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폼 잡지 마세요

by 김주영 posted Dec 03, 2010 Likes 0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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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우리는 


폐품을 재생해서 만들어진

recycled product 들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은

진실이다.


내 몸의 모든 원소들이

흙에서 왔다.


이 지구에서 왔다. 


고등학교 때  배운 탄소, 질소의 순환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내 몸의 탄소원자들은

어느 동/식물의 몸에 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대기로 나가 떠 있다가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다시 식물로 돌아와서

내가 그 식물을 먹었든지

아니면 그 식물을 먹은 동물을 먹었든지 해서

내 몸로 들어와 내 일부가 되었다. 


내 몸의 수소와 산소 원자들은

어느 동물의 몸에 들어갔다가

그 오줌으로 나왔던 수분에서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태평양이나

미시시피강물이나

그런데 있다가 

내게 들어왔을까?


내 몸의 근육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의 질소들


어느 쥐나, 뱀이 죽어 

그 시체의 

그 단백질이 분해되어

대기로 순환되었다가

콩의 뿌리혹 박테리아 같은 것에 의해 

다시 식물로 들어가고

나는 그것을 섭취하고...


아니면

내가 꼴보기 싫어하는 저 사람의 오줌에서

요소로 나온 질소가

내가  엊그제 먹은 두부에 들어 있다가

내 다리의 근육의 일부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내가 뭐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폐품 처리되어

재생된 물질로 만들어진

recycled 된 제품이다.


하나님의 세상에 낭비란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

같은 곳에서 나온 원소들로 모자이크된,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모든 원소들에

일련 번호를 붙여  추적할 수 있다면


나와 너의 성분이 

별로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나, 저 나무나, 

내가 키우는 개나, 

들짐승이나 파충류나 새나

서ㅏ로 원소를 recycle 하며

공유하는 존재들임을 알것이다. 


이런 당연한 소리를 새삼스럽게 하고 있으니

멋적어진다. 


원소는 끊임없이 순환되는데


생겨나는 모든 새로운 개체에 

개체성을 부여하고

서로 다르게 만드는

그건 무엇일까?



영혼이라는게

물질과 떨어져 있다는

참으로 오래된 이원론은

그 하나의 설명이다. 


원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이 생겨나는

그런 원리의 연장이

물질에서 정신이나 영혼이 나오는 기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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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마을 님이 꿈에 보고 전해준


천국 도성 어느 모퉁이에 쓸쓸히 앉아

지구로 귀환하고 싶어하는

천상병의 모습을 보고


우리가 

이 땅에 

얼마나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너는 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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