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두번 죽이는 네티즌, 우리는?

by tears posted Feb 12, 2013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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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에서 퍼왔읍니다.

이 곳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한번 생각하고 싶어서.....


생전엔 인격살인 악플… 죽은 뒤엔 부관참시 악플 

울랄라세션 멤버들이 1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리더 임윤택 씨의 영정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11일 위암으로 별세한 임 씨는 사후에도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죽음을 앞둔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 씨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 몸속의 암 덩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했던 그의 삶이 조롱받을 때 생에 대한 의지도 흔들렸다. 비웃음으로 가득한 일부 누리꾼의 악플은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려고 애쓰는 그의 영혼마저 서서히 파괴시켰다.

‘말기 암이라면서 방송 나와서 할 거 다하고…. 의심받을 짓을 해서는 안 되지. 욕먹어야 한다.’ ‘위암이 아니라 자살이 아닐까요?’

악플은 그의 죽음 뒤에도 이렇게 이어졌다. 도대체 그들은 왜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것일까. 그들이 얻는 만족의 실체는 뭐란 말인가. 한 강연회에서 고인을 인터뷰하면서 큰 울림을 얻었던 기자의 마음은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감으로 한동안 흔들렸다.

취재 수첩을 열었다. 지난해 3월 임 씨가 학교폭력 예방 강사로 서울 단국공고를 찾았을 때 보여준 희망의 언어와 몸짓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2012년 3월 17일자 A25면 “나도 일진이었지만 약한…”

“아픈 게 거짓말이란 소문이 있던데 정말이에요?”

차마 물을 수가 없던 말을 한 학생이 거침없이 내던졌다. 말기 암 환자가 항암 약물치료를 받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 몸부림이 삶의 지푸라기를 놓지 않으려는 절규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기자는 인터넷을 달궜던 그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임 씨는 웃으며 칠판에 ‘질문1. 아픈 게 거짓말!’이라고 썼다. 그는 “위암 4기는 생존율이 5.5%예요. 괴로워서 인상만 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라고 답했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는 “하루를 살아도 주변 사람을 위해 가치 있게 살자”고 당부했다. 이 학교 선도담당 교사 여인진 씨는 임 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강연을 들은 학생들이 다른 친구를 배려하고 거친 언행을 자제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고인이 들었으면 기뻐할 이야기다.

그는 11일 33세의 나이에 위암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악플에 치를 떨어야 했다. ‘밴드를 홍보하려 암 환자로 행세한다’며 ‘암드립’이란 저주를 퍼붓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불행하게도 임 씨는 악플러들의 거짓 행태를 죽음으로 고발한 셈이 됐다.

악플러들은 이제 “아내와 딸을 남기고 무책임하게 죽었다”며 비난한다. 한술 더 떠 그의 아내와 딸을 겨냥한 악플마저 등장했다. 망나니 같은 인간들의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고인을 한 번도 만난 적 없을 그들이 배설하는 이 파괴적 미움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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