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고랑을 만들려면 암소로 쟁기질을 해야만 하는 산골 중에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시골하면 논보다는 밭이 더 먼저 떠오른다.시골에 대한 내 머릿속 그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아내가 대뜸 시골에 가서 살자고 한다. 개암나무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아내에게 어떤 이유에서 시골에서 살고싶은지 물었더니, 꽤 근사하다. 토종 먹거리도 재배하고, 자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이고, 그러면서 전공 지식을 살려 시골에서 미생물 연구를 하겠다고 한다.
집에서 미생물 연구를 한다고? 흥미로운 발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요즘 집안에 조그만한 실험 공간을 만들어 실험 및 연구 활동을 하는 DIY BIO (Do-It-Yourself: Biology의 약자)참여자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전문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네트워크나 메일링을 통해 주고 받는 정보를 이용하여 생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나간다고 한다. 가령, 간단하게는 요구르트의 박테리아를 변형하여 항우울제를 만드는 방법이라든지,DNA제작용3D 프린트를 이용하여DNA 합성하는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연구가 개인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는 김치, 된장, 간장, 등 우리 토속 먹거리에 관련된 유익한 미생물을 연구하고자 하는 뜻에서 시골 실험실을 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요리 실험을 위해 가정의 부엌이 실험실이 될 이 소박한 발상은 언제 이루어 질지 모르겠으나, 조금은 기대되는 삶이다.왜냐면, 한달 전쯤에 만든 김치 맛이 너무해서 그렇다. 잔뜩 부푼 마음으로 배추 여섯 포기를 사다가 김치를 담궜는데, 2%가 아닌10% 이상 부족한 맛이다. 아직도 원인은 모르겠다. 나는 소금이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내는 첨가한 과일의 상태가 문제일거라고 진단한다.서둘러 시골로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배추가 문제가 아닐까요?
한국의 배추와 그동네 배추가 아무래도 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