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
정치부문 차장
정치부문 차장
그 힐이 며칠 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나와 북한을 비난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 수백 기를 공개한 걸 두고 힐은 “북한은 우라늄 농축 얘기가 나오면 (내게) ‘그럴 계획조차 없다’고 부인했고 2년 전 그들이 중국에 제출한 핵 신고서에도 우라늄 시설은 없었다”며 “결국 그들이 거짓말을 해왔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그들의 좋지 않은 특성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일갈했다. 이에 앞서 힐은 지난달 서울을 찾았을 때 기자들에게 “나는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다. 그들은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판 햇볕론자였던 힐의 이 같은 ‘전향’은 북한이 그나마 자신들을 이해해주려 했던 몇 안 되는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최악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그저께 연평도에서 똑똑히 보았듯이 그들도 우리와 전면전을 할 생각은 없다. 전면전은 북한 체제의 종말을 의미함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도발은 전쟁 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의 핵개발을 눈감아주고 쌀과 돈을 달라”는 공갈이 본질이다. 이런 조폭식 망동엔 냉철하고도 단호한 방어태세로 응수하는 것만이 전쟁도 피하고, 그들의 버릇을 고치는 첩경도 될 수 있음을 연평도는 보여주었다. “북한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전쟁 난다”며 우리 군이 다달이 해온 포격훈련조차 중지하고 무조건 평양과 대화하라고만 떠드는 사람들은 연평도 사태와 힐의 전향에서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우리 정부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재임 2년이 다 돼가지만 6자회담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밥그릇만 생각하면 한번쯤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다른 참가국 대표들과 손잡는 사진을 찍히고픈 마음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회담을 위한 회담을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며 태연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6·25때 휴전협정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죽기살기로 싸웠기에 북한이 ‘협상 외엔 대안이 없다’는 걸 깨달아 성사된 것”이란 말을 자주 한다. 옳은 얘기다. 협상은 우리뿐 아니라 북한도 진정으로 협상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강찬호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