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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3 00:43

진정한 성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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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친일 유신 세력 배제해야"[유신 40주년 전국사제시국기도회 강론-함세웅 신부]
유신 40주년, 그 청산과 정화의 교훈
함세웅  |  editor@catholicnews.co.kr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오늘 이곳 서울시청광장에서 유신 40주년을 기억하며 선조들과 온 국민의 뜻을 모아 정성껏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민족 공동체, 민주공화주의 평등공동체, 남북평화통일 친교공동체를 지향하며 정성껏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함세웅 신부 ⓒ문양효숙 기자

 

 

1.유신잔재청산과 역사정의실천 민주행동

40이란 숫자는 성서문학에서 큰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의 윤리․도덕이 무너진 노아 시대에 하느님께서는 40일간 비와 홍수로 세상과 인간을 정화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집트 노예살이를 떨쳐 버리고 약속의 땅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의 40여 년의 여정,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함께 지낸 모세의 40일 체험, 불의한 왕 아합과 그의 부인 이세벨에 맞서 싸우다가 결국 쫓기며 하느님의 산, 호렙산에 다다르기까지 엘리야의 40일 여정, 무엇보다도 인간의 실존과 한계를 껴안고 연민의 삶을 사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광야에서의 40일 유혹과 투쟁, 이 모든 사건에서 우리는 40의 깊은 의미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40은 속죄와 보속, 완성과 완결을 상징하는 숫자로서 정화와 구원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2. 기억투쟁-유신 40년과 일체 침략 40년의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한 사람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유신 40년을 기억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침략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비참한 삶을 살았던 40여 년간의 가슴 아픈 과거를 기억합니다. 40년은 매우 긴 기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40년은 역사의 긴 관점에서 사실 한순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어려서 초등학교시절,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선조들과 독립운동가들의 항일투쟁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40여 년은 까마득한 먼 옛날 긴 기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최남선, 이광수 등 한 때 민족가치를 확인했던 학자들도 이 40년을 버티지 못해 1930년대 말과 40년대 초에 모두 일본 앞에 무릎을 꿇고 변절자, 친일파가 된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1945년에 일본이 항복할 것을 예측했더라면 그들은 잘 버텼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실망했고, 좌절했고, 포기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실망과 좌절, 포기는 결국 우리를 역사적 죄인으로 이끕니다. 실망과 좌절을 극복하고 늘 희망을 간직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1972년 박정희 유신체제부터 오늘까지 40여 년의 삶은 바로 우리의 삶이었고, 40년이 긴 기간이지만 그것은 한순간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박정희 제거와 광주 비극, 6월 민주항쟁 그리고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우리는 나름대로 유신 잔재를 청산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 둔 요즘의 현실을 바라보노라면 ‘그것이 착각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아직도 유신 잔재와 그늘아래 살고 있기에 매우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매우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유신체제를 살아온 세대입니다. 그러나 유신세대를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우리가 일제시대를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했던 것과 같이 박정희의 유신시대를 까마득한 먼 옛날로 생각하기도 하며 ‘아,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 “기억”을 통해 40년 전의 잔혹했던 그 독재체제를 현세대가 실감 있게 깨닫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억투쟁입니다. 기억투쟁을 통해 우리는 젊은이들과 후대에게 당대의 잔혹했던 사실을 재현해 주어야 합니다.

   
ⓒ한수진 기자

3. 육군 소장 박정희의 정체와 실체를 밝히는 역사 법정

역사는 깨어 있는 소수가 언젠가 물줄기를 바로 잡고 있습니다. 유신청산 이 주간에 우리는 우주적 시각으로 민족수난사를 껴안고 깊이 성찰합니다. 사실 무엇보다도 박정희 유신의 그 잔학성과 핵심을 깨달아야 합니다. 박정희의 삶은 거짓 자체입니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 합니다.

 

첫째로 1961년 박정희의 5.16 군사반란을 잘 기억하고 식별해야 합니다. 5.16은 바로 군사반란입니다. 군사반란은 사형에 해당하는 반역죄입니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소장의 군사반란을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확정했습니다. 이와 같이 1961년 5.16 박정희 소장의 군사반란도 대법원이 분명하게 판결하도록 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바로 5.16 군사반란과 유신정변을 국가반란으로 판결하고 확인하는 시민법정, 역사법정이기도 합니다.

