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교회 교인 출가하다"
금주에 가장 많이 본 기사로 '등극'이 되었습니다.
이런 1등을 해보네요. 혼만 잔뜩 나는... ^^
제게 인터뷰를 요청하시고 기사화해 주신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님과 정재원 기자님께
이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와 '그 용기'에 존경을 표합니다.
뉴스앤조이가 이 땅에 빛이자 소금 되는 탄탄한 참 언로가 되실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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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은 씨는 순복음교회 교인이었다. 유학 시절 도쿄 번화가에서 노방전도를 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스펙도 좋았다. 영국 성공회 미션스쿨인 릿쿄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동경대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학과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했다.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일본 대사관 등을 거친 성 씨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에게 평안함이 없었다. 좋은 직장과 기독교 신앙이 있었지만 그의 답답함을 해결해 주진 못했다. 그러던 중 선물로 받은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를 읽었다. 답답함의 근본에 잘못된 신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공회로 교회를 옮겼다. 하지만 순복음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미련 없이 직장과 교회를 떠나 선불교로 이끌려갔다.
올해 6월에 출간된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삼인)은 성 씨가 머리를 밀고 비구니로 출가했다가 환속하여 낸 책이다. 교회 아닌 '선방'(참선하는 방)에서 만난 하나님이 궁금하여 지난 8월 22일 서울대입구역 근방 한 찻집으로 성소은 씨를 찾아갔다. 법복을 입고 나타나 합장으로 인사할 거라는 상상과 달리, 성씨는 캐주얼한 옷차림이었고 평범하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신앙 여정에서 그가 얻은 깨달음에는 내공과 해방이 느껴졌다.
이날 만난 성 씨는 순복음교회와 성공회에서 신앙생활하며 느꼈던 답답함, 선불교에서 수행하며 '참나'를 찾게 된 과정, 선불교를 우회하여 다시 만난 하나님, 환속하여 새롭게 기획하는 프로젝트 등 굴곡 많은 그의 신앙 여정을 경쾌하게 풀어갔다. 아울러 종교 다원주의와 선불교에 대한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도 "웰콤"(welcome)으로 포용하며 타 종교에 대한 편견과 무지의 안개를 걷어내려 애썼다.
다음은 저자와 나눈 일문일답.
- 순복음교회 교인이었다가 성공회로, 그리고 선불교를 지나 지금은 환속해서 살고 있다. 신앙의 여정이 다채롭고 남다르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것 같아서 낯설지만, 나에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성장기 때 순복음교회에서 즐겁게 신앙생활하다가 자연스럽게 물음을 가지는 시기가 왔다. 예수님은 남녀노소 차별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셨는데, 밖에 나와 보니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일하던 곳 또한 기득권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너무 답답했다. 그러던 와중에 오강남 박사의 <예수란 없다>라는 책을 만나, 답답함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신앙생활을 잘못했던 것이었다. 그 책을 통해 나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자유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진리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성공회 교회에서 절충의 시간을 보냈다. 엄숙하고 장엄하고 좋은 곳이었지만, 근원적인 해답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순복음교회와 다르지 않았다. 1년간 꾸준히 교리를 교육받다가, 우연히 현각 스님을 만나면서 급격하게 변했다. 삼천 배를 드린 후부터 성공회 교회를 가지 않았다."
- 기존 신앙생활에서는 무엇이 답답했나.
"삶에 내적 평화가 없었다. 사람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넘어진다. 그래서 이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는 넘어지지 않고 잘 살고 싶었다. 제도적인 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던 예수님처럼 되고 싶었다."
- 보통 사람은 신앙생활을 하다가 넘어지더라도 그냥 죄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받아들인다.
"나는 죄인이라는 말이 싫었다. 기독교 신앙이 나에게 한계가 있었던 것은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쳇바퀴를 돌듯이 만들었다. 복을 받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그런 신앙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교회를 떠났다고 예수님을 버린 건 아니다. 오히려 교회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예수님을 만나고 싶었다."
- 선불교에서는 무엇이 달랐나.
"많은 것이 명확했다. 현각 스님을 만나서 거침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교회에 다닐 때는 불교를 절대 악으로 취급했는데, 내가 만난 불교는 아름다웠다. 나에게 불교는 성경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그래서 진정으로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책을 쓴 이유도 기독교인을 거울로 비춰주고 싶어서다."
- 기독교인의 어떤 모습을 거울에 비춰주고 싶나.
"신앙생활을 아무리 오래 해도 자신의 단점 하나 고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조화롭고 화목한 생활을 못 하는 사람이 많다. 신앙 때문에 관계가 어긋나는 사람도 많다. 기성 교회가 성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서 그렇다. 모든 흐름이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데 있지 않고 끊임없이 밖을 보게 한다. 성공해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못난 사람들을 껴안은 분이다.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 기독교에서 듣지 못했던 질문의 대답을 선불교에서 명확하게 들었다고 했다. 그 대답이 무엇인가.
