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성경을 읽지 말고 나의 성경을 읽기

by 아기자기 posted Jul 23, 2013 Likes 0 Replie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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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들 묵언수행 들어 가셨나요?^^

이런 글도 읽어 보심이...


1800년대 미국의 흑인노예 시절이나

1940년대의 한국의 종교 상황이나

2013년 지금의 종교적 정치적 현실 상황도 별로 다른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이정배 교수(경전강의)의 글입니다.


<경전의 해방은 상황인식으로부터>


미국흑인노예 영화를 보면 노예들이 교회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발과 손은 사슬로 매여 있고 아무 소리 없이 백인목사의 강압적인 설교를 들어야 하는 모습이다. 

내용 주로 복음서이며 그 중에서 ‘산상수훈’이 압도적이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 ‘이 세상은 내 집 아니네’ ‘아름다운 하느님의 나라’ ‘마음의 평안과 고요’ 등등이 주된 설교 제목이다.


아프리카에서 백인들이 흑인을 사냥해 왔을 초기에는 흑인노예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동물과 인간의 중간쯤의 생물로 여겨 그들의 영혼이나 정신세계에 대해 긍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들이 점차 영어를 알아듣기 시작하고 종교적으로 훈련된 노예는 

순종도 잘하고 생산량도 높아진다는 소문이 백인 농장주 사이에서 퍼진다.


이렇게 시작된 미국흑인노예의 종교생활은 글을 읽는 노예가 나타나면서 급변한다. 

흑인들은 헛간에 모여 성경을 직접 읽고 해설해주면서 

백인목사의 설교가 상당부분 왜곡되거나 거짓이었음을 밝혀낸다. 


흑인들은 따로 예배하기 시작했고, 

글을 읽을 줄 아는 이가 성경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자신들의 예배를 하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반대로 백인 농장주가 흑인들의 예배에 참여하기도 했다. 

흑인 목사의 설교를 감시할 목적도 있는 이러한 행동을 

백인사회에서는 ‘관용’ ‘포용’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였다. 


이런 일이 1940년부터 1945년 사이 우리나라 종교 상황에서 동일하게 일어났다. 

일본제국은 조선의 모든 설교와 강론 그리고 설법의 내용을 규제하고 취체(取締)하였다.


해석은 사회역사적 상황과 심리언어적 상태의 지배를 받는다. 

같은 ‘네 원수를 사랑하라’ ‘마음이 가난한 자’ 등의 내용도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어떤 사회역사적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백인목사가 흑인노예에게 설교할 때와 흑인들이 서로 읽고 해석할 때 

그리고 흑인이 백인을 향해 소리칠 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우리는 종종 경전의 내용만 가지고 논쟁을 벌인다. 

독자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들은 무의미하다.


we_drink_from_our_own_wells.jpg


추천: 페루의 구티에레즈가 쓴 아름다운 제목의 책 

《우리의 우물에서 생수를 마시련다 (We Drink From Our Own Wells)》

이 책은 나의 내면 샘물은 무엇이며,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어디인가를 인식하는데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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