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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01:02

다비식

조회 수 1848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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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식


예전 내 젊었을 때
내 주위의 시골 교회 맡아 있던 분들
동네 초상나면
자원해서 봉사했었다

폐결핵으로 피를 토하다가 죽은
동네 아저씨
남은 자식 먹고 살 것 까지 거들내고
더럽고 외진 방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싸구려 베니어 관도 못 구해서
거적 대기로 둘둘 말아
동네 어른들 추렴해 주는
장작개비와 관솔 등을 동네 뒷산에 쌓아 놓고
교회에 다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봉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친다고
불을 질렀다

불교의 다비 예식처럼
활활 타는 불 주위를 돌아가면서
혹시 뼈마디 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그들은 찬미가 소리 높게 부르며
불을 붙이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혹시 폐병이 옮길까 걱정으로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고
무서움 모른 교회 청년들만 남아서
목청 터지도록 노래하고 있었다

불씨는 없어져 가는데
새벽은 다가오는데
오늘 따라 타지 않은 다리 그리고 팔이
불 속을 헤집고 삐쭉이며 나왔다
겁 없던 청년 하나가
뜨거운 다리 하나를 거머쥐고서 뚝 소리 나게 분질렀다
다른 청년이 찬미를 부르면서
팔뚝을 분질렀다
그리고 남아 있는 불 속에다 던졌다

밤새껏 땔나무 찾아다니는 청년들
그 불 잘 붙게 손보는 청년들
그렇게 억지 다비식은 해가 뜨기까지 계속되었다
가족조차 거절한 다비식에서
예수 만세소리만 넘쳤다

교회는 그렇게 봉사하는 가운데 자라난다
내가 무얼 먹고 마시고 하는데서 자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지금 교회는 그런 사랑이라도 가졌는지
나는 나를 향해 물어본다

예수만 전하면 무엇하냐?
그 속에 내 교만과 그 속에 내 자랑만 넘쳐 나는 걸
하늘 간다는 입은 언제나 살아 있고
남의 고통은 여리고 가는 길에 버리고
내 자랑만 교회 바닥을 깔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불쏘시게 들고 다니면서
도움을 원하는 자에게 보태어 줄까?
우리는 언제 도움이 뭔지를 가르치면서 살아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우리는 무엇으로 위로를 받을까?
=================

다비

나는 나를 태운다
장각개비와 같이
미움도 사랑도 어두움과의 전쟁도
한을 품은 격정도
모두 불 쏘시개한다

떠나 간 님 그림자 넣을 땐
내 과거가 송두리채 사라진다
산여울에 흐르던 아름다운 추억
숨기고픈 질펀한 향연도
나를 어쩌지 못한다

주님이여
이 외에 더 넣을 것 있으면
마져 넣어 주소서
망각의 세월너머 가슴 졸이던 것들
잿빛 하늘 속에 묻고
그림자조차 넣고서
쌓인 그리움만 만지작거리며
그대 곁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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