"예수님도 광야에서 기도하시면서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는 말씀을 깨달으셨을 거다. 교회에서도 성령이 오신 신약시대 이후 누구나 제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재자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동안거'를 하는 동안 깨달음을 얻었다. 내 안에 답이 다 있다. 하나님이나 구원이 무엇인지 나의 언어로 알게 됐다.
그분과 나는 분리된 관계가 아니었다. 존재와 나를 자각할 때 그 깨달음이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당신이 온전한 사람이다'고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부처'라고 표현한다.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는 부처인 것이다. 깨달음 이후에는 삶을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진다. 지금은 저마다 물신주의에 빠져 있다. 심지어 종교가 물질세계의 선봉에 서 있는 일도 있다. 각자가 깨어나야 할 때인 것 같다. 목회자에게 나의 영혼을 맡길 수 없다."
- 대다수 보수적 기독교인은 종교 다원주의를 거부한다.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불교는커녕 다른 나라의 기독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무지의 소산이다. 자기 삶에서 최소한 민주화는 이뤄야 할 것 아닌가. 왜 목사의 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고민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신앙은 나의 존재 형태라고 본다.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신앙과 동떨어질 수가 없다."
- 어머니도 순복음교회 교인인데 딸이 선불교로 출가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그전부터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믿음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도 근본주의 신앙 안에서 간절함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성경을 수없이 통독하시면서 말 그대로 수행을 하신다. 그래서 서로 통했던 것 같다."
▲ 성소은 씨에게 불교는 성경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는 참선 가운데 교회가 가르쳐 주지 않은 예수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
- 기독교가 기복주의적인 신앙으로 현세에 적응했다면, 불교는 그런 현실을 떠나 '템플스테이'처럼 잠시 쉼을 줌으로써 또다시 현세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불교가 근본적으로 그 사람의 삶이나 사회를 바꾸지 못하는 거 아닌가.
"불교는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공(空) 사상을 이야기하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내 생각에는 자족하면 잘 사는 것 같다. 누구도 물질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허우적거리지 않고 바다에서 잘 헤엄치면 그 세계를 즐길 수 있다. 그때 종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템플스테이는 마음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준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없이 외적으로만 움직이니까 고장이 난다. 하루 세 끼 밥을 먹듯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각 스님이 법문이 다 끝난 다음 하루 십 분만 좌선을 하라고 간절히 조언하셨다. 그때는 의아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예수님을 닮는 참사람이 되게끔 하는 시간이다. 템플스테이는 나와 화해된 삶을 살기 위한 필수품이다."
- 나와 화해한 삶은 개인의 행복과 연관하지만 내 이웃을 돌아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과는 무관한 것 아닌가.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에서 지혜가 나온다. 단지 버틸 힘을 충전하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바른 이해와 안목을 준다. 불교에서는 '정견'(正見)이라고 하는데, 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진다는 것이다. 바르게 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많아지다 보면 사회도 변화될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를 보며 하나님이 여기 의인이 열 명만 있으면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맑은 사람의 존재는 한 사회, 한 국가와 견줄 만하다.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다. 내가 잘 살면, 온 우주를 잘 살게 하는 힘이 된다. 그것은 절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게 세계 평화다. 모두가 엮여서 존재한다."
- '참나'를 찾는 것과 자기계발적인 논리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경쟁이다. 자기계발은 타인과 경쟁하여 우위에 서기 위함이다. 하지만 참나를 찾는 것은 경쟁이 아니다. 나와 네가 하나임을 아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인권이 보편적인 것처럼, 참나 또한 우월이 없는 보편적인 것이다. 이것은 줄지도 않고 늘지도 않는 가치다. 참나를 한번 찾으면 유효기간이 없다. 자기계발은 그렇지 않다.
물론 처음에는 세속적인 욕망으로 출발해도 괜찮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기 안에 있는 엄청난 힘을 발견하면 무릎을 칠 거다. 수행하면서 감자를 캐 봤다. 조그마한 것에서 줄줄이 달려 나온다. 나를 찾는 과정도 그렇다. 산에 올라갈 때 점점 경관이 넓어지는 것과도 같은 기쁨이 있다. 정상에 올라가면 모든 것이 다 보인다."
- 다음 달 2일 종교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유유녹명종교나눔터'(www.njn.kr)를 개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독교와 불교는 서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가야 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자나 성직자들끼리는 종교 간 소통을 해 왔다. 하지만 그 기운이 일반 평신도들에까지 내려오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지도자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끼리 모여 종교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익히려고 한다. 개원 후 첫 프로그램으로 '오강남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종교 둘러보기'와 도법 스님이 진행하는 '지금 당장, 참사람으로 사시게' 강의를 준비했다. 평신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기대가 많이 됩니다.
- 다음 달 2일 종교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유유녹명종교나눔터'(www.njn.kr)를 개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독교와 불교는 서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가야 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자나 성직자들끼리는 종교 간 소통을 해 왔다. 하지만 그 기운이 일반 평신도들에까지 내려오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지도자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끼리 모여 종교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익히려고 한다. 개원 후 첫 프로그램으로 '오강남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종교 둘러보기'와 도법 스님이 진행하는 '지금 당장, 참사람으로 사시게' 강의를 준비했다. 평신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