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

by 떨거지 posted Nov 17, 2012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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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계속 하락하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1차 단계는 2010~2011년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부동산을 보유한 개인들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하고, 시장에서도 부동산 버블 붕괴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들이 그나마 받아들여지며, 급격한 경기침체를 두려워한 정부 역시 과감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등을 시행함으로 일정한 수준의 시장 가격이 유지된다.
 
하지만 2007~2008년 부동산 버블 최고점에서 구매한 사람들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정부가 규제를 풀 때마다 급매물을 내놓지만, 잠재적 매수자들은 추가적인 가격하락을 기대하며 구매를 늦추면서 실제적인 거래는 현저히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진다. 즉, 부동산 가격은 고점에서 겨우 버티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는 현저히 줄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식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다.
 
여기에 2008년 후 지속되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순간순간 반복되는 작은 불황이나 경제의 불확실성 반복에 의한 주식과 환율시장의 큰 폭의 요동들, 금리 인상으로 말미암은 시중의 신용창조 속도의 감소 등이 겹치게 되면서 시장의 고민은 극에 달한다.

부동산 버블붕괴 방아쇠는 ‘빚의 증가율’ 감소
빚의 증가는 파산지경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것
1차 조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부동산은 중대형부터 가격 정상화가 이루어진다. 1차 조정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이어지는 작은 불황과 금리 인상으로 시중의 신용창조 속도 감소, 그리고 부동산 담보대출 부담으로 말미암은 아파트의 실구매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이 될 것이다.
 
특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방아쇠는 신용창조 속도의 감소다. 투기 버블의 역사를 연구하여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주장한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는 “버블이 붕괴할 때는 통화량이 감소하지 않고 통화량 증가율만 감소해도 버블의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즉 신용창조 속도가 줄면 신용경색이 시작되고, 그 때문에 자산 버블의 붕괴가 시작된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신용, 즉 빚을 창조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17세기에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빚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기 때문에 빚이 많아질수록 부실도가 커진다. 여기서 부실도란 자신의 신용한도에 근접해가는 정도를 말한다. 그리고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신용한도를 넘어서면 빚을 더는 내지 못하고 파산을 하게 된다. 버블의 붕괴란 신용한도를 넘어서서 파산 지경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신용한도를 염두에 두고 빚을 미리 조절하면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임금 상승을 통해 신용한도를 계속 높여가는 것 두 가지뿐이다. 이번 금융위기도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 세계적으로 빚 조절에 실패했고, 임금상승 속도보다 빚의 증가속도가 더 빠른 결과 발생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신용창조 속도를 나타내는 통화량 M3는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부터 이미 축소되고 있었다. 즉 개인, 기업, 정부가 2008년 전까지 7~8년 동안 엄청나게 빚을 창출해서 사용했는데 2008년에 접어들면서 그 속도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신용창조 속도가 감소하자 전체적인 유동성이 계속 증가함에도 그 이면에서는 신용경색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는 결정적으로 신용경색을 가속한 계기였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2010~2011년에 글로벌 위기의 연장선에서 낮은 더블딥이나 혹은 저성장으로 신용창조 기능이 예전만 못하게 되고, 그 결과 신용경색 현상이 시중에서 발생하면서 1차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위해 실시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반복되면서 신용창조의 속도가 더 빠르게 감소했다. 물론 이렇게 될 경우, 필자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일부 해제함으로써 신용창조의 속도를 높여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막으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더 큰 힘이기 때문에 정부가 실시하는 부동산규제 완화가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리라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카드로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려고 할 것이고 폭락사태는 피할 것으로 본다. 정부가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부동산과 연관된 산업들이 우리나라 GDP의 20% 내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부동산을 받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담보를 잡힌 주택의 가격이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 액수보다 낮은 상황, 일명 언더워터(Underwater) 상태에 빠진 주택 소유자 수가 2010년 1분기 기준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의 30%가 넘는 1억 4,750만 명이나 되고, 이들의 주택담보 대출규모도 2조 4,000억 달러나 된다. 바로 이것이 현재 미국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한국은 어떨까? 이미 10억 원짜리 대형 아파트 로열층이 4억 4,000만 원까지 폭락했고, 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는 10억 원씩 가격이 하락했다. 또한, 지방에서는 분양가의 40~50%를 할인 판매하는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용인, 성남, 일산 등은 2007년 고점 대비 실거래가가 30~40% 하락한 상태이고, 대형 평수는 50~55% 하락했다. 불패신화의 진원지인 강남의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이자를 수백만 원씩 내고 있는데 집값은 거꾸로 1~2억 원씩 하락한 상황이라 소비를 할 여력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회복 신화…실상은 다르다?? 과연 그럴까?
유례없는 부동산 개발,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져..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지난 10여 년의 경제성장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 신화는 겉모습과 달리 문제가 많다. 소비자의 물가 상승을 볼모로 한 정부의 원화 가치 하락을 통한 대기업들의 수출 증가와 근로 소득효과의 상실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빚이며 부동산 담보대출 등의 빚잔치를 통한 소비의 왜곡된 증가가 있었고, 미래를 위한 R&D 투자나 건강한 경제성장을 위한 설비투자와 부의 불균형 분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부의 정책 등을 철저히 희생시키면서 비생산적이고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의 미래 위기를 불러올 뿐인 왜곡된 부동산경제 활성화에 엄청난 돈을 퍼부은 정부 지출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출을 독식했던 재벌들이 국내의 건설업마저 독식하면서 아파트 한 채를 만들면 한 채 값이 남는 엄청난 폭리의 신화를 이어갔다. 열심히 연구하고 땀 흘려 일해서 1,000원짜리 제품 하나를 만들면 겨우 60~80원밖에 남지 않는데 아파트 한 채를 지으면 한 채가 남는 것은 엄청난 유혹이자 대박 장사이다. 정부나 기업, 그리고 개인들까지 이런 수익구조를 폭리라고 보지 않고 도리어 엄청나게 좋은 장사라고 서로 감싸주면서 “절대로 거품이 아니다! 아직도 공급은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거짓말을 서슴없이 해 댔다.

