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잠, 사랑

by 최종오 posted Jun 23, 2013 Likes 0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인식이란 아이는 몸에 기생해야만 산다 하는데...

몸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

그 아이는 짐을 싸지만 갈 곳이 없어 슬퍼할 테지...

 

매일 밤 잠을 맞지 않으려 애를 썼지.

인식의 등불이 잠시라도 꺼지는 게 싫었던 거야.

 

밤잠, 낮잠, 깊은 잠, 선잠,... 이런 조무래기 잠들을 깨우는 일은 늘 가뿐했었지.

그런데 잠들의 줄 맨 끝에 막연함조차도 느끼는 뭔가 다른 녀석이 있는 거야.

백전백승의 인식도 그 존재 앞에선 이상스레 무릎이 흐물거리는 거 있지.

 

엄마도 8년 전에 그 잠이 데려갔는데...

태산을 움직이던 사랑도 가벼운 눈까풀 하나를 못 들어 올리더라고...

그때 고아가 되어버린 인식이 얼마나 적막해 하던지...

 

내 인식 앞에도 이 대장 잠이 직접 나타날 날이 있겠지.

거슬러도...

자빠져도...

내 인식을 밑 빠진 까만 구덩이에 도로 보내버릴 거야.

 

어린 시절을 예쁘게 꾸며놓고 몸과 마음을 설득했지.

여기서 계속 있어달라고...

착한 마음은 그렇게 해준다 해서 아직도 어리고 어린데...

못된 몸이 그렇게 안 해준 거야.

여태껏 그렇게 잘 먹이고, 잘 꾸미고, 재밌게 해주면서 꼬였는데도 말이지.

 

몸이 이렇게 날 배신할 줄은 몰랐어.

헬라사람도 성경사람도 걔를 별로 쳐주지 않은 게 괜한 이유가 아니었던 거야.

 

인식과 형상이 꿈같이 사라지고 나면...

소담스런 사랑들이 나를 그리워할 건데...

그러게...

많이... 많이... 아주... 아주... 많이... 그리워할 건데...

어쩌지... 어쩌지... 정말...

 

2013. 6. 24. 월. 고전 15:19을 읽고...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이생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리라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전 3:11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요 11:25

 

씻지도 않고 사는 나의 모습.jpg


Articles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