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미 니카라과에서 파나마운하를 대체할 대형 운하의 건설 및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해상물류 요충지를 장악하게 돼 중남미 지역을 둘러싼 미·중 대결이 심화할 전망이다.

6일 영국의 가디언에 따르면, 르네 누녜스 니카라과 국회의장은 5일 약 400억 달러(약 44조6800억 원) 규모 대형운하 건설프로젝트의 건설 및 운영권을 중국기업에 100년간 양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니카라과에 대형운하가 건설될 경우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선박들이 니카라과 운하로 이동하면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온 파나마의 태평양-대서양 운송로가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중미 카리브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지정학적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14년 건설된 파나마운하의 운영권을 최종적으로 1999년 파나마 정부에 되돌려줬다. 파나마정부는 52억5000만 달러를 들여 파나마운하 확대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규모면에서 니카라과 운하를 따라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부터 추진된 니카라과 대형운하 건설프로젝트는 니카라과 북쪽 니카라과 강을 따라 건설되며, 파나마운하나 수에즈운하보다 훨씬 길고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선박의 재화중량이 25만t에 달해 파나마운하보다 10만t가량이나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권을 넘겨받은 기업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 컨소시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니카라과 정부가 왕진(王勁) 신웨이(信威)텔레콤 회장과 HK-니카라과 개발투자사를 만나 운하의 건설 및 운항에 대해 논의한 뒤 프로젝트 진행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좌파인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집권 후부터 제2의 파나마운하 건설에 의지를 보여왔는데 중국측에 건설권을 넘김으로써 중미 지역의 반미 좌파 블록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니카라과 의회는 7일 구체적인 건설계획과 이에 따른 환경평가 관련 법안을 추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는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