개인들 역시 2000년대 이후 2009년까지 연평균 13.4%씩 부채가 증가해서 877조 원에 달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전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금액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전혀 꺾이지 않고 2011년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물론 2008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멈춘 후 부동산을 담보로 생활형 가계대출과 급등한 전세자금 마련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에 더욱더 악성 부채라고 할 수 있다.
 
즉, 더는 부동산을 살 돈은 없고 마지막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 결과 2001년 말 342조 원이던 가계 부채가 2011년 1/4분기에 800조 원을 돌파했다. 불과 10년 이내에 460조 원 이상 추가로 증가했고, 전문가들은 10년 동안 불어난 가계부채의 50~60% 정도인 230~270조 정도가 부동산 버블에 투자된 돈이라고 보고 있다. 즉, 이미 개인들도 이 정도의 엄청난 양의 돈을 부동산 버블에 투자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절대로 버블이 아니다!”라고 외쳐대는 정부와 건설사의 거짓말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누구나 다 속으로는 거짓말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겉으로는 거짓말이라고 하면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자신들의 집값과 건설 사업을 지속해서 떠받혀줄 정치인들을 원했고, 이런 탐욕들은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복합도시 등 다양한 형태의 신도시 개발, 뉴타운, 재개발,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구호를 가장 크게 외치는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부동산 거품을 이용해 돈을 벌게 해주고 중산층의 위상을 보여 줄 수 있는 중대형 아파트를 지어 주면 더욱더 선거에 유리했다. 그래서 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초당적 합의를 하면서 더욱더 치열하게 부동산 개발을 전개했다.
 
