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이 있는 풍경 (Final Version)

by 김주영 posted Dec 19, 2010 Likes 0 Replies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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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이름을 찾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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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처럼

바다초록빛이다.


갯가 바위 위에

초로의 남자가 낚시를 드리고 앉아 있다.


아이들이 물장구를 친다


"이 문디 자석들아

이 낚시 안보이나?"


노인은 소리를 버럭 지르고 


입을 삐쭉이며

아이들은 낚싯줄로부터  멀찍이 물러난다. 


눈 큰아이 , 빡빡 머리 아이 

그리고 아직 빤쓰도 안입은 꼬마다.


여자애 둘이 모래 사장을

나비 날듯 사뿐히 지나간다.


눈 큰 아이가  물을 끼얹는다!


"앗 차거워! 정은아 도망가자"

"지안아 빨리 뛰어!"


사내 아이들은 킥킥대고


낚시하던 사나이의 휴대폰이 울린다


"네 김균입니더.  아.  네. 

곧 가지요. "


UC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비상 행정위원회가 소집되었단다. 


잡은 가자미 두마리와 

낚시도구를 챙긴다.


'그래.  결국은 민초들과

반민초 철밥통들의 싸움이지...'


발길이 무겁다.


---------


"누가 오래 잠수하나 내기하자"

"좋다.  내기하자!"

"하나 둘 셋!"


왕눈이는 물에 잠기는 척 하다가

고개를 내놓고 혼자 킥킥거리고 있다.


빡빡머리가 

캑캑거리며 일어나려고 할 때

왕눈이가 얼른 물에 머리를 넣는다. 


그리고는  됐다 싶은 후에

"푸!" 하며 일어난다


"어?"


빡빡은 다시 물에 들어가 있는게 아닌가?


"야, 원일이 이새끼 너 속이는 거지?

"뭐?  뭐라구?  속이다니??

빡빡이 머리를 내민다. 연기는 태연스럽다.


"이 자식!  너 죽을래?"

왕눈이가 빡빡을 쓰러뜨린다.


"사람 살려 푸 푸 푸"


빡빡은 죽는 시늉을 하고


빤쓰도 안입은 꼬마 성진이는

왕눈에게 매달린다.


"민철이 형 그러지 마 엉 엉 엉"


-------


노을이 진다.


물이 금빛으로 물든다.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듯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반달이 수평선 두 뼘 위에서

둥근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


고즈녁한 저녁 마을에서

오리 떨어진 곳은

선창이 있는 작은 항구다. 

빈 배들이 그득하다. 


미혹 이라는 다방이 보인다. 


바깥 벽에는 

보궐 선거 후보자들 벽보가 붙어있다.


기호 1번 민주개혁당 이동근 

기호 2번 만국당 김기대

기호 3번 평화당 강철호 

기호 4번 무소속 서청태

기호 5번 무소속 최종오




다방 안에는 

손님 서넛이 보인다. 


카운터 옆에는

'북한선교를 위한

새소망 교회 부흥성회

담임목사 명지원

찬조출연 한소리 선교단

새마음 합창단 단장 임유진 ''

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담임 목사 이름은

형광펜으로 칠해졌고

선교단 이름은 빨간펜으로 동그라미쳐져 있다. 


주인 마담이 나가는 교회인가보다. 


옆에는 

이미 날짜가  지난 

"박훈 트롯트 리사이틀"

이라는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다. 


라디오에는

미국에서 1.5세 로 명문대학 출신이었다는

요즘 한참 뜨는

'바이블 보이' 라는 발라드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름처럼 부드럽고 귀여운 목소리다.


"Just Because I love You

나는 너를 떠나 보냈지

To the end of the world

저 하늘 멀리 은하수를 지나

안드로메다 성운너머로

룰 룰--  바바 밤~``"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퓨전 노래다. 


창가 구석진 테이블에는

뱃사람인듯 

구릿빛 피부에 곱슬머리 사내가 

벌써 커피 두잔을 마시고

세째 잔은 블랙으로  홀짝이고 있다.


"카- 쓰다!"


외로움이 온 몸에 묻어난다.


옆에서 지켜보던 

새로 온 레지 아가씨가 사내에게 다가간다.


"늘 그렇게 혼자 마셔요?"


'혹시 무슨  고...고민 이라도...'

그렇게 물어보고 싶다. 


사내는 흘낏 올려보고는 말을 않는다.


"아저씨 

이건 무슨 뜻이예요?"


그녀의 수줍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근육이 울퉁불퉁한 왼쪽 팔에는

Y   J   라는 문신이 있다. 


사내는 말없이

반소매의 옷깃을 걷어 보인다.

세째 글자가 보인다.  


C


"와이 제이 씨?

뭐예요?"


"내 이름 약자"


아가씨의 눈이 잠시 반짝한다


"아저씨 이름이 뭔데요?"


"유- 재- 춘"


"아하~~"


마음에 꼭 새기려는듯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쩜,  이름하고 딱 맞게 생겼을까?'


"거긴 이름이 뭐야?"


"음... 푸름 (Purm) 이라고 불러 주세요"


"뭐?  푸하하하하하"


'어쩜 이름하고 그렇게 안어울리게 

팍 삭았냐?'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는다. 


"왜 웃어요?"


입을 삐쭉인다.


"아냐 아냐!


사내는 손을 내 젓는다


카운터 뒤에 앉아 있던 마담이

소리를 빽 지른다


"야!  재경아!!  이기집애

고바우 복덕방하구

무실 독서실에 커피 배달 

아직도 안갔니?"


"아.  알았어요

가요 간다구요"


아가씨가 얼굴이 빨개지며

황급히 돌아선다. 


'후후후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사내는 

남은 커피를 후딱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항구에 어둠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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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드나드시는 분들

필명/실명들 써서

잠시 놀아 봤습니다.


딱 한번씩 썼습니다. 


빠진 분 있다면 

서운해 하지 마시고


주연으로 안나오고

잠시 스치듯 나온다고

불평하지 마시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이 땅에 모든 포성이 멎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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