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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칼럼]


2011년 7월22일 노르웨이에서 미증유의 학살을 벌여 세계를 경악하게 한 파시스트 확신범 브레이비크가 한국과 일본을 ‘모범적 국가’로 치켜세운 것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옛말로는 국위선양, 요즘 말로는 ‘글로벌 코리아’를 국내인 다수가 선호하지만, 인면수심의 살인마가 친한파로 알려진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놀랄 일도 별로 없다. 브레이비크뿐만 아니고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 등지의 극우들의 다수는 대한민국을 대단히 흠모한다. 그들이 이상으로 삼는 ‘혈통에 기반한 국가’, ‘단일 문화 국가’, ‘병영국가’, ‘경쟁력 최대화에 올인하는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브레이비크가 구체적으로 찬양한 것은 한국의 이민 정책, 즉 피난민의 정착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타민족 구성원들의 유입을 막음으로써 사실상 ‘단일민족’의 골간을 억지로 유지시키는 정책이다. 브레이비크뿐만 아니고 수많은 유럽 극우들이 이 정책들을 열렬히 환영한다. 유럽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3세계 출신의 저임금 노동이 만들어주는 초과이윤으로 자본 축적과 확대재생산의 과정을 촉진하고 있지만, 나름의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잡힌 유럽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도 적어도 그들에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착과 사회 편입의 기회 정도는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내용이 거의 없는 표피에 불과한 한국은 자국 자본이 부담해야 할 간접적 비용들을 최소화하면서 오로지 단기적으로 집중 착취만 하고 3~4년 후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만다. 사회 편입의 기회는, 한국에서 혈통주의적 규칙에 따라서 주어진다. 한국인 가정의 일부분이 된 결혼이주자들이나 혈통적으로 ‘우리 민족’ 구성원으로 인식되는 해외 교민, 이북 출신들은 이 기회를 제한적으로나마 누릴 수 있지만, ‘우리’와 혈통 내지 가족관계가 닿지 않는 절대다수의 타자들은 ‘우리’에게 그저 영원한 타자로 남아 있을 뿐이다. 유럽 파시스트치고, 이와 같은 사회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브레이비크는 이민자 이외에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자’나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냈다. 그가 이상으로 삼는 사회는 단일적인 보수적 가치들을 완벽하게 공유하며 문화·이념적 ‘이탈’을 잘 방지하는 사회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대한민국이야말로 그의 선호도 1위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연구회’와 같은 최근 공안 사건에서 보이듯이, 유럽 파시스트들의 ‘모범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마르크스주의를 탐구했다가 바로 영어의 몸이 되는 게 아직도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남선녀들은 마르크스주의든 수능·취직과 무관한 그 어떤 다른 앎의 영역이든, 두려워서라기보다는 그저 3~4살부터 살인적인 학습노동에 시달려서 탐구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성들의 경우에는, 유럽인들이 가장 흔히 마르크스주의 등 ‘이단 사상’에 빠지는 청춘의 나이에 2년 동안이나 ‘불온서적’을 읽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군대에 갔다 와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시민권을 누릴 수 있다.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이론적으로 여성주의에 동감해도 외모와 상냥한 ‘여성다운’ 태도가 취업과 출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결국 대개는 가부장적 사회의 규율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한 사상’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남자도 여자도 각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신체와 마음을 단련시키고 자기 개인의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올인하는 사회 - 이것이 파시스트의 꿈이 아니면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지금 현재에 유럽 파시스트들의 미래 유토피아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차별과 착취, 병영사회의 규율과 가부장적 질서에 바탕을 둔 사회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투쟁과 변혁의 길을 택할지는 결국 우리가 결정해야 할 일이다.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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