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때는 호구지책으로 죽음을 마다하고 덤벼들던 세월이 있었으나, 지나고 보니 겁
없이 살아왔다. 동물도 자기 새끼를 침입자로부터 보호하려면 본능에 따라 생사 결단
을 감행한다. 하물며 인간일진대 당연한 과거사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렇게까지
억척을 떨었어야 했나 하는 소회가 있다. 한국인의 급한 기질을 피해 가질 못하고, 낯
선 미국 환경에 미쳐 적응하는 호흡 조절을 생략하고 덤빈 생활이니 오죽했을까.
그러다, 힘에 겨우면 다시 이민 보따리를 다시 둘러메고 고국행을 한 사람이 한둘인
가. 다행히 운이 좋아 고국행을 비켜나 간 지금, 그저 하늘이 준 재수를 감사한다. 'G
od blessed my family'만 되뇔 뿐이다. 이젠 어디를 가나 익숙한 동족을 만나면 다양
한 인생 역전(hard fight)의 용사를 만난다. 미국이 최고란다. 이렇게 좋은 나라가 어
디 있느냐는 투다. 심지어 '천국'이라고 하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비록 어설픈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 대단치 않은 생업일진 몰라도 스와밋에서 만난 한국인이나,
LA에서 우연히 만나 몇 마디 주고받던 한국인, 봉급만으로 살다가 은퇴한 같은 교인
도 분명히 이 세상 미국이 '천국'이라는 말을 듣던 기억이 난다. 그야말로 보통 사람
도 느낄 수 있는 천국이다.
그렇다. 구렁이 제 몸 춘다는 말이 있으나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누구나 처한
환경에서 욕심을 다스리고 부족함이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면 그게 천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이는 한국과 차별하려는 뜻이 아니고 한국에서 태어나 오
랜 세월 살아온 피가 몸속에 남아있어서 다른 온도 차를 느낄 수밖에 없기에 하는 말
이다. 물론 고국 동포도 부족함이 없이 사는 사람은 당연히 한국이 제 일이라고 할 것
이다. 예컨대 한국 MBN 방송 '로드다큐 맛있는 여행' 에서 마산이나 거제도에서 만
난 어부나 통술 집 주인처럼 바다에서 얻는 소득이나 수십 년 단골을 의지하고 열심
히 살아가는 사람들, 또는 '대박의 비밀'에서 사업에 달인이 된 사업가는 자기가 사는
무대가 천국이리라. 그러나 이 천국은 제한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그런
천국이다.
미국에서 보는 한국은 비록 매일 무너지는 소리, 즉 화재, 자살, 농성, 사기, 부패, 폭
발과 교통사고 같은 안전사고, 신변 위협, 각종 범죄 등이 수없이 뉴스로 소개되더라
도 한국은 건재하고 활기찬 생활을 지속한다. 그렇다고 멈추면 넘어질 수 있으니 계
속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편에서는 무너지는 소리가 나도 살아남기 위해서
는 일해야 한다. 또 그런 환경에 살면 자연히 적응되니, 안전 불감증이란 말이 한국에
는 유행한다. 어떻든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게 마련이다.
미국에도 한국처럼 여러 병리 현상이 있다. 문제는 그 좁은 땅에 밀집한 인구를 생각
하면 통계자료 도움이 없더라도 한국이 매우 어지럽고 불안하다는 걸 우리는 실감한
다. 또 아무리 미국 재정이 어렵다고 하나 어려운 집안에 생계비나 의료 혜택을 주고
누구 눈치 안 보고, 제 배짱대로 산다. 웬만한 곳이라면 조용하고 주거 환경이 쾌적하
다. 부지런하면 넓은 울안에 과일나무, 채소를 심어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어 좋다.
그러나 허세와 가면을 쓰는 한국 생활이 스트레스다.
한국인도 웬만한 집안이면 으레 미국에 한 자리를 펴놓은 까닭은 무언가. 싸이가 과
거 미국을 향하여 참아 듣기 민망한 욕설을 퍼부었으나 그래도 미국이라 백악관에도
드나들잖는가. 그러니 천국이지. 돈만 있으면 천국이라고? 물론 귀국하면 개인에 따
라 여기보다 안락한 생활이 기다린다면 모르나, 그래도 사정이 불가피하여 잠시 어려
움을 참지 못하고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이 있으니 안타깝다.
이웃 집들
어디서나 나무로 둘러쌓인 우리 동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우리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