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님, 기똥찬(?) 얘기 하나만 올리지요^^

by 아기자기 posted Apr 14, 2013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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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장님, 기똥찬 표현으로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근본주의적 시각으로 남을 저주하고 정죄하는 이들,

독재자와 그 잔당들을 옹호하고 심지어 찬양 추종하는 이들,

약자들을 편견으로 차별하는 이들을 보고 좀 실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것도 모자라 그러지 말자는 이들에게

“똥물에 튀겨”야한다는 한심한 그 똥물 같은 생각에 기가 막혀서

이곳에 들어보면 그 똥물이 생각이 나서 출입을 금하다가

오랜만에 그런 똥물 생각을 흘러 보낼려고 글을 하나 날라다 올렸더니

접장님, 그 글보고 “기똥찬 글”이라 하신다!^^

 

그래서 내 글은 똥을 흘려 보내려다가 ‘기똥‘찬 글이 됐으니

무슨 똥이 되었든 똥 피하려다 똥이 되었다는...

참 기똥찬 일이 되었습니다^^ ㅋㅋ

 

근데 오늘 아침 한 페친이 보내준 페북의 글을 보니

어찌된 일인지 또 기똥찬 똥 얘기다!^^

그래서 요즘 인연 깊은 그 ‘기똥찬’(?) 얘기 하나 퍼왔습니다.^^

 

<충청도의 힘 50 – 사랑1> 남덕현

 

혼인이 냘 모렌디 그때까정 샥시 얼굴두 못 본겨!

사진을 뵈 주기는 혔지만서두 실제 인물은 아니니께 궁금혀서 죽겄드라구.

그래갖구선 샥시 사는 동네루 몰래 들어간겨.

만난다는 보장두 읎구, 그라구 그짝 동네 청년들헌티 잘못 걸리믄 워디 한군데 절단나서 올지두 모르는디두 싹 무시허구 간겨, 원판 궁금허니께!

... 이룽저룽 혀갖구선 워찌케 마을 정자낭구까지 가니께 애덜이 놀구 있대?

애덜헌티 눈깔사탕 하나썩 맥이구선 워디사는 뭐시기가 누구냐 허니께 워떤 눔이 사탕을 드런 손으루다가 주둥이에 넣었다 뺐다, 쪽쪽 빨믄서 그러대.

 

- 우리 이모유!

단박에 찾은겨! 인연이다 싶대.

그때부텀 맴이 깨벌레 농약먹구 뒤질라구 방정떠는거 모냥으루 이짝으루 뒤집히구 저짝으루 뒤집히구,

오금이 저리믄서 아랫배가 써늘허믄서두 간질간질 허는디 사램 환장허겄드라구.

간신히 맴을 다잡구선, 시방 니 이모는 워디에 있냐허구 물으니께 그눔이 이러는겨.

 

- 시방 똥 눠유!

쌍눔의 새끼, 김이 팍 새대!

암만 어린것이라 혀두 그렇지, 눈치가 읎어두 그 모냥으루 읎을까? 똥이 뭐여, 똥이!

총각이 지 이모 찾으믄 뻔한거 아녀? 총각이 지 이모 똥 받아다가 거름으루 쓸라구 워딨냐구 물었겄어?

기분이 확 잡쳐갔구선 입맛만 쩍쩍 다시구 있는디 그눔이 한 술 더 뜨는겨.

 

- 다 눴으믄 댈꾸 오까유?

참말루 댈꾸 올깨비 겁나대!

그래갖구선 그눔 새끼 마빡을 후려갈기구선 그답 집으루 온겨.

뒤돌아 오는디 그눔 새끼가 뒤에서 소리를 빽빽 지르는겨.

 

- 우리 이모, 인자 거진 쌌유!

사램 환정허지 참말루.

이치루 따지믄 사램이 똥 안누구 살수는 읎는건디두 그답 오만정이 똑 떨어지는겨.

하여튼 사램이라는 짐승이 참말루 희한한겨,

내가 그 샥시 얼굴을 직접 보기를 혔어 아니믄 말반죽이래두 한티 치대봤어?

정이 붙을 새두 읎는 것인디 그랴두 정이 한 여름에 우박떨어지드끼 싸늘허게 떨어지드래니께!

 

집으루 와갔구선 봉당에 쭈그리구 있는디 한숨만 푹푹 나오는겨.

사방 팔방으루다가 똥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디 참말루 사램 뛰다 죽겄드라구.

허연 구름을 치다봐두 똥, 노랭이 꽃을 봐두 똥, 조막만헌 애호박을 봐두 똥.

해필 그눔의 새끼를 만나갔구선 쌩으루 맴에 큰 병을 읃었다 싶은게 억울두 허구 후회두 되구 승질만 벅벅 올라오는게 내 맴을 내두 워쩌지 못허겄드라구.

맴은 굴뚝이지만서두 그랴두 혼사가 냘 모렌디 파토 놓자는 말은 꺼낼 엄두가 안나대.

부모님덜이 파토 놓는 까닭이 뭐냐 허믄 뭐라구 대답을 헐껴?

 

‘똥 때문이유!’ 그랴? 내가 생각혀두 말이 안되는 건디 다른 사램덜은 오죽 허겄어.

그라니께 그냥 속으루만 끙끙 허믄서두 똥의 똥자두 못 끄잡어낸겨.

아, 그란디 우리 엄니가 지나가믄서 한 마디 툭 던지는 말씀에 내가 눈깔이 뒤집힌겨.

 

- 혼사 앞둔 눔이 낮짝에 꽃이 펴두 모자랄 판국인디 워째 똥씹은 얼굴을 허구 자빠졌댜?

