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크리틱] 착함에 대하여 / 문강형준

등록 : 2013.02.22 19:16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근대는 그 완성의 과도함으로 인해 다른 세상이 되었다.” 2007년에 남긴 마지막 저서 <사라짐에 대하여>에서 보드리야르는 말한다. ‘과도함’이 근대문명을 낳았지만 완성된 문명은 오히려 과도함으로 인해 소멸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급진적 성찰이 이 책을 관통하고 있다.


위기와 재난이 항시적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지금, 과도함을 성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계몽과 쾌락을 결합시키는 소위 ‘착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인간의 조건>(KBS)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여섯명의 개그맨이 일주일간 한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 웃음을 주는 예능이면서,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새김질해 보자는 강한 계몽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휴대폰·인터넷·텔레비전 없이 일주일 살기’라든가 ‘쓰레기 없이 일주일 살기’ 등의 기획을 통해 이 프로그램은 우리 시대 ‘인간의 조건’을 다시 쓰려 한다. ‘~ 없이 살기’라는 주제에는 ‘과도함’이라는 문명적 경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예컨대 ‘쓰레기 없이 살기’ 편은 가정이나 식당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의 규모가 자원의 낭비이고 환경의 적임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개그맨들 각자가 일상에서 힘들게 쓰레기를 줄여가는 과정을 가벼우면서도 묵직하게 담아낸다. 소비의 과도함을 꾸짖는 이 포맷은 우리에게 가벼운 죄책감을 안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소비’의 다른 측면을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소비는 개별 소비자의 소비행위로 한정되지만, 환경의 측면에서 소비는 개발과 생산을 하는 경제행위 전체이다(환경과 자원의 소비). 환경의 관점에서는 역설적으로 생산자(대개 자본)가 곧 소비자인 셈이다. 생태학자들은 지구 환경의 위협 요인은 개별 소비자의 소비가 아닌 자본의 소비(개발, 생산)라고 말한다. 우리가 소비를 아무리 줄여도, 자본의 상품 생산이 계속 작동하는 한 환경파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쓰레기에는 가정이나 식당 등 개인들이 버리는 생활 쓰레기가 있고, 경제행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산업폐기물)가 있다. 이 둘의 규모 차이는 놀랍다.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비율이 전체의 2.5%에 그치는 데 반해, 개인과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산업쓰레기 비율이 나머지 97.5%를 차지한다. 한국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과 사회적 비용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일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환경의 소비와 쓰레기 배출의 압도적 주체는 개인이 아닌 자본이기 때문이다. 상품 생산과 판매를 한시도 중단할 수 없는 자본의 속성이야말로 환경파괴와 재난을 가져오는 원인이다. 자본의 메커니즘을 혁신적으로 개혁하거나 폐기하는 노력 대신 개인의 습관을 계몽하는 데 치중하는 일은 문제해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거대한 체제의 환부는 그대로 두고 개인의 행위와 도덕성을 파고드는 행태는 우리 시대의 지배적 접근방식이다. 오늘날 유행하는 힐링과 멘토와 자기계발의 논리 역시 동일하다. 수십년 지속된 뒤틀린 체제가 낳은 문제들을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접근으로 어루만지는 접근방식은, 그 착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감추는 역할을 훨씬 더 잘 수행한다. 쓰레기 배출 제로를 달성한 연예인이 뿌듯해하고, ‘드림워커’의 인생살이를 듣는 대학생들이 눈물을 흘릴 때, 바로 그 감동의 순간이야말로 사회의 모순이 나의 모순이 되는 순간이다. 나를 바꾸라 조언하는 ‘착한’ 대중문화는 그렇게, 사회를 지움으로써 사회를 구원하려 한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 ?
    바오밥 2013.02.24 16:54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쓰레기?) 줄이느라 애를 먹고 있는데,