실례로, 지난 30년 동안 재개발을 했던 면적보다 더 큰 서울시의 7.5%가 한 번에 뉴타운으로 지정되었다. 이런 결과로 전 국토가 온통 개발 천지가 되었고 2007년 고점 전까지 거의 50개월 연속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라는 초유의 기록도 양산했다. 아마도 이런 모습들은 우리나라 5천 년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산, 강, 들, 해안, 바다 할 것 없이 가장 광범위하게 국토를 개발하는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거품이 일었지만, 거품을 또 다른 지역의 개발 거품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 개발할 땅이 없거나 더 개발에 투여될 국가와 기업과 개인의 돈이 없을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연구와 투자보다는 건설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한 나라 안에서 한다고 하는 거의 모든 기업이 건설회사를 캐시카우(Cash cow)로 가지고 있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보라. 애플이 애플 건설회사를 자회사로 가지고 스마트폰을 만들기보다 아파트를 짓는 데 더 열을 올리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건설사를 만들어 집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 이거 완전히 코미디 아닌가! 이 정도가 되니 지방자치단체들도 본분을 잊고 건물을 지어 수익을 만들려는 희한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상식처럼 되어 있었던 나라가 우리나라다. 도리어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와 2000~2007년 동안에 무려 평균 2배 이상 상승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부동산 버블 덕에 우리나라의 이런 문제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고 좋은 경제성장 정책인 것처럼 포장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부터 세계는 지난 10년의 행동들이 두드리기만 하면 부를 만들어내는 마법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심지어 재앙을 불어내는 주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그리고 유로존 전체로 빠르게 붕괴가 전염되고 있다. 그다음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중국은 지레 겁을 먹고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과 유럽의 붕괴 위기, 중국으로 전염…그 다음 순서는
그다음은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와 아시아와 남미 등의 신흥국가들이다. 앞으로 10년은 실질 소득도 줄고, 자산 가치도 줄어드는 이중고(二重苦)가 발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 부동산 버블보다 충격이 작았던 2002~2003년의 카드 대란 때도 372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었다. 그때는 주로 저소득층에서 발생했지만, 부동산 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가 되면 은퇴를 앞둔 사람들과 중산층에서 막대한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될 것이다.

이미 2011년 1/4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의 30.5%가 적자 가구인 상황이다. 결국, 이들이 빚을 청산하고 또 다른 빚을 낼 수 있는 여력을 회복할 때까지 최소 6~7년 장기적으로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희생 지역은 강남지역의 3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10억을 넘어서는 지역의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으면 못해서 15-20억이 되는 아파트가 쏟아져 나올 것인데, 과연 우리나라에 그런 수준의 아파트를 살 사람이 강남이라고 해도 얼마나 있을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강남 3구의 재개발은 본격적인 부동산 버블 붕괴가 일어나기 전 마지막 불나방이자 최악의 환상일 것이다. 지금은 누가 빨리 이것을 깨닫고 부실과 거품의 도깨비 방망이를 내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 기업, 개인들은 아직도 우리 방망이는 그들 것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잠 못 이루는 밤은 아직 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런 상황이 되면, 정부가 아무리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고 건설사들이 아파트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하더라도 좀처럼 부동산 가격이 더 크게 오르지 않게 되고 가능하면 최소의 손실을 보는 범위에서 팔기 위한 높은 호가만 유지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을 좀 더 길게 끌고 가면서 2010년 7월의 기준으로 ‘집 가진 가난뱅이’에 속한 200만 가구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참고로 ‘집 가진 가난뱅이’란 수억의 빚을 내서 집을 산 관계로 제대로 된 가계 운영을 할 수 없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비싼 집을 가진 부자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저소득층과 같은 수준의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1차 단계에서는 부동산의 가격이 아직도 고점은 유지하지만 더는 폭등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을 담보로 추가로 빚을 내서 이자를 내고 소비를 늘리는 마법을 부릴 수가 없게 된다.

