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댄스도 아니고
강강수월래도 아니고
그렇다고 운동도 아닌
노래에 맞춘 곤봉 율동을
학교에서 시켰다.
가끔씩 "뚝"하고 나무와 머리가 부딪히는 소리와 동시에
"악!"하는 비명이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결국
우리 안식교인들은 춤을 안춘다고
(노래도 팝송이었다)
엄마가 학교에 얘기해서
곤봉체조에서 "면제"되었다.
성인이 되서
어느 유럽나라 민속 춤을 시범보이는 장소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차출되어 끌려나갔다.
춤을 못춘대도 춤 못추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다짜고짜 시키는대로 하라고
보고만 있더라도 가슴이 설레지는
파란 눈의 아가씨가
내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붇잡고
강무(?) 시켰다.
아가씨가 무안해할만큼 빼고 빼서
결국은 "면제" 받았다.
두어달전 ...
직장 상사 집에 밥 먹으러 갔는데
춤 파티가 되었다.
전혀 예상을 못했다.
계속 권하는데
애플 사이다만 마시며
계속 뺐다.
별 야한 춤도 아니었는데
물끄러미 구경하다가 슬며시 일찍 나왔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나는 세상과 뺄셈의 춤을 추고 있었다.
빠지고 빼고 면제받고.
와서 추라고 하면 못한다고 실랑이하는게
내 안식교식 춤이었다.
마음으론 원이로되
이젠 육신이 따라주지 못하여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한번 빼는
나만의, 제멋의
춤을 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