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누나에게 위로받으라고 써준 글인데 누나의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었네요.
누나는 내 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앉아 "유영아~~ 어딨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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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카 유영이가 잠든 지 오늘로 꼭 2년이 지났습니다.
유영이는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퇴행성 근육마비라는 병을 앓았습니다.
내가 그 증세를 알아챈 건 그 아이가 여섯 살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형제들과 스케이트를 타러갔는데 유영이만 끝내 배우지 못하는 걸 본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때 누나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누나는 이미 그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이상 징후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유영이가 십 칠세 무렵까지밖에 살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 그는 걸을 때마다 발목이 바깥쪽으로 꺾여 발을 질질 끌면서 걸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유영이는 삼육재활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유영이는 벽에 붙어있는 난간을 잡고서야 간신히 걸을 수 있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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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원에는 다른 장애인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두 발이 없는데 휠체어를 타고 농구공을 벽에 튀기며 활발하게 놀았습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받아들인 듯 초연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장애는 거기서 멈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영이는 그들보다 불행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그의 몸은 불편할지라도 어디 망가진 부분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영이의 증세는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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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를 맡기고 떠나려는데 갑자기 매형이 심하게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다리 없고 팔 없는 아이들에게 유영이 몸이 많이 불편하니까 잘 좀 돌봐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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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유영이의 병세는 재활원에도 둘 수 없을 만큼 악화되었습니다.
유영이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간단한 컴퓨터 게임뿐이었습니다.
십 칠세를 넘길 수 없다던 의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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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유영이의 몸은 계속 성장을 하여 성인의 몸만큼 커졌습니다.
키는 180은 되어보였고 몸무게도 한 사람이 들기 어려울 만큼 무거웠습니다.
그 아이의 몸은 마치 관절이 없는 사람처럼 뻣뻣해졌습니다.
이젠 화장실도 본인의 힘으로는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유영이는 참 해맑고 천진난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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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증세는 점점 심해져만 갔습니다.
이제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장속에 음식이 소화가 안 돼 부패했는지 심한 악취가 났습니다.
집안은 유영이로 인해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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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영이를 끝내 버리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유영이 엄마인 나의 큰누나였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불구자를 너무 사랑한 누나는 그 아이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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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정성으로 유영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두 배 가까이 더 살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유영이가 누나를 위해서 더 살아주었는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누나의 일생을 가장 행복하게 했던 사람이 유영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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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유영이를 세상에 보내실 때 세상을 다 뒤져 누나를 찾아내신 것이 분명합니다.
불행한 그의 인생을 행복으로 바꿔줄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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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유영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었을지 모릅니다.
내 마음 안에 영원히 자리 잡은 유영이의 일생이 해맑은 미소가 그렇다고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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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재림하시면 우리 누나와 유영이가 다시 만나겠죠?
나도 그 모자의 상봉을 지켜볼 건데 내 심장이 그 감격을 버텨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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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몸엔 유영이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그건 크고 무거운 유영이를 들고, 옮기고, 씻길 때 생긴 아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유영이를 못 잊어 눈물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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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예수님 재림하시면 유영이랑 다시는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살아, 알았지?
그 나라엔 아픔, 눈물, 사망이 없다니까.
그땐 유영이가 누나를 업고 사슴같이 뛰어다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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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빨리 오세요~.!
그 모습을 빨리 보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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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예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가로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저희와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저희와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계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