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즐거웠어요

by 김원일 posted Dec 28, 2010 Likes 0 Replie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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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촛불집회 참가자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악용해온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의 통신’ 처벌 조항이 어제 위헌 판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익’ 또는 ‘허위의 통신’이 무엇인지 불분명한데다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다.


이 처벌 조항을 담은 전기통신기본법은 1983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졌으나 당시에도 이에 따라 처벌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제정과 함께 잊혀지면서 사문화한 셈이다. 이런 조항을 이명박 정부는 2008년 5월 촛불집회 탄압을 위해 되살려냈다. 애초 ‘명의의 허위’(가짜 이름)를 금지하는 취지의 조항을 거짓말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확대해석해 정부 정책 비판자들을 옥죈 것이다. 검찰은 이 조항을 같은해 12월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하는 데도 적용하는 등 표현의 자유 탄압 강도를 계속 높였다. 미네르바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정부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최근엔 천안함 사건 직후 전쟁설을 퍼뜨린 이들, 연평도 포격 직후 예비군 소집령 등을 퍼뜨린 이들도 이 조항에 따라 기소됐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정부 비판에 대한 탄압에 제동을 걸었을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재판관들은 허위사실의 표현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속한다고 명확히 했다. 또 이에 대한 제한은 헌법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혈안이 된 현 정부가 귀담아듣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통신의 자유와 관련해 또하나 주목할 결정이 이날 헌재에서 나왔다. 인터넷 감청의 총 기간과 기간 연장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조항이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그것이다. 이는 국가정보원 등이 범죄 수사를 내세워 몇년씩 특정인을 감청해온 것에 제동을 거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부는 의사표현과 통신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반성하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헌재 결정 취지에 맞춰 통비법을 감청이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것도 시급하다. 명예훼손을 내세운 ‘인터넷 마구잡이 검열’의 빌미가 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도 함께 손을 봐야 한다.


한겨레 사설


한겨레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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