    전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해도 세상의 멸망은 막을 길이 없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1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67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81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66
2015 "국정원, 댓글 수사하던 서장에게도 전화" 당시 수서서장 법정 진술 국가걱정원 2013.09.17 2191
2014 내가 만약 마귀라면 김주영 2011.05.22 2192
2013 이상구박사의 가장 큰 실수.. (익스플로러 버전..) 1 김성진박사 2011.10.15 2192
» 착하면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착함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1 김원일 2013.02.23 2192
2011 조직의 쓴 맛... 3 김주영 2013.03.30 2192
2010 우리 자녀들을 CHC 예배에서 구출해 내야 그들을 실족시키는 죄가 없게 된다 3 purm 2010.12.14 2193
2009 2,000년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였지요? 1 아리송 2013.05.19 2193
2008 두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1 민주 2012.04.11 2194
2007 BBK의 진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서프라이즈~! 2012.03.28 2195
2006 안식교인 붕가. 재림교인 붕가. 6 西草타운 2012.05.22 2195
2005 이단보다 무서운 큰 교회 사유화...공교회성 회복 위한 심포지엄...교인 상한선·공익 재단 설립 제안 프로모션 2012.07.13 2195
2004 난~ 참~ 바보 12 유재춘 2011.02.03 2196
2003 국물도 없어. 2 박희관 2013.09.15 2197
2002 시편 1편을 통한 하나님의 사랑... 6 고바우 2011.10.11 2198
2001 양심선언...... 1 로산 2012.04.05 2198
2000 'Strongman'과 'Dictator'의 차이 19 타임17 2012.12.07 2198
1999 미국살기 무섭겠다.잘못올려 새로 올립니다. 바이블 2013.02.16 2198
1998 43.4% '목회자·교인' 때문에 교회 떠났다 - LA 중앙일보 중앙일보 2013.04.30 2198
1997 정명훈의 할렐루야에 침을 뱉으며 (1.5세 님께 사과 드리며). (조회수 5 이후 수정) 11 김원일 2010.12.30 2199
1996 André Rieu - Amsterdam Arena (2011) full concert - 음악과 예술을 즐기는 백성! 5 Young 2012.09.05 2199
1995 "집창촌"^^이라 불리는 이 누리에 오신 빈배 님...(수정) 7 김원일 2011.07.12 2200
1994 지 ~ 딴 에는, 7 file 박성술 2012.09.13 2201
1993 바람이 서늘도 하여 (별) 8 바다 2013.08.14 2201
1992 보고싶은 얼굴 몽당연필 2013.08.19 2202
1991 삼천포 어른신은 입만 살아 계신다. 5 박성술 2013.01.17 2203
1990 한국 민주정치와 기 싸움. 1 김재흠 2013.05.15 2203
1989 동화 속 꿈꾸는 이야기 18 제자 2011.05.19 2204
1988 안식교여, 너때문에 지구는 망할 수밖에 없단다 12 유재춘 2010.12.19 2205
1987 우리는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가? 8 빈배 오 강 남 2011.05.16 2205
1986 지구 6000년 설의 허구성-2- 2 로산 2012.08.13 2205
1985 친구와 이별을 하며서 2 김종식 2013.06.04 2205
1984 바보처럼 살다가 바보처럼 가는 목사 28 김균 2014.02.15 2206
1983 교리론 중심 신앙 vs 교회론 중심 신앙 10 김기대 2010.12.01 2207
1982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2 리영희 2010.12.16 2207
1981 치사하고 쪼졸한 행동 16 필명 2011.05.03 2207
1980 노벨문학상에 추천된 허성희의 독도찬가(허성희와 최종오 진행) file 최종오 2013.09.03 2207
1979 As the deer (타락해가던 이 게시판에도 복음성가가...) 1 file 왈수 2014.01.02 2207
1978 삼육대학의 모순중 하나 7 김기대 2010.11.18 2208
1977 주미 한국문화원장, 윤창중 피해자 직접 만났다.................. 이 보도가 사실일까요? 하야 2013.05.13 2208
1976 When you feel like giving up, think of this man... 정무흠 2011.06.16 2209
1975 벌새에 관하여 잠 수 2010.11.17 2210
1974 치사하 개 2 푸른송 2012.05.26 2210
1973 예수라 이름하는 그대에게--정은 님의 글을 읽고 2 김원일 2010.12.25 2211
1972 여와증인 바이블님 보시라, ( 여증은 지저분하고 잡다한 안식교의 70개 분파 중 하나에 불과함 ) 3 purm 2011.01.16 2211
1971 박성술님의 좋은 글을 보니, 그 장로님께 이 성경절과 증언절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1 전통矢 2013.01.13 2211
1970 독재자 푸틴의 애창곡 둥근세상 2010.12.12 2212
1969 2300주야가 없으면 재림교회에 쓰나미가 오는가? 2 로산 2011.05.07 2212
1968 고 정남석 목사님이 친구들에게 남긴 간곡한 글 (...현대 의학을 무시하지 말고...) 4 코스모스 2011.02.19 2214
1967 글쓰기의 한계-더 늙으면 이것도못한다- 로산 2012.03.26 2214
1966 목사가 70억 개인 재산? 3 70억 2012.03.30 2214
1965 춤추는 삼위일체--오메 신나붕거: 삼위일체가 흑인인 거 몰랐지?--그리고 성령이 여자인 것도 몰랐지? 3 김원일 2012.12.22 2214
1964 김대성 연합회장님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겨울산 2015.02.21 2214
1963 [김성진 의사님]의 . . 예언의 신을 도통한 글을 읽고 . . (독후감) 1 반달 2010.11.29 2215
1962 "정말로 쪽 팔린다"는 아래 김성진님의 글을 보고..... 2 필리페 2011.07.06 2215
1961 산골님 5 김주영 2011.09.26 2215
1960 NASA, ‘블랙홀’ 가상사진 충격 공개 5 잠 수 2010.12.08 2216
1959 이명박을 체포하라! 글로리아 2013.01.30 2216
1958 아모스 그는 누구인가? 로산 2013.02.16 2216
1957 세계 최초로 개[멍멍]가 쓴 칼럼 3 개만도못한 2013.09.17 2216
1956 내일 토요일 "현대 북한 기독교 역사의 전개와 현황" 특강이 삼육대학교에서 3시에 있습니다. 1 명지원 2010.12.17 2217
1955 천국이 정말 있다면, 나의 장을 지진다.. 5 김 성 진 2011.05.21 2217
1954 죽고 살고가 달린 사활의 문제 14 빈배 2011.09.07 2217
1953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4 김 성 진 2010.12.14 2218
1952 오늘 만난 사람들 4 로산 2011.03.01 2218
1951 민초 사이트 서버 다운 소식 5 기술 담당자 2013.01.16 2218
1950 이런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 1 산나무 2013.04.07 2218
1949 무르익은 봄 ------------------------------ 와우 ----------------------------------------------- 8 잠 수 2011.02.18 2219
1948 김주영님이 다룬 창세기의 창조에 대해서. 3 바이블 2013.01.22 2219
1947 날라리 목사가 주례한 부부의 최근 근황 2 fallbaram 2013.10.04 2219
1946 고한실씨 건에 대하여 한국연합회 홍보부장이야기. (송허참님 참고하세요) 6 필리페 2011.08.18 2220
Board Pagination Prev 1 ...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 201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