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우리 교회에서 여성중창단 '은빛 소리'가 들려준 찬미가는 내용도 내용이
지만 기막힌 화음으로 더욱 감회가 깊었다. 덜 익은 성도라서 그런지 깊은 뜻의 찬
미보다 우선 그 화음이 가슴 속 깊이 스민적이 있다. 높은음에 가서는 바이올린 줄
에서 살아나는 가락 같다면 허풍일까.
특히 어느 곡은 비바체나 프레스토 형식인지 모르나 빠르고 경쾌하게 단원들이 살
짝살짝 발 뒷굽과 무릎을 스프링처럼 튕기며 화음에 열중하고 부드러운 안면은 듣
는 내내 벌새가 심금을 살짝살짝 퉁기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환상으로 희열을 느
꼈다. 그 날따라 봄철 맑은 날씨라 궁합이 맞아서 그랬을까?
우리 교인만이 아니라 다른 자매 교회에서도 이 '은빛 소리'를 초청하여 들었으면 얼
마나 좋을까 싶었다. 즐거움과 기쁨, 희열을 나누는 특전을 기대하였다. 중창단 측
사정도 모르고 중창단 관계자도 아니면서 입으로 인심 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름 하여 '은빛 소리'라고 하니, 언젠가 창가에 놓인 어항이나, 으레 형광등 불빛을
밝힌 수조에서 유영하는 물고기가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놀래서인지 놀던 방향을 갑
자기 틀어대는 찰라, 번뜩 보이는 하얀 비늘을 연상시키니 보고 듣는 데서 '은빛 소
리'에 홀렸다. 그러다 보니 극 중 장군 갑옷에서 번뜩이는 장식인 많은 비늘까지 떠오
르며, 비늘구성원 하나하나가 비늘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예배 시간에는 단원 5명 중 1명이 빠쪘다. 그러니 그 '은빛 소리'임을 확
신하지 못한 채 듣고 보니 귀에 익은 화음이나 음색, 낯익은 몇명 때문에 '은빛소리'
여성 중창단임을 확인하였다. 이미 낯과 귀에 익은 '은빛 소리'의 비늘들은 여전히 번
쩍인다. 여전히 가슴 저 깊은 곳까지 스미는 감동은 직접 시청하지 않고는 말로 형용
할 수 없음이 아쉬웠다.
'은빛 소리'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