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더라"를 이겨내기 - 1

by 잔나비 posted Nov 08, 2012 Likes 0 Replies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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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빛 속에 어둠이 가득하다는 역설.

 

무려 30여 년 전...

제가 어머니 손을 잡고 교회를 나오던 시절에 재림교회 풍경들이 생각납니다.

시의 큰 강당에서 무서운 짐승 그림과 역사 도표를 보여주던 전도회의 기억은

아직도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 설교자들의 모습만은 확실히 멋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외모에 확신에 찬 떨리는 음성.

역사와 과학, 의학 등 각 분야의 지식에 달통하셨던 것 같았고,

당시로는 최첨단(?)이었던 OHP를 사용하시기도 하셨고,

어떤 분은 영어 단어들을 섞어 사용하시기 까지 했으며,

또 어떤 분은 좌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시는 달변이셨기에,

아들이 있으신 분들은 목사 자식 하나 만들어보자라는 꿈을 마음에 품었을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강연 내용보다는 인물들에게서 받은 인상이 훨씬 좋았던 같고

아마 또 많은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띠었던 사람은 바로 고 신계훈 목사님이셨습니다.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시는 K목사님, H목사님 등도 탁월하셨지만,

역시 압권은 신계훈 목사님의 설교 시간이었죠.

그 분의 설교에 많은 분이 눈물을 흘렸고, 진심과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롤 모델로 삼아

사역자의 꿈을 키웠으며 신학과에서 그분 수업을 듣는 게 큰 바램이었습니다.

개신교와 공개적으로 교리논변을 하실 때도 역시 유독 그분은 빛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 사용되었던 논리들이 아직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기도 하죠^^)

 

실제로 삼육대학에 와서 그분을 만났을 때도

그분에 대한 제 환상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정말 신중하고 배려심 많은 크리스챤 신사였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어린 학생에게 사과 하나라도 더 먹으라고

손에 쥐어주셨고, 차를 타고 지나가시면서도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어 답례를 꼭 해주셨던 분이시죠.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분에 대한 제 평가도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그분에 대한 존경과 애정은 가슴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분께서 몹쓸 병으로 매우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을 때 만 해도.

저는 재림교회가 큰 별을 잃었다고 생각했고, 곧 큰 위기가 닥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오만규 교수님은 추도사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이 죽었을 때, 많은 철학자들이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것이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는데

나도 신계훈 목사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다내가 그와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이며 영광이었다.”


저도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었고, 그와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을 삼으며

그분을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 저는 스스로 신계훈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재림교회 빈 공간을

바로 내가 채워보리라 다짐하면서 정말 열심히 재림교회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사명감과 야망의 교집합)

참고로 여기서 제가 공부한 것들이란,

몇몇 민초스다 분들이 철학적, 학문적 신학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더라와 같은 교리변증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서적들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에 다 읽어왔지만

신학과를 졸업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완전히 마스터해야겠다는 생각에

신계훈 목사님 저서를 포함하여 해외 선교단, 임마누엘 전도단 강목 등등

유명한 목사님들의 성경교수 논리를 습득해 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치 무협지에서 기술을 하나하나 습득해나가는 것 처럼요.

 

그 결과로 저는 학부시절부터 이미 구도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쳐서 침례를 주었고,

여러 대중 앞에서 전도하고 설교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 감리교회 뿐 만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 여호와 증인, 신천지 등등

타교파의 교리들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대응논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개인전도와 공중 설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었습니다.


이처럼 신목사님의 모범을 따라 빛으로 어둠을 물리치겠다고 열심이던 제가

지금처럼 생각이 뒤바뀌게 된 결정적 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개인전도, 공중전도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영혼 하나를 더 얻으려고 노력하던 중에

함께 신앙을 하던 고등학교 동창들, 특히 제가 신앙을 소개해준 친구들이

교회를 잘 다니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본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들은 고등학교 졸업 직 후 만 해도 지역교회 청년회장이다 뭐다 하면서

열심히 교회 다니고 신앙 생활했던 것 같은데,

몇 년 후에 돌아보니 교회에 남아있는 친구가 거의 없고,

있어도 이미 교회에 너무나 실망을 하고 이미 열의를 잃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신자 하나 얻겠다고 동분서주하며 쫓아 다녔는데,

결국 얻어놓은 젊은 신자들, 나의 친구들은 교회를 등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교리논쟁에서 빛으로 어둠을 이기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내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은 교회에서 상처 받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헌데 누구도 새 사람을 들여오려고는 하면서, 떠나는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더군요.

오히려 비겁하게 그들과 명확한 선을 긋고, 어떤 곳은 그들을 낙인 찍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이 모든 행위들은 무엇인가??”

이 모든 일이 결국, 내 명성, 내 공명을 위해서 하는 것들이 아닌가??”

혼자 전도 잘해서, 목회 잘 나가서, 부장, 임원하면 되는건가? 그게 하나님께 영광인가?”

진짜 영혼을 사랑한다면, 떠나가는 이들, 관심없이 방치되는 이들을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신학 공부, 교리 논변,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우리에게는 왜,,,,사람에게 대한 기본적인 사랑과 애정이 없는 것인가?"

 

떠나가는 그들을 다시 붙잡고자 그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있는 자리로 갔습니다.

노래방으로, PC방으로, 술자리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어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곳은 어둠 속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겐 위선적인 이 교회가 어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없으면서 자기들이 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그 '위선'과 '자기기만'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칠흑 같은 어두움이었던 것입니다.

 

같이 많이 울고, 또 그들을 떠나와 홀로 교회에 앉아

많이 울었습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들의 말들이 맞았습니다.

목사님들은 번듯한 말씀들을 하시지만, 그들의 문제를 누구도 공감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둠을 이기는 진정한 은 교리 논증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진솔한 사랑을 기대했고, 이해받기를 원했었던

사랑이 없는 어두운 sda에 상처받고 떠난 선량한 학생/청년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교리논증에는 정신없이 열을 냈으면서도

그래서 다른 교단이나 교회를 논증에서 이기면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

정작 사람은 챙기지 못했고,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에겐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더라라는 논리가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재림교회가 받고 있는 사회적 편견(이단, 사이비)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 교회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지를 않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우리는 재림교회가 옳다는 사실을 사랑하는 것이었지,(여기엔 쾌락적 요소가 있거든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이고,

진정한 빛은 어떠한 사실에 대한 이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랑은 모든 논변과 교리를 뛰어넘는 차원이었던 것이죠.



빛과 어둠의 경계는 신 목사님의 책에서 쓴것과는 달리 '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가 아닌가에 달려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에게는  승리해야 할 빛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극복해야 할 어두움은 위선과 무관심으로  설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빛과 어둠의 설정이 바뀌고 나니 "빛"이라고 생각했던 우리교회의 교리들에도 문제가 있음이 보이더군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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