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에서 중국 부추를 뽑아내며.

by 김재흠 posted May 23, 2013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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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전과 후, 점심 후 이렇게 매일 두세 차례 뒷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이 부추

를 뽑는 지 벌써 며칠 된다. 그러다 집안에서 다른 잔손질이나 알아볼 일이 생겨 밖에

급한 볼일이 있으면 일단 부추 뽑기를 젖혀두다 보니 여러 날 제초가 진행된다. 그런

데 이 중국 부추는 번식력이 매우 빠르고 사방으로 번지며, 뿌리는 연하면서도 잔마

늘 뿌리 비슷하나 뿌리가 15센티미터 깊이 파고들어서 몽땅 파내기가 쉽지 않고 잔잔

한 씨들이 뭉쳐서 마늘 크기이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씨들이 확 헤트러지면서 떨어

지니 매우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땅속 깊이 쇠막대를 꽂고 넌지시 눌러대면 부초 씨가 부추와 함께 비록 솟아나오나,

조심조심 꽃삽으로 밑을 받쳐 퍼내어 씨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정성을 다하게 마련이

. 그런 중에 별생각이 떠오르고 한 가지 생각이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매일 다른 얘깃거리를 한 교계 게시판에 올린 지 한 달이 넘었다. 특히 정치 사안을

다루다 보면 댓글이 바쁘게 올라온다. 특히 다른 안목에 관하여 올리는 댓글은 마치

'우리 민족끼리' 패거리가 덤비는 꼴이다. 필명을 보면 대부분 그 사람 글을 읽어본

적도 없는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날렵하게 치고 들어오니 그래서 '우리 민족끼리'

떠오른다. 언문은 터득했으나 논리 비약은 기본이니 말귀가 어둡다는 빈축을 받을만

하다. 또 이름을 개별적으로 찍어 올려 공개 비판하는 행투리는 6.25 동란에 지역 유

지나 지주를 마치 길 한복판이나 운동장에 세워놓고 인민 재판하는 식이다. 이게 소

위 언론 자유다. 김대중과 노태우 전 대통령 치하에 때 만난 듯이 지하에서 쏟아져 나

온 숨은 무리가 제 세상 만났다고 설치는 꼴은 완장 두른 무리처럼 행세한다.


과일나무가 많고 닭도 댓 마리 키우는 뒷마당에는 흔한 게 다람쥐나 스컹그고 여기에

라쿤이 과일과 닭을 표적으로 수시로 드나들기에 덫을 놓아 생포하여 집 멀리 잡초가

무성한 벌판에 풀어주기를 여러 차례 했더니 이젠 며칠 전부터는 웬 여우가 드나든

.


이 동물처럼 한국에는 지상 낙원 건설을 위한 역군이 바쁘게 뛰고 있나 보다. 언젠가

는 그들이 승전가를 부르고 인민 영웅으로 크게 이름을 떨치리라. 그래서 그런지 모

르나 교계 게시판에도 용장이 설친다. 한마디 하면 앞질러 짖는 졸부는 그래 봐야 게

시판이다. 이게 '우리 교인끼리'인가?


중국 부추를 캐내느라 코를 땅에 박고 몇 시간씩 땀을 흘리다 보니 이들이 깊숙이,

르게, 널리 퍼진 지상 낙원 건설 역군을 떠올리게 되었고 과일나무와 닭을 해치려고

기회를 찾는 동물을 보니 교계 게시판 악질 누리꾼도 떠올랐다. 뒷마당에서 부초 씨

낱알까지 주워담고, 덫을 계속 놓아두어야 한다지만, 교계 게시판이나 한국 속에 묻

힌 이물은 어떻게 솎아내야 할지 망막할 뿐이다. 가장 손쉽고 합리적 대책은 서로 상

대를 인정하는 태도다. 누구나 제 각각을 한 색깔로 만들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설령 상대를 설득해도 불통이면 어찌할 도리가 없이 돌아서야 하는데 강간

하려는 자세라서 마찰음이 요란하다.


도대체 민주주의나 자유가 뭔가? 다수결이 무력하고 남을 괴롭히고 강제로 굴복시키

려 하는 게 자유인가? 남의 의견에 아닌 밤중 홍두깨처럼 생떼를 부리는 무식한 무리

도 그쪽이다. 즉 상대방 생각을 제멋대로 비틀고 대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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