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이 아침에도 부실거리는 눈이 내리네요
꽁꽁 얼어서 운전하기도 겁이나서 조심스럽습니다
이삼년전인가요
문장 지에서 단체 메일이 오는데 아주 멋진 시를 발견했었지요
이런 맛도 있더라구요
폭설暴雪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 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눈이 좃나게 많이 와 버렸다고
눈이 허벌 나게 많이 와 부렀다고
아침 뉴스가 그러더군요
군산
진짜 눈 많이 오더군요
바다님 말하시는 그 때
내가 군산 중앙교회 주말 부흥회 가다가
중간에 돌아 올 뻔 했지라우
얼매나 퍼 부어 대는지
중간에서 차를 세우고 갈까 말까 하던 때 말입죠
그 눈
섬진강 건너면 하나도 안 와요
웃기죠?
눈 오는 날을 기다리면서
잘가다가 빠진 삼천포 영감이...
아참
창문을 열어보니
지리산이 눈속에 빠졌군요
내가 앉은 자리에서 문만 열면 지리산 정상이 보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