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에뜨랑제

by 알렉산더 posted Dec 25, 2012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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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해봐야 안다


생각하는 길 2012/12/24 06:56


나에게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다.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으면 자면서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잠을 깊이 들 수가 없는 일이다. 

안 그러려고 해도 고쳐지지가 않는다.

대선 후 어느 날 잠을 자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답답했다. 

현실적으로 나는 외국에 살고 있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한국과 별 상관없이 살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아무리 내 입장을 합리화하고 

스스로 위로거리를 찾아도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가 않았다. 심지어는 자살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괴로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아침에 떡 일어나니까 그런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 사실이 변한 것이 한 가지도 없지만 이성적인 판단이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잠을 잘 때는 이성적으로 추론 할 수는 있지만 힘이 없고 현실적으로는 감성만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날의 경험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왜 남들에게는 별 일도 아닌 일로 쉽게 자살을 하는지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성이 통하지 않는 우울증 증세를 순간이나마 경험을 한 것이다. 앞으로 주변에서 우울증 증세를 가진 사람을 보면 

정말 잘해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뉴스 보기가 싫은 것은 나 하나 뿐이 아닐 것이다. 마음으로부터 수긍할 수 없는 박근혜가 무엇을 한다는 것이 가소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당선되고 대통령을 한참 하고 있는 후에도 당시 한나라 당 대표였던 최병렬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지금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대 출신인 조선일보 편집국장 경력인 그의 눈에는 상고 출신의 가난뱅이 가정에 자라 보고 배운 것 없는 노무현이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이 가소로웠을 뿐이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무식하고 보고 배운 것이라고는 독재 밖에 없는 20 세기 인물인 박근혜가

21 세기 민주국가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마음으로 인정 할 수 없기에 매사에 비위가 상하는 것과 꼭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위장약을 많이 사두어야 할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당해 봐야만 아는 미련한 동물이다.(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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