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점점 비참해집니다, 우리에게 자비를" 北주민 비밀예배 영상 첫 공개
- 북한 청진의 지하 교회 교인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밑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 여성은 기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뒤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USA 제공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당시 북한 주민이 비밀리에 예배를 보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31일 본지가 입수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도 상당수의 기독교인이 존재한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그들의 '비밀 예배'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 한 선교단체인 '서울USA'가 본지에 제공한 이 영상은 65분짜리로 2007년쯤 촬영됐다고 한다. 주로 함경북도 청진의 주민이 집에서 비밀리에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15~20㎡ 정도 되는 방안엔 빛바랜 꽃무늬 벽지와 커다란 거울이 보이고 한쪽 벽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두 쌍 걸려 있다.
가족으로 추정되는 남자 2명과 여자 1명은 인민복 차림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벽에서 떼내 바닥에 뒤집어 놓은 채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입 벌리기만 하면 내일은 잘산다, 내일 내일 하면서….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일년 나마(넘게) 기도를 드리건만 왜 자비를 안 베풀어 주시는지…."
이 영상에는 혼자 기도하는 여성도 등장한다. 그는 "이 나라는 독재정치가 살 판을 쳐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감옥에 들어가 매 맞고 병에 걸려도 약을 쓰지 못하고 죽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시여, 당신의 아들 딸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왜 구원의 손길을 주지 않으십니까?"라고 했다.
서울USA의 폴리 현숙 회장은 "영상에 등장한 교인들은 2007년 모두 붙잡힌 뒤 연락이 끊겼다"며 "이들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처형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 3부작 완성본 이달 말 공개 본지 특별취재팀은 2007년 시작된 '천국의 국경을 넘다' 시리즈의 3편인 바이블루트를 제작하기 위해 1년 동안 중국·베트남·캄보디아·태국·라오스·스위스·스페인 등지를 돌아다녔다. 북한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비밀 루트를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집중 보도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제작된 이번 다큐멘터리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오늘 밤 9시 45분 TV조선 뉴스쇼 판에서 공개된다. 총 3부작으로 제작된 완성본은 이달 말 TV조선에서 특집 방송될 예정이다. 독일 공영방송 ZDF에서도 방송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