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젠가,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인근 서니랜즈(란초 미라지)에서 열린 미.중 정
상회담 결과 북핵 금지에 양국의 합의가 보도되자, 이래도 남북 당국 회담이 예정
대로 속개할까 하는 의구심이 퍼뜩 떠올랐다. 한미 정상 회담에 이어 한중 정상 회
담 일정이 잡힌 마당에 북핵 대책에 중국의 숨 고르기를 은근히 기대했던 북한 정
권이라 남북 회담 보류는 예정된 순서이다.
게다가 얼마나 당황했으면 북측 김계관이 러시아에 쫓아가 응원을 구걸하는 마당
이다. 남북 직통 전화도 끊겼다니 이쯤 되면 평산개 꼬리에 마치 불붙은 꼬락서니
다. 그러잖아도 이래저래 애초 북한 정권의 말장난에 한국 정부가 말려들지 말기
를 빌었다. 남북 수석 대표의 격에 대한 견해차라고 우선 해석하나 이는 그들이 꼬
투리 잡는 말장난이다.
만일 김양건 조평통 위원장이 아니고 김정은을 운운했다면 존엄성을 들먹일 판이
였으리라. 이번 회담 보류가 존엄성이 개입되지 않기를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 불
바다가 튀어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서는 북한 정권의 회담
선 제의에 한국 입장은 북한 정권이 제 발로 걸어들어와 말 좀 나누자고 했겠는가
하면서 북한 정권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나 이에 대하여 조선 중앙 방송이 유구무
언이라서 몸달기는 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북한 정권의 회담 제의에 한국 정부가 손사래 할 것은 아니나, 조금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은 이제까지 그들과 대화에서 익혀온 바다. 북한이 툭하면 불바다를 외
쳐도 국민은 안보 불감증에 젖어있듯이 그들과 대화에 관하여서도 회담 불감증이
국민 사이에 만연한 것이라면, 언론도 여기에 따라 들뜬 보도 자세가 아니고 냉정
한 보도가 필요하다. 더구나 풍산개 꼬리에 붙은 불을 어떻게 진화할지 두고 볼 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