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의 익명게시판에는 통렬한 자아비판과 함께 수뇌부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가 비리 혐의로 구속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통신망을 장식한 이 같은 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고 있어 일선 검사들의 집단행동이나 제3의 항명파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한 평검사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라는 글에서 “견찰, 떡검, 색검 얘기할 때 야속했었고 우리는 정의롭다고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 그렇게 정의롭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은 깨끗하고 정의로운 검찰이었으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고 성욕을 채웠다”며 “아집도 이젠 버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검사인 것이 부끄럽다. 숨통이 멎을 것 같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정치권력을 위해 일한 제가 부끄럽다”고 밝혀 스스로 정치검찰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부끄럽다. 두더지로 살아야겠다”고 했다. 또다른 검사는 ‘지도력’이란 글을 통해 “총장님 고검장님 이젠 생각을 듣고 싶다”고 촉구한 뒤 “아무런 말이 없으니 저분들은 이미 검사가 아닌가 싶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익명게시판에는 한상대 검찰총장과 권재진 법무장관 등 검찰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속청 지휘관과 연수 책임 담당하는 법무연수원장도 지휘 책임을 통감하고 조직 위해 마지막 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지휘 책임을 묻자면 누군가 이미 책임졌어야 하고 지금이라도 책임을 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혀 지도부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심지어 검찰 간부가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지난 20일에는 “어차피 대통령이 바뀌면 총장이나 장관도 바뀔테니 검찰 수뇌부가 용퇴를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한 총장 등 수뇌부가 지난 22일 고검장 회의를 통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개혁안에 대한 전면 검토를 대책으로 내놓은 것과 관련,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회의를 했는데 중수부 폐지 검토를 한다고 결론을 낸 모양인데 참 윗분들의 생각은 정말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서울동부지검에서 발생한 불미한 사태에 관하여 청의 관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직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현미·박수진 기자 always@munhwa.com
로산님 검사는 여자와 하면 안되나여?
합의 하에 서로 좋아서 했다는데..
검사는 사람 아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