거북하다면,
"목사님, 그 남자의 부랄을 잡아야 합니다"라는 표현도 삼가하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웬지 모르게 불편하고, 거북하다"고 느껴지는 "언어 감수성" 이 중요한 것입니다.
뿌리깊은 성차별 (not 역차별!!)의 또 다른,
더 악질적인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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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는 귀하고, 남성됨의 상징인 그 성기는 따라서 자랑스럽고,
여자 아이는 천하고, 여성됨의 상징인 그 성기는 따라서 수치스럽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자아이의 경우 "꼬추"를 공공장소에서 비교적 더 많이 드러내서 키우고, (귀하니까 자랑스럽게!)
여자아이의 경우, 되도록 감추어왔다는 것입니다. (천하니까 부끄럽다)
특히 돌사진의 경우 "꼬추"를 드러낸 사진은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없습니다.
이런 의식에서 출발해서, 단어 사용에 있어서도
남성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의 사용은, 비교적 거리낌없이 용인되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터부시되었다는 것이지요.
일견, "부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제 값 못하는 남자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보이지만,
저 표현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대상을 상정하면,
분명 저 표현은 이 나라의 뿌리깊은 성차별의 또 다른 단면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 단어를 쓴 어떤 누리꾼에 대한 댓글 성격의 글이기는 했지만, 얼마 전 저도 이 단어를 제목과 글에 사용했습니다.
지금 이 댓글 올린 후 가서 수정하겠습니다.
인식의 지평선을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