 

5.16 군사반란은 민주주의를 짓밟았을 뿐 아니라 4.19 민주혁명의 아름다운 꽃을 짓밟은 잔인한 폭거입니다. 그런데 4.19의 이름을 더럽히고 4.19 민주혁명을 욕되게 하는 이른바 4.19 유관 단체들이 꽤 있습니다. 유신잔재청산과 역사정의실현을 다짐하는 우리는 그들이 초심을 찾아 분명한 역사의식을 갖고 속죄하고 정화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두 번째, 박정희는 일본만주사관학교 출신으로 독립군들을 체포하는 일에 앞장선 친일군인이었고, 그는 그의 형 박상희와 함께 남로당원으로 1948년 여수순천사건 당시, 체포되어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는 동료들의 명단을 건네주고 살아난 배신자입니다. 민족과 동료를 배신한 이 두 사실을 우리는 잘 되새겨야 합니다.

 

셋째, 사실 1972년에 ‘유신’이라고 공표한 박정희의 표현은, 바로 1868년 일본의 명치유신에서 차용한 용어로 박정희의 정체와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유신은 바로 박정희의 명함입니다. 이제 며칠 뒤 10월 26일 우리는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척결 103주년 의거일을 맞습니다. 이등박문이 바로 명치유신 헌법을 만든 당사자로 명치유신의 핵심입니다. 명치유신의 핵심을 척결한 그 10월 26일이 바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가 유신의 핵인 박정희를 제거한 날입니다.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만 70년만의 같은 날 유신의 두 주범이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신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김재규 부장은 온 국민의 자유를 위해 유신의 핵을 제거했다고 선언했습니다.유신청산에는 이와 같이 일제잔재청산과 군부독재청산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민족애와 민주주의 가치가 담겨져 있습니다.

 

넷째, 박정희의 영구집권책략입니다. 1917년생인 박정희가 만일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는 올해 만 95세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박정희 독재체제에서 고난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육군 소장 박정희는 5.16 군사반란 당시 이른바 공약에서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그 스스로 공약(公約)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공약(空約)으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는 삼선개헌을 하면서 공화당의 동료였던 정구영, 예춘호, 김종필 등을 제거하며 마지막이라고 또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1972년 10월에 유신정변을 일으켰습니다. 영구집권의 음모입니다. 북한을 늘 경계하면서 무죄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간 그는, 10월 정변 며칠 전에 이 사실에 북측에 먼저 통고 했습니다. 박정희 실체를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바로 그가 북한공산정권과 뒷거래를 한 종북의 괴수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는 을사오적을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시대에는 신매국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제의 침략이 우리나라 현대화에 도움이 되었다느니, 또는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1948년을 건국절로 세우자는 이른바 역사 부정의 뉴라이트라는 부류들도 있고 더구나 국사편찬위원장 이태진은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이라고 고치고 일본왕을 천황으로 부르는 등 민족사의 발자취를 짓밟는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역사의 괴변이며 새로운 유형의 친일파 을사오적들입니다.

   
ⓒ한수진 기자

4. 선택의 순간

모세는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광야에서 백성들에게 가르쳤습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들을 너희가 듣고 따르면 복이 내릴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들을 듣지 않고,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에서 벗어나, 너희가 알지도 못하는 다른 신들을 따라가면 저주가 내릴 것이다’(신명기 11,26-28)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우리가 지금 선택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침략국 일제와 맞서 싸웠던 순국선열들의 열정, 독재와 맞서 싸웠던 민주주의를 향한 아름다운 마음, 분단을 극복하고 남북일치와 화해를 열망하는 민족의 마음을 지니고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축복의 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저주와 죽음입니다.

 

유신 40년을 기억하며 불의한 독재타파를 실현하고 다짐하는 우리는 그 거룩한 선택의 순간에 와 있습니다. 그 선택은 바로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확인 되어야 합니다.사실 기억은 재창조를 뜻하기도 합니다. 기억은 아름다운 과거를 재현하여 더 아름다운 미래로 우리를 이끕니다. 그러나 부끄럽고 어두운 과거는 분명히 청산해야 합니다.

 

이에 기억은 자신과 공동체를 하늘과 선조와 역사 앞에서 깊이 성찰하며 아름다운 오늘의 자리와 더 아름다운 내일을 이룩하고자 하는 꿈과 희망과 기도입니다. 오늘 이 자리, 이 순간이 바로 재창조의 자리입니다.