2007년 전까지의 국내외의 부동산 활황기에는 서민층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 중산층들은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빚을 내서 집을 사도, 산 집이 단기간에 수천만 원씩 올랐기 때문에 마치 수백만 명들이 로또에 맞은 것처럼 느끼고 소비를 무분별하게 늘렸다. 그 결과 내수시장이 크게 활성화가 되어 경기가 호황국면을 그렸고, 자기들의 빚으로 만들어 놓은 이 신기루 현상을 보고 ‘잘 사는 우리나라, 잘 되는 우리나라, 부자 국민’이라는 착각에 스스로 빠지게 되어 소비를 더욱더 늘리는 괴현상들이 나타나게 됐다.

물론 경기가 이렇게 활성화가 되면 부동산 가격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지만, 돈이 많아 보일 때는 그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전혀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부동산 인플레이션’ 국면이 끝나고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은 ‘반전’된다.
 
즉,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나타나는 가장 확실한 현상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올려놓은 별것 아닌 것 같았던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피부로 느끼게 되고, 흥청망청 소비했던 소비규모에 대한 미련과 부담이 교차하게 되고, 0.25% 정도의 금리 인상에도 이자 부담이 커져서 심장이 뛰게 되고, 곧 다가올 원금상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을 하게 되고, 언제부턴가 더 늘지 않은 월급과 기타 소득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게 된다. 그러다가 이런 고통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의 순서대로 손해를 보더라도 집을 팔아 심리적 고통에서나마 벗어나고자 하는 행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면 정부는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 때문에 투기를 장려해 부동산 가격을 붙들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좀 더 기다리자. 시간은 우리 편이다! 서두를 것 없다. 전세금이 올라서 화는 나지만 지금 집을 사면 오른 전세금 피하려다 더 큰 위험에 물리게 된다”는 생각을 하고 끝까지 버티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부동산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장에서는 거래가 급격하게 저하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떤 미친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겠는가? 결국, 부동산 거래의 중지에서 시작된 소비의 축소가 시장경제까지 영향을 미쳐서 내수시장 전반에서 소비가 크게 위축이 된다. 그러면서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진짜 경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게 되고, 정부나 부동산을 소유한 개인들의 마음은 더욱더 공포에 가득 차게 되고 급해지게 된다.
 
즉,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 수 있다는 식의 급한 마음이 아니라, 지금 팔지 못하면 영원히 집을 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식의 급한 마음이 독버섯처럼 전국으로 퍼지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반짝하는 이슈가 등장하거나 정부가 무리하게 새로운 개발계획을 발표하게 되면 국지적으로는 마지막 투기장이 서게 된다. 즉, 투기꾼들에 의해서 정부와 개인들의 마지막 단물을 빼 먹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신문은 “드디어 부동산 가격이 회복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게 되고, 그 틈을 타서 부동산 투기꾼들은 폭락 조짐이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탈출하려고 할 것이다.

부동산 버블붕괴, 건설사·금융권·투기자본 몰락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러나 시장의 한쪽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크게 물려 있던 저축은행과 건설업자들, 그리고 부동산 투기자본들의 몰락이 서서히 진행된다. 즉, 버틸 여력이 적은 순서대로 안간힘을 쓰고 철봉을 붙잡은 손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풍덩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건설업체와 건설에 무리하게 투자한 금융권의 타격이 시작되면서 집을 사지 않았는데도 멀쩡한 자기 돈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되고, 대형건설업체들에 목이 멘 하도급 업체들의 줄도산이 시작되고, 이는 다시 고용시장을 급랭시켜 소비시장의 위축을 불러오게 된다.
 
그래도 시장과 정부는 남은 여력을 총동원해서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최후의 발버둥을 칠 것이다. 그리고 한두 가지의 반짝 호재가 생기면 엄청나게 부풀려서 ‘긍정의 힘’을 시장에 불어넣으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시장에는 의심이 가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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