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게 궁금하던 야생 오리 한 쌍.

by 김재흠 posted May 20, 2013 Likes 0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끔 지나다니는 다리에서 자그마한 오리들이 개울에서 먹이를 찾고 유영하는 모습

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운지 한참 넋을 잃고 보는 즐거움에 흠뻑 젖었던 적이 있다.

자연히 그곳을 지나치려면 또 그 오리를 만날까 설레면서 개울물을 따라 살피니,

전히 전처럼 한 쌍이 물질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았던지.

그러다 언젠가 다시는 그 오리 가족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다리를 지나칠 때면

잊지 않고 그 오리 가족 안부가 그리워서, 그곳을 지나는 사람에게까지 오리 소식을

혹시 알 수 있을까 싶어 물어본 적도 있다. 그들은 그곳에 오리가 있었는지조차도 모

르는 처지라, 그 후로 아예 오리 소식을 체념하였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그 오리 가족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성숙한 오리 한 상이니,

오리 가족으로 믿고 싶다. 비록 이미 상면한 적이 없는 오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역시

처음 만난 오리에게서 얻은 기쁨과 다를 바가 없다. 만나자마자 반가운 탄성이 절로

나면서, 사랑스러운 자태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더 가까이 접근하고자 하다가, 오리를

도망쳐 날아가게 했다. 그러나 그 한 쌍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서 멀리 사라질까 조

바심하던 끝에 다시 그 개울 물줄기 상류에 매끄럽게 내려앉는다. 물론 백여 미터 이

상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갔으나 잡초가 우거져서 그들 소재를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

오는 길에 안부를 묻자는 심정으로 볼일 보러 서둘렀다.


그러나 돌아올 때 그 길로 다시 접어든다고 했지만, 볼일이 꼬여서 시간이 지체되고

도보로 지나던 그 길목은 승용차를 불러서 타고 오는 바람에 다른 길로 집에 왔다.

단 다시 그들이 나타난 사실을 똑똑히 확인했으니 필연코 그들을 다시 만나러 걸어갈

작정이다. 비록 오늘 사진 촬영에 실패했지만 재도전하여 그들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

하고 싶다. 이산가족의 비운을 안고 살아본 적이 없어서 참으로 행운이나, 그토록 그

리워하던 가족을 만난 기쁨에야 비할 수 없을 테지만, 오늘 그토록 궁금했던 그들을

다시 만나니, 바로 이런 게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이렷다. 왜 이 뜻을 그들은 몰라주는

지 안타깝다.


하기는 그들이 내 속내를 알아차리면, 만남을 허락할 것이다. 그러나 한 편 생각하면

아마 쉽게 그들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하면, 숫처녀가 호락호락 이성에 응대하는 꼴

이라 긴장감과 신비감이 사그라지고 톡 쏘는 맛이 없어 그만큼 싱거울 테지. 이래서

다음 기회를 고대한다. 다시 도망쳐도 좋으니 눈앞에 다시 얼씬대기만 해도 고맙다,

한 쌍의 오리여!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나 식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나 동물이나 식물 재배에 능한 아

내 말을 들어보면 자기 동물이나 식물과 감정 전달이 가능하다고들 하는 말을 들어본

적도 있으니, 설마 하니 그 오리들이 푸대접할까 싶지 않다.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