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보내 드리고 서울에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저희 어머닌 남기는 말씀에 저희 형제 여덟을 꼬마들이라고
웃기시며 울리시는 글을 쓰쎴답니다.
형제끼리 우애있게 잘 지내라고....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 안에 살며 후일에 다시 만나자고...
몸살을 치루는 제 모습입니다.
민스다 가족도 제 가족임을 다시 상기하며....
벌써 여기에 와서 세 밤을 잤다.
첫째 밤 잘 자고
두째 밤 좀 그랬어도
어제 밤도 잘 잤다.
이렇게 몸은 또 이 곳 생활에 익숙해질 모양이다.
그런데
마음은
추웠다가 녹았다가 햇볕 따스한 그 곳에 머문다.
이 곳은 거기 같이 춥지 않아도 늘 흐리다.
아마도 그 곳은 정열이 남아 넘치는가 보다.
찰 수도, 햇볕 따스할 수도 있는 그 곳
떨쳐내기 어려워
내 마음은 아직 이곳 사람들과 익숙해 지기를 거부하는 모양이다.
여러 사람들의 전화소리를 듣기만 하고 답하고 싶지 않은걸 보면...
죄송하게도 어제 외삼촌 전화를 받았다.
문안 인사 먼저 드려야 할 것 왜 몰랐겠는가.
간직하자.
엄마를,
엄마의 사랑스런 꼬마들의 정다움을,
아버지가 쉬시는 양지 바른 그 터전을,
엄마가 잠드신 그 품을,
가슴 깊은 곳으로
그리고 소리친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일어나자.
다시 미국모드로 돌리자.
내 마음의 컴퓨터를
그란데 와이리 에리노 내 맴이....
어머니의 손
이해인
늦가을 갈잎 타는 내음의
마른 손바닥
어머니의 손으로
강이 흐르네
단풍잎 떠내리는
내 어릴 적 황홀한 꿈
어머니를 못 닮은 나의 세월
연민으로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
어머니의 손은 어머니의 이력서
읽을수록 길어지네
오래된 기도서의
낡은 책장처럼 고단한 손
시들지 않는 국화 향기 밴
어머니의 여윈 손
Shal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