 

5. 민주주의는 평등의 원리, 공화주의는 경제민주화, 공존과 공유의 원리

요사이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합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평등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이것이 국민 모두의 권리입니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동체 체제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바로 공화주의와 한 짝입니다.

 

개인이 공동체를 위하여 양보하고 희생하는 공동선의 원리가 바로 공화주의입니다. 이를 우리는 경제민주화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란 바로 재물의 공유를 뜻합니다. 서로 골고루 나눠 먹고 나눠 갖자는 공존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1948년 우리 제헌국회는 바로 이 점을 깨닫고 헌법 제18조 2항에서 이를 분명히 명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익균점권입니다. 이익균점권이란 노동자와 자본가가 이익을 골고루 나눠 갖는다는 성경의 공유사상, 그리고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사상과 맥을 같이 하는 아름다운 원리입니다. 그런데 1961년 5.16 군사반란 이후 박정희 소장이 이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했습니다. 박정희는 이익균점권을 반대하고 노동자를 배제한 채, 기업가와 자본가, 재벌가 중심의 이른바 개발독재체제를 지향했습니다.

 

이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이익균점권이라는 이 원리는 다행히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헌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헌법 제119조 2항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것이 소득분배의 원칙과 독점규제를 명한 사회적 원리입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일 뿐 그 원리는 똑같습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의 권리 평등을 주장하고 경제민주화는 모든 사람이 재물을 골고루 소유해야 한다는 공유의 원리입니다. 민주공화주의의 원리는, 국민은 물론 정치인들, 모든 기업인들, 노동자들이 따라야 할 헌법의 원리입니다. 이 점에 대해 정치적으로 흥정하거나 기업가와 자본가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당합니다.우리는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지향합니다. 분명한 역사의식을 갖고 항일투쟁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지향하며 불의한 군부독재에 맞서 몸 바친 민주주의의 희생자들을 기립니다.

   
ⓒ한상봉 기자

6. 언론 방송의 회개를 촉구하며

끝으로 무엇보다도 언론의 역사적, 사회적 소명을 되새겨야 합니다. 언론은 사회의 지침이며 길잡이입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일제침략시대에 목숨을 걸며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싸웠던 애국자들과 함께, 훌륭한 언론과 언론인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고귀한 뜻을 기립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기회주의 언론이 되어 일본의 침략을 미화하고 국민들을 속이며 친일, 반민족의 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이 점을 함께 아파하며 뉘우칩니다. 그리고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신군부 독재체제를 미화했던 거짓 언론들을 질타합니다. 오늘도 묘하게 거짓 보도를 통해 국민을 속이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편들면서 국민의 판단을 흐려 놓고 있습니다.

조․중․동, KBS, MBC, YTN 등 거짓 언론과 방송을 인간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꾸짖고 회개를 촉구합니다.

 

7. 바른 민족사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원칙을 지닌 후보를 선택해야

유신 40주년의 청산 작업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작업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잘 뽑는 일입니다. 현재 많은 이들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 후보 선택의 원리로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배제의 원리입니다. 민족의 가치, 민주주의 가치, 평화통일의 원칙을 거부하거나 회유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적극적 접근으로 분명한 역사의식을 지니고 민주공화주의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남북 공존의 원리를 확인하는 평화통일원칙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지지하고 선택하는 일입니다.

이 배제의 원리와 적극적 원리를 기초로 우리는 후보들을 잘 검증해야 합니다. 우리는 특히 한일관계의 건강한 인식을 지닌 후보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한일관계 역사 왜곡, 독도 문제 등에 대한 공개적 질의에 대해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은 성실하게 답변을 했고, 박근혜 후보 측은 답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박 후보측은 지난 8월 15일 아직 후보로 확정되지 않아서 답변할 수 없다고 했지만 후보로 확정되면 꼭 답변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지난 10월 15일 오전 최종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후보측도 당시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입장이라서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10월 16일 성실한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공개질의서 주요 내용은 주로 일본과 관련한 민족적 사안과 안보, 외교 등에 관한 문제들로써 이명박 정부가 1948년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만들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무시해 버린 일, 역사 교과서 왜곡, 한일군사협정체결, 한일협정재협상,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과 사죄, 박정희 정권의 한일유착과 정치자금수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배제의 원리를 기초로 우리는 박근혜 후보의 민족사관과 한일관계 인식에 근본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는 후보자로써 뿐 아니라 국민의 자격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개질의서에 성실하게 답변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를 우리는 관심 있게 관찰하며 이 둘이 시대의 징표를 잘 깨닫고 시대의 요구와 명령에 성실하게 응답하여 힘을 모아, 하나 되어 민주공화주의를 이룩하기 바랍니다.

 

8. 살벌했던 유신체제시절

박정희 유신독재 때는 참으로 무서웠던 시절이었습니다. 독일의 나치 히틀러, 소련의 스탈린, 일본의 침략시기의 살벌한 때와 똑같았습니다.당시 박정희는 초법적 존재였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었던 때였습니다. ‘유신헌법 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청원하고 말 한마디만 해도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전화도청, 미행, 감시, 연금 또 툭하면 연행하고 납치하던 때였습니다.

 

박정희 한 사람만 자유를 만끽하고 그 외 모든 사람들은 숨죽이며 살던 때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전태일 노동청년이 자신의 몸을 불태우면서 항거했겠습니까? 고등학교시절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고 입학한 그 대학에서 묵묵히 공부만 하면 미래가 보장되었던 대학생 청년들이 유신독재에 항거하며 감옥 가길 주저하고 거리로 나섰겠습니까? 노동자, 시민, 대학생 모두 한 평범한 인간으로 그리고 민주주의의 구성원으로 살고 싶다는 그 소박한 꿈을 독재자 박정희는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박정희의 잔인성을 우리는 1979년 10월 부마항쟁 일화에서 확인합니다. 부마항쟁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여론을 파악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민심을 떠나 있음을 확인하고 박정희에게 완화정책을 건의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차지철은 ‘그 까짓 것 문제 없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300여 만 명 이상을 없애 버렸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00~200만 명만 제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호언장담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박정희는 ‘그래 맞아. 자유당 이승만 시절에는 곽영주 청와대 경찰서장이 발포 명령을 하여 처형당했는데 지금은 내가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릴 텐테 그러면 나를 누구 어찌 하겠는가’ 하고 화답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김재규 부장은 너무 놀라 ‘이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며 유신의 핵 박정희를 제거하겠다고 다짐 했고 실천 했습니다. 박정희의 비인간성, 잔혹성을 입증하는 구체적 증언입니다. 그는 참으로 민주주의를 두려워했던 매우 비겁한 사람이었습니다.

   
ⓒ문양효숙 기자

9. 말씀과 함께, 말씀으로 무장하고

그런데 우리는 그 독재자를 타파하고 2012년에 와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 로마서의 말씀은 1970년대 우리 사제단이 유신타파를 외치며 봉헌했던 미사 때 제일 많이 선택했던 성서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설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민족과 함께 하는, 역사와 함께 하는,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고 실천하는 청년학생 시민들, 모든 의로운 분들과 함께 하는 우리 앞에 어떻게 감히 불의한 독재자와 그 졸개들이 맞설 수 있겠습니까? 민족애와 민주공화주의의 신념,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열정으로 우리는 현실의 모든 고민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것입니다.

 

오늘의 루카복음은 예수님의 신원을 밝혀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바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좌표이며 길잡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 61장 1,2절을 읽으시면서 이 성서 말씀이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확언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대와 역사를 고민하는 신앙인은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히 깨닫고 선택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약자들을 위한 투신과 배려, 감옥 문을 부수고 억울한 형제자매들을 풀어주는 자유와 해방의 실천,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은총의 행업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삶이며, 신원입니다. 오늘의 복음이 바로 예수님의 명함입니다. 예수님은 어두운 역사와 암울한 시대에 새로운 빛과 희망의 물고를 튼 자유인 그리고 해방자이십니다. 우리 모두 해방의 과업을 이룩합시다.

 

거룩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시대를 고민하며 정의와 평화를 이룩하고자 사랑하는 형제자매 그리고 의로운 동지들과 벗들, 수도자들과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유신 40주년을 기억하며 그 역사적, 인간적 교훈과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저희 모두 정의로운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시고 조․중․동 등 거짓 언론과 불의한 정치 세력들을 모조리 타파해 주소서. 아름다운 민족공동체를 이룩하도록 도와주시기 간청하며 항일독립투쟁 순국선열들과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위하여 애쓰다가 숨져간 모든 이들, 특히 익명의 동지들을 기억하며 정성된 기도를 올립니다.

 

하느님, 우리 시대에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 주소서. 저희 모두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해 주소서. 이 모든 것을 성령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함세웅 신부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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