내가 핑생 엄니헌티 ‘싫어유!’소리 한번 한적이 읎는 출신인디 그날은 배락같이 소리를 지른겨.

 

- 그려유! 씹었유! 아싸리 똥통에 빠졌유!

그담은 내 정신으루는 기억을 못허구 울 엄니 정신으루만 기억을 허는디,

난리두 그런 난리가 읎었댜. 내가 발딱 인나갖구 도끼를 들구 장광으루 가드만 술독을 냅다 후려 갈기드랴!

 

혼사 치르믄서 손님들 오믄 내 갈 술인디 내가 작살을 낸겨.

엄니가 그라는디 술독을 작살내 놓구선 사지를 발발 떨믄서 그 앞에서 한참을 서있드랴. 그라더니 입에 거품을 물믄서 팩 꼬꾸라지드라나?

츠음에는 지랄병에 걸린줄 아셨다는디, 그건 아녀.

나는 원래가 한 잔은 고사허구 술 냄새만 스쳐가두 어질어질헌 출신인디,

한 여름에 몇 달 묵은 술독을 깨 노니께 월매나 독한 술기운이 사방에 퍼졌겄어.

승질은 뻗쳐 올랐지, 그 위루 술기운이 올라타니께 순간적으루다가 머리가 팽허구 돈겨.

엄니는 새 신랑이 지랄병자라구 동네방네 소문이래두 날깨비 얼렁 나를 질질끌다시피 혀서 방에 눞혀 놓구선 팔 다리를 주물르믄서 펑펑 우셨다는겨.

한참 있다가 눈을 딱 뜨느께 엄니가 월매나 우셨는가 눈이 퉁퉁 부어갖구선 신신당부를 허시는겨.

 

- 니만 알구 나만 아는겨 잉?

- 뭘 알어유?

- 지랄병은 지랄헐때만 나오는 거니께 니가 지랄을 안허믄 되는겨.

- 지랄병이유?

- 그랴! 그라구 지랄병에는 삼 년 묵은 똥물이 좋대니께 엄니가 정성으루다가 걸러서 댈껴!

 

허, 참말루 뭐라구 할 말이 읎더라구.

기냥 운명이다 싶구 팔자려니 싶은게 눈물만 질질 나대.

속으루는 살아보지두 않구선 빙충이 마냥 뭐허는 짓이냐 달래두 봤지만 서두 인연이 아닐라구 혔는지 워쩐지는 몰러두 당최 맴이 안돌아 서니께 답답허드라구.

그 모냥으루 눈물만 질질 흘리믄서 밥도 못 냄기구 빼짝 골아갖구선 혼삿날을 맞은겨.

 

뭔 흥이 났겄어?

낮짝은 누리딩딩허게 떠 갖구선 똥씹은 상이구, 사램덜이 농을 쳐두 웃기를 허나,

대짜루 혼구녕이 난 놈 모냥으루 멍허니 스라믄 서구, 앉으라믄 앉구, 절허라믄 허구.

사램덜이 암만봐두 신랑 허는 꼬라지가 수상허거든?

여기저기서 수군대기 시작허니께 장인이 슬그머니 우덜 엄니헌티 와서 묻드라구.

 

- 백서방 폐병 있슈?

- 아뉴! 혼사 앞두구선 지깐에 디게 심적으루다가 심들었는게벼유.

- 이 마당에 혼사 파토 놓자는 말은 안혀유. 솔직허니 말씀허셔두 되는디.

- 절대루 아녀유! 쟈는 뺏속까정 심이 넘치는 애유!

- 사둔이 아니라믄 아니겄쥬. 그랴두 폐병에는 삼 년 묵은 똥물이 특효라구 허대유.

알고나 계시라구유.

 

그 소리를 듣구 있자니께 앞으루 내 팔자가 참 ‘똥’이겄다 싶은게 막막허드라구.

그랴두 워쩌겄냐, 이것두 인연이니께 이룽저룽 한 핑생 굴러 먹으야지 허믄서

그때까정 치다두 안 본 샥시 얼굴이래두 볼 속셈으루 고개를 치 들라구 허는디

그때 그 쌍눔의 새끼허구 눈이 딱 마주 친겨.

이눔 새끼가 나를 보더니만 지깐에는 반갑다구 한마디 허는디 고쳐묵은 맴이 싹 가시대.

 

- 접때 그 아자씨네! 이모 똥 누는디 이모 워딨냐구 찾던 아자씨 맞쥬?

손구락으루 조용허라구 시늉을 보내두 이눔 새끼가 더 신나갖구선 지랄을 허대.

- 아자씨 가자마자 이모 똥 다 누구 나왔는디! 헤헤헤.

 

첫날밤이구 뭐구 인자 기억두 가물가물 가물친디,

시방 생각허믄 싫을 이유두 읎구 좋을 이유두 읎는디 ‘똥’ 한 소리에 그 모냥으루 맴이 상혀서

부대낀걸 보믄 암만혀두 인연이라는게 반다시 있다 싶어.

인연이 아닐라니께 그랬지 안그려? 살아보니께 알것드라구.

 

남자, 여자 별것두 아닌디 맴이 안맞는 남자 여자가 한티루 사는게 월매나 고생인지 말두 못혀.

노상 워디루 떠나구 싶은 맴만 가득허니께 떠날 궁리를 허는 남자나 붙잡을 궁리를 허는 여자나 뭔 재미가 있겄어?

갤국 못 참구선 집을 나갔는디, 그때가 사십 초입이여.

(중략)

 

기똥찬 얘기 재밋섰시유?

또 올려도 될랑가 모르건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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