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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그리고 아무 말도 못하겠다


김선주 언론인


민망한 나이가 되었다. 내 나이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노령인구 통계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조금 받고 있는 남편은 얼마 안 있으면 자신이 낸 돈보다 더 받게 된다고 열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지하철 공짜 승차권을 귀중하게 챙긴다. 가끔 이거 절반이라도 내면 덜 민망할 텐데 한다. “노약자석에 앉지 말고, 출퇴근 시간에는 타지 말고, 앉았더라도 피곤해 보이는 젊은이가 보이면 자리를 양보하라”고 신신당부한다.


미래를 빌려다가 내가 받는 게 국민연금이다. 우리 아들딸들이 수십년 뒤에 받으리라 예상하고 꼬박꼬박 내는 연금을 우리가 축내고 있다. 국민연금 몇 년도에 고갈이라는 기사를 볼 때면 그 주범이 나인 것만 같아 숨고 싶다. 죽을 때, 낸 것보다 더 받았으면 국민연금공단에 그걸 토해내고 죽자고 친구들끼리 진지하게 의논한다. 나이는 더 이상 벼슬이 아니다. 과잉생존의 시대에 노령인구는 짐이기 십상이다. 팔팔하게 아흔아홉살까지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늙은이로 보일까 봐서 누가 물어보지도 않는데 늙으면 죽어야지 하고 구시렁거린다.


이 과잉생존의 시대에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작년에는 동네 입구에 붙어 있는, 통장후보 구한다는 벽보를 보고 옳지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연봉도 200만원에 불과하니 민폐가 될 것도 아니고, 동네를 구석구석 다니며 청소하고 눈도 치우라고 독려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65살 이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딱 걸렸다. 템플 스테이에 가려고 하니까 65살 이하만 받는다고 한다. 65살 이상은 공동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는 나이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노령인구가 또 달갑지 않은 통계에 잡혔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60대 이상의 수치가 6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들이 나온다. 반대로 20대에서 40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미래세대가 원하는 사람은 60%가 문재인 후보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또 이렇게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는 게 노령인구인가. 멀게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았고 동족끼리 죽고 죽인 전쟁을 겪고 유신과 광주와 군사독재를 두 눈으로 목격한 세대가 어떻게 독재자의 딸을 지지할 수 있는지 경악스럽다. 흔히 나이 들면 과거가 좋았다는 말들을 한다. 미래는 낯설고 자신들이 익숙한 과거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은 과거의 시대나 사회가 좋았던 게 아니라 자신의 황금기,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던 그리고 현역으로 일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이 좋아 보이는 것일 뿐이다.


오랜만에 칼럼을 다시 쓰면서 노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자고 마음먹었다. 노령인구에 포함된 사람으로서 미래세대에 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찾아보고 싶었다. 형편이 되는 노인들은 승차시 운임을 절반이라도 낼 수는 없을까, 유산을 자기 아들딸들한테만 남기지 말고 젊은 세대를 위해 곧 고갈된다는 각종 연금공단에도 좀 내자는 제안도 해보고 싶었다.


대선 이야기는 특히 피하고 싶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찍었던 국민들이 자기 손을 들여다보며 정말 내가 이 손으로 그 사람한테 투표했단 말인가 어이없어하는 시절이다.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지 열두 가지의 이유를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인터넷을 열었더니 선거 캠페인 사진들에 박근혜 후보의 얼굴이 떴다. 턱에 난 상처를 보이며 비극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무고하게 죽인 수많은 사람들의 처참한 죽음을, 과거에 대한 반성을, 역사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개인적인 상처를 그런 식으로 내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세계 현대사에서 독재자로 지목된 스무명 가운데 대를 이어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은 북한뿐이다. 북한이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진짜 종북좌빨들이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겠다. 나이 든 게 부끄러워서. 


김선주 언론인 ※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박범신 작가의 뒤를 이어 필자로 참여합니다.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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