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고 김지태씨 유족의 정수장학회 주식반환 청구소송 판결을 언급하며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가 “강압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번복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이를 두고 "어떻게 이런 것을 실수할 수가 있느냐", "박 후보의 두뇌는 백지상태"(진중권)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한 박 후보에 대해 정치권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정치·시사평론가들도 실망스런 반응을 넘어 냉소적인 평가를 나타냈다.

정수장학회를 두고 고 김지태씨가 당시 부패 혐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헌납한 것이라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 주장과 관련해 KBS는 “이 과정에서 박 후보는 김씨 유족이 제기한 주식 반환 청구 소송 판결을 언급하며 헌납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가 강압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박 후보는 판결문 내용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유족들과 사자에 대해 흠집내기를 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CBS노컷뉴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오후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족에게 돌려주는 것은 원고패소했지만 국가권력에 의한 강압이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에서 5·16장학회를 거쳐 넘어오는 일련의 과정이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사실상 뺏은 것”이라며 “판결은 유족이 돌려달라는 것에 대해 시효가 지나 어렵다는 것이지, 내용적으로는 법에 의해 강제헌납 됐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일장학회와 정수장학회가 별개라는 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정말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며 “법원 판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기존의 얘기와 똑같은 얘기로, 불을 오히려 재점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더욱 원색적으로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평가했다. 진 교수는 이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박 후보의 스탠스는 도대체 합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남은 것은 ‘합리적 설명’이 아니라 ‘병리적 진단’ 뿐”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피해자인 김지태를 친일파-부정축재자로 규정한 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재산의 몰수가 정당했다는 것이고, 이는 5.16이 ‘혁명’이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헌납과정이 강압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가 강압적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발언을 정정한 박 후보에 대해 진 교수는 “일단 발언을 번복한 데서 드러나듯이, 박 후보의 두뇌는 거의 백지상태에 가깝다”며 “이게 ‘실수’로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평소에 신문만 읽어도 그런 소리 못한다”고 성토했다.

   
21일 방송된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박상병 정치평론가(왼쪽)
진 교수는 “이번 사태는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며 “이 분이 일반 국민과 달리 정치적 온실에서 고이 자라 온실 밖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됐으니, 난감하게 된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요구가 정치공세이며 거취 문제 등에 대해 이사진이 알아서 하라고 한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박상병 평론가는 “(사회환원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하면서 이사들이 알아서하라? 알아서 하겠느냐. 문제가 없는데 뭘 알아서 하겠느냐”며 “왜 기자회견까지 했을까. 적어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공감할 수 없는 기자회견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견했다. 박 평론가는 “최필립 이사장이 사퇴한다면 국민들이 순수하게 보겠느냐. 아무 문제가 없으면, 버티는 것이 맞다. 끝까지 유지 하려 할 것”이라며 “왜 문제를 이렇게 풀려고 하느냐. 다수의 국민들도 이런 기자회견을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 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21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이후 그는 지지율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별로 도움되는 기자회견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론도 ‘박근혜 안바뀐다, 며칠간 말한다고 뭐가 바뀌겠느냐’ 하는 생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평론가는 여론의 반발이 거세져 추후에라도 다시 박 후보가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이젠 어렵다. 정치에는 타이밍과 명분이 중요하다. 그런데 또 입장을 바꾼다? 그럼 스타일 구기게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번 기자회견이) 계속 발목잡